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거래소로 코인이 대량 입금됐다는 화면을 보고 곧바로 매도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7년간 거래소와 온체인 데이터를 같이 보면서 가장 조심하게 된 순간이 이런 때다. 입금 기록은 블록체인에 남지만, 그 물량이 실제로 팔렸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숫자를 볼 때는 그 숫자가 기록한 사실과 아직 말해주지 않는 부분을 나눠야 한다.
1. 거래 건수보다 먼저 확정 상태를 본다
블록체인은 거래 기록을 블록에 담고, 새 블록을 앞선 블록과 연결해 보관한다. 다만 거래를 전송한 시점과 기록이 확정된 시점은 다르다. 비트코인은 거래가 블록에 포함되면 확인 1회를 얻고, 뒤에 블록이 쌓일수록 기록이 바뀔 가능성이 낮아진다. 비트코인 개발자 문서도 확인 횟수에 따라 거래를 받아들이는 위험이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이더리움은 검증자들이 블록에 합의하는 구조다. 이더리움 공식 문서에 따르면 슬롯 간격은 12초지만, 블록에 포함됐다는 표시와 최종 확정은 같은 뜻이 아니다. 거래소 입출금 중단이나 네트워크 혼잡을 볼 때 이 차이를 놓치면 단순한 처리 지연을 자금 이탈로 오해하기 쉽다. 특히 큰 금액을 옮기는 중이라면 탐색기에 거래가 보인다는 사실만으로 입금이 끝났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2. 거래소 유입량은 매도량이 아니다
내가 거래소 유입을 볼 때는 절대량보다 평소 수준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먼저 본다. 예를 들어 어떤 코인의 거래소 순유입이 평소 하루 1만 개 안팎인데 하루 4만 개로 늘었다고 하자. 차이는 3만 개다. 하지만 이 수치만으로 3만 개가 시장가로 팔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거래소 간 자금 이동, 보관 지갑 교체, 담보 이전일 수도 있다. 여기서 든 수치는 읽는 방법을 설명하기 위한 가상 사례다.
주소 분류에도 오차가 있다. 글래스노드는 거래소 잔고 지표가 거래소 소유 주소를 식별한 결과이며, 주소 정보가 추가되면 최근 수치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힌다. 그래서 유입 급증을 봤다면 현물 거래량과 호가의 매도 물량이 함께 늘었는지 확인한다. 유입만 커지고 현물 거래가 조용하면 매도 압력이 실제 주문으로 나타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3. 활성 주소와 전송량은 사용자를 그대로 세지 않는다
활성 주소가 늘면 관심이 커졌다는 신호일 수 있다. 근데 주소 하나가 사람 한 명은 아니다. 한 사람이 여러 지갑을 쓸 수 있고, 거래소 한 곳이 수많은 고객의 거래를 묶어 처리하기도 한다. 자동화된 프로그램이 만든 거래까지 섞일 수 있다. 활성 주소가 20% 증가했다는 숫자를 사용자 수 20% 증가로 옮겨 적으면 해석이 과해진다.
전송량도 비슷하다. 내 지갑 A에서 내 지갑 B로 100개를 옮기면 체인에는 이동량 100개가 찍힌다. 새로운 매수자가 100개를 산 기록은 아니다. 글래스노드가 같은 주체의 주소 사이 이동을 제외한 ‘주체 조정 전송량’을 따로 제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는 활성 주소, 전송량, 수수료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본다. 셋 중 하나만 튀면 숫자를 만든 거래가 무엇인지부터 확인한다.
4. 수수료와 거래량을 함께 놓고 과열을 가늠한다
네트워크 수수료가 오르면 블록 공간을 쓰려는 수요가 많아졌다는 뜻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수요가 해당 코인의 장기 보유 수요와 같은 것은 아니다. 이더리움에서는 인기 있는 서비스 이용이나 특정 이벤트 때문에 수수료가 치솟을 수 있다. 이더리움 공식 문서도 가스비가 네트워크 수요에 따라 변하는 시장에서 결정된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나는 수수료 급등을 보면 거래소 현물 거래량과 가격 변동 폭을 옆에 둔다. 가령 수수료는 두 배가 됐는데 현물 거래량이 평소와 비슷하다면, 그날 체인 사용이 늘어난 이유를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현물 거래량과 가격 변동 폭까지 동시에 커졌다면 매매 위험도 높게 잡는다. 어떤 경우든 ‘활동 증가’ 하나를 곧장 매수 신호로 바꾸지는 않는다.
블록체인 데이터의 장점은 자금 이동과 네트워크 사용 흔적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 흔적만으로 이동한 사람의 의도나 다음 가격까지 알 수는 없다. 내 매매에서는 온체인 수치를 경보처럼 쓴다. 평소와 다른 움직임을 발견하면 거래소 주문 흐름을 확인하고,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클수록 포지션 크기를 줄인다. 숫자가 확실하게 보여주는 범위까지만 믿는 편이 오래 버티는 데 도움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