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인이 허리가 아프다며 의자에서 일어날 때마다 표정을 찡그렸습니다. 며칠 뒤에는 엉덩이부터 종아리까지 저리다고 하더군요. 허리 통증은 흔하지만, 다리로 이어지는 증상이 생기면 단순히 ‘좀 쉬면 낫겠지’ 하고 넘기기 어렵습니다. 이럴 때는 통증의 양상을 살피고, 위험 신호가 있는지 먼저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허리만 아픈지, 다리까지 아픈지 살펴보세요
허리디스크의 정확한 이름은 ‘요추 추간판 탈출증’입니다. 척추뼈 사이의 추간판이 튀어나와 주변 신경을 자극하면 허리뿐 아니라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 발까지 통증이나 저림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한쪽 다리에 증상이 두드러지기도 하고, 감각이 둔해지거나 힘이 빠지기도 합니다. 서울아산병원도 진료 과정에서 다리의 근력과 감각, 신경 반사를 함께 확인한다고 안내합니다.
그렇다고 허리가 아프거나 다리가 저리면 모두 허리디스크라는 뜻은 아닙니다. 근육이나 관절 문제, 척추관협착증 등에서도 비슷한 불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래 앉은 뒤 허리만 뻐근한 경우와 허리에서 발끝까지 전기가 흐르듯 아픈 경우는 진료실에서 설명해야 할 내용이 다릅니다. 어느 쪽 다리가 아픈지, 통증이 어디까지 내려가는지, 힘이 빠지는 느낌이 있는지 기억해 두면 진료에 도움이 됩니다.
집에서 움직일 때는 통증을 기준으로 삼으세요
통증이 심한 첫날에는 잠깐 쉬어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래 누워만 있는 것이 회복의 지름길은 아닙니다. 영국 NHS는 통증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걷기 같은 가벼운 움직임을 조금씩 다시 시작하도록 안내합니다. 집 안을 짧게 걷고 괜찮다면 활동량을 서서히 늘리는 식입니다. 걷다가 다리 통증이나 저림이 뚜렷하게 심해진다면 멈추고 몸 상태를 다시 살피세요.
일상에서는 한 자세를 오래 유지하지 않는 편이 편할 수 있습니다. 오래 앉아 일한다면 중간에 일어나 몇 걸음 움직이고, 물건을 들 때는 허리만 깊게 굽힌 채 비틀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운동도 ‘허리디스크에 좋다’는 동작을 한꺼번에 따라 하기보다 현재 증상에 맞춰 고르는 게 낫습니다. 특히 다리로 뻗치는 통증을 참으며 강하게 늘리는 스트레칭은 피하세요. 진통소염제 역시 위장 질환이나 신장 질환, 복용 중인 약에 따라 맞지 않을 수 있으니 약사나 의료진과 상의하는 게 안전합니다.
이런 증상은 진료를 미루지 마세요
다리에 힘이 점점 빠지거나 발을 들어 올리기 어려워진다면 빠르게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며칠이 지나도 통증이 나아지지 않거나, 저림 때문에 잠과 일상생활이 계속 방해받는 경우에도 증상을 확인받는 편이 좋습니다. 열이 나거나 이유 없이 체중이 줄고, 밤에 통증이 유난히 심한 경우에도 다른 원인이 없는지 살펴야 합니다.
소변이 잘 나오지 않거나 대소변을 조절하기 어려워지는 경우, 엉덩이 안쪽이나 회음부의 감각이 둔해지는 경우는 더 급합니다. 영국 NHS는 이런 증상을 응급 평가가 필요한 신호로 안내합니다. 양쪽 다리의 감각이나 힘이 갑자기 떨어지거나 큰 사고 뒤 허리 통증이 생긴 경우도 즉시 응급실로 가야 합니다. 이런 변화는 다음 진료일까지 기다릴 문제가 아닙니다.
검사와 치료는 증상에 맞춰 결정합니다
진료를 받으면 먼저 통증이 시작된 상황과 다리 증상을 묻고, 근력·감각 등을 확인합니다. 허리디스크가 걱정된다고 모두 바로 MRI를 찍는 것은 아닙니다. 영국 NICE 지침은 일반적인 허리 통증이나 좌골신경통에 영상 검사를 일률적으로 시행하지 않고, 검사 결과가 치료 방향을 바꿀 가능성이 있을 때 고려하도록 권합니다. 검사 사진 한 장보다 지금 어떤 증상이 있고 신경 기능에 변화가 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치료도 처음부터 수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증상에 따라 약물치료, 활동 조절, 운동치료 등을 먼저 고려할 수 있고, 통증이 심하거나 신경 증상이 진행되면 의료진이 추가 치료를 판단합니다. 서울아산병원은 다리의 힘과 감각 변화를 진단에서 중요하게 확인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진료 후에도 ‘통증이 몇 점인가’만 보지 말고, 걷는 거리나 발에 힘이 들어가는지 같은 변화를 함께 살피는 것이 좋습니다.
허리가 아프면 몸을 아예 움직이지 말아야 할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위험 신호가 없다면 가능한 범위에서 움직임을 이어가고, 다리 증상의 변화에는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차분히 구분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