학원매매 현장을 따라가 보니 학생 수보다 먼저 볼 게 있었다

학원매매 현장을 따라가 보니 학생 수보다 먼저 볼 게 있었다

얼마 전 경매에 나온 상가를 보러 갔다가, 그 안에 있는 학원도 매물로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원장은 학생이 50명이고 월매출이 1,500만 원이라며 권리금 4,500만 원을 불렀습니다. 숫자만 들으면 솔깃하죠. 그런데 제가 먼저 물은 건 학생 수가 아니라 임대차계약서와 남은 수업료였습니다. 학원매매는 책상과 간판을 사는 거래가 아닙니다. 앞으로 수업을 이어 갈 수 있는 자리와 운영 구조를 인수하는 거래입니다.

월매출 1,500만 원이라는 말부터 다시 계산했다

숫자를 바꿔 재구성해 보겠습니다. 학생 50명이 한 달에 30만 원씩 낸다면 매출은 1,500만 원입니다. 여기서 강사 급여 650만 원, 임차료와 관리비 320만 원, 직원 급여 100만 원, 공과금과 광고비 150만 원을 빼면 280만 원이 남습니다. 그 280만 원에도 원장 자신의 노동 대가, 세금, 시설 수선비는 아직 들어 있지 않습니다. 원장이 매일 상담하고 수업까지 맡았다면, 인수자가 같은 일을 할 수 있는지도 따져야 합니다.

저는 매출표보다 최근 12개월의 입금 내역과 학생별 등록·퇴원 기록을 먼저 맞춰 봅니다. 방학 특강으로 한 달만 매출이 튄 학원인지, 학기마다 꾸준히 재등록하는 학원인지 여기서 갈립니다. 학생 명단에 50명이 있어도 실제 수강 중인 학생이 38명이라면 권리금 계산은 처음부터 달라집니다. 개인정보가 담긴 자료는 필요한 범위에서 적법하게 확인하고, 계약 뒤에는 인계 방식도 따로 정해야 합니다.

선납 수업료는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가령 학생 15명이 다음 달 수업료 30만 원씩 이미 냈다면 450만 원은 매도인이 받은 돈이지만, 수업은 인수자가 제공해야 합니다. 환불 요청이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의 학원 인수 안내도 교습비 반환 내역과 행정처분 이력을 확인하라고 짚습니다. 저는 계약서에 인도일 기준 미이행 수업과 환불 부담을 학생별로 계산해 적습니다. ‘권리금에 포함’이라는 한 줄로 넘기면 나중에 다툴 여지가 큽니다.

임대인과 교육지원청, 두 곳의 확인이 필요했다

학원매매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고 기존 임대차계약과 학원 운영자 등록이 저절로 인수자에게 넘어오는 건 아닙니다. 건물주와 보증금·월세·계약 기간을 확인하고, 관할 교육지원청에는 설립·운영자 변경 절차와 필요한 서류를 확인해야 합니다. 교육청 안내에는 인계 의사를 증명하는 서류와 교습 장소의 사용권을 증명하는 임대차계약서 등이 제시돼 있습니다. 지역과 변경 내용에 따라 확인할 사항이 있으니 계약금을 보내기 전에 물어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현장에서 제가 꼭 보는 것은 등록증에 적힌 면적·교습과정과 실제 공간이 같은지입니다. 복도에 칸막이를 세워 강의실을 늘렸거나, 등록하지 않은 과정을 팔고 있다면 인수 뒤에도 그대로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강사가 계속 일할지도 말로만 듣지 않습니다. 학부모가 원장 개인을 보고 등록한 학원이라면 원장이 떠난 뒤 학생이 얼마나 남을지도 보수적으로 잡아야 합니다.

권리금과 임대차는 서로 얽혀 있지만 같은 권리가 아닙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는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호하는 규정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매수 희망자가 원하는 조건으로 임대차계약을 반드시 맺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임대인의 의사, 새 계약 조건, 기존 계약 상태를 확인하지 못했다면 권리금 액수부터 확정하지 않습니다.

광고

건물이 경매 중이라면 권리금보다 점유와 순위를 봤다

학원 자리가 마음에 들어도 건물 등기부에 경매개시결정이 보이면 계산을 멈추고 권리분석부터 합니다. 등기부로 소유자와 근저당·압류의 순서를 확인하고, 임대차계약서·사업자등록 신청일·실제 점유 시점을 대조합니다. 상가 임차인의 대항력은 건물을 인도받고 사업자등록을 신청한 다음 날부터 생기는 것이 기본입니다. 다만 경매에서 보증금을 얼마나 돌려받고 새 소유자에게 임대차를 주장할 수 있는지는 선순위 권리와 배당 관계까지 봐야 합니다.

예컨대 보증금 3,000만 원, 권리금 4,500만 원인 학원이라면 인수자는 시작부터 7,500만 원에 운영자금까지 준비해야 합니다. 그런데 기존 임차인의 보증금 회수 가능성이나 낙찰 뒤 임대차 지속 여부가 불분명하면, ‘장사가 잘된다’는 설명만으로 권리금 4,500만 원을 평가할 수 없습니다. 제가 본 초보 투자자의 실수도 여기서 나옵니다. 건물의 권리관계와 학원 영업권을 한 덩어리로 보고, 둘 다 안전하다고 짐작하는 겁니다.

계약금은 확인 순서가 끝난 뒤에 보냈다

제가 학원매매 계약 전에 요구하는 자료는 길지 않습니다. 다만 서로 맞아야 합니다.

  • 최근 12개월 매출 입금 내역, 학생별 재등록·퇴원 흐름, 미이행 수업료와 환불 내역
  • 임대차계약서, 보증금 지급 내역, 건물 등기부와 관리비 체납 여부
  • 학원 등록증, 등록 면적·교습과정, 강사 현황과 행정처분 이력
  • 집기 목록과 상태, 철거·원상복구 범위, 인도일 이후 비용 부담

계약서에는 임대차계약 체결과 운영자 변경이 가능한지 확인할 시점, 확인되지 않을 때 계약금을 어떻게 돌려줄지, 미이행 수업료를 얼마로 정산할지 적습니다. 강사 고용을 이어 갈지와 학생·학부모 안내를 누가 맡을지도 정해야 합니다. 시설과 영업을 어떤 방식으로 넘기는지에 따라 세금 처리가 달라질 수 있어, 잔금 전에 세무사와 거래 구조를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권리금 4,500만 원을 월 280만 원으로 나누면 약 16개월입니다. 하지만 원장의 노동 대가를 월 300만 원으로만 잡아도 그 계산은 무너집니다. 학원매매에서 제가 끝까지 붙드는 질문은 ‘학생이 몇 명인가’보다 ‘내가 인수한 다음 달에도 이 수업과 임대차를 같은 조건으로 이어 갈 수 있는가’입니다. 그 답을 서류와 숫자로 확인할 수 없는 물건은, 싸 보여도 제 돈을 넣지 않습니다.

학원매매 현장을 따라가 보니 학생 수보다 먼저 볼 게 있었다 - 요약
광고

댓글 0

평가를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

모두 ID로 로그인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