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작은 가전을 사려고 리퍼브매장에 들렀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큼직한 할인율이었다. 그런데 제품 앞에 서서 보니 같은 ‘리퍼브’ 표시가 붙어 있어도 상태가 꽤 달랐다. 박스만 찌그러진 물건이 있는가 하면, 손잡이에 사용 흔적이 보이는 물건도 있었다. 가격표만 보고 골랐다면 집에 와서 조금 당황했겠다 싶었다.
리퍼브라는 말만으로 상태를 짐작하긴 어려웠다
리퍼브매장에는 반품된 제품, 전시품, 포장이 손상된 제품, 흠집이 있어 다시 판매하는 제품 등이 함께 놓일 수 있다. 제가 본 매장에서도 어떤 물건은 본체가 깨끗했지만 상자가 없었고, 어떤 물건은 구성품이 빠져 있었다. 같은 모델이라도 할인 이유가 다르니 ‘왜 저렴한지’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낫다.
저는 가격표 옆 설명을 읽고도 애매하면 직원에게 세 가지를 물었다. 전시됐던 제품인지, 실제 사용 후 돌아온 제품인지, 수리나 부품 교체가 있었는지다. 답을 듣고 나니 겉모습만 봤을 때보다 제품 상태를 판단하기 쉬웠다. 상태를 설명한 표나 안내문이 있다면 사진으로 남겨두는 것도 편하다. 나중에 기억에만 의지하면 작은 흠집이 원래 있었는지 헷갈리기 때문이다.
할인율보다 실제로 낼 돈을 계산했다
‘30% 할인’이라는 문구는 꽤 강하다. 하지만 비교할 기준은 정가보다 지금 살 수 있는 새 제품 가격에 가깝다. 예를 들어 새 제품이 30만 원이고 리퍼 제품이 23만 원이라면 일단 차이는 7만 원이다. 여기에 배송비 2만 5천 원, 설치비 1만 원이 붙으면 실제 차이는 3만 5천 원으로 줄어든다. 반대로 매장에서 직접 가져갈 수 있는 작은 제품이라면 추가 비용이 거의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저는 휴대전화 메모에 새 제품 판매가, 리퍼 가격, 배송·설치비를 한 줄씩 적어봤다. 이월 모델이라면 현재 판매 중인 후속 모델의 가격도 확인한다. 몇 년 전 출시 당시 가격을 기준으로 할인율을 크게 써둔 경우, 숫자만 보고는 지금의 가격 차이를 알기 어렵다. 할인 폭이 예상보다 작더라도 필요한 제품이라면 살 수 있다. 다만 그 차이를 알고 고르는 것과 모르고 고르는 건 느낌이 다르다.
흠집보다 더 신경 쓰인 건 작동과 구성품
외관 흠집은 사진으로 확인하기 쉽지만 작동 상태는 그렇지 않다. 전원을 켤 수 있는 제품이라면 버튼, 표시창, 소음처럼 매장에서 확인 가능한 부분을 직접 살펴보는 게 좋았다. 가전이라면 전원선과 필터, 설명서처럼 사용에 필요한 구성품이 모두 있는지도 확인한다. 청소기의 브러시 하나, 주방 가전의 전용 용기 하나가 빠져 있으면 따로 구하는 비용과 시간이 생긴다.
가구는 보는 순서를 조금 바꿨다. 눈에 잘 띄는 앞면보다 다리의 흔들림, 서랍의 여닫힘, 문짝의 맞물림을 먼저 봤다. 작은 찍힘은 감수할 수 있어도 매일 쓰는 부분이 불편하면 할인받은 기분이 오래가지 않을 것 같았다. 큰 가구라면 집의 출입문과 엘리베이터를 통과할 크기인지도 미리 재야 한다. 배송 당일에야 크기가 안 맞는 걸 알면 비용 문제가 복잡해진다.
계산대 앞에서는 교환과 보증을 다시 물었다
제품을 고른 뒤에는 교환·환급 가능 여부, 배송비 부담, 하자에 대한 보증 기간을 확인했다. 한국소비자원도 리퍼브 가구 구매 전에 이런 조건을 살펴볼 것을 권한다. 특히 제가 확인하고 싶었던 건 ‘이미 표시된 흠집’과 ‘집에서 처음 발견한 작동 문제’를 매장에서 어떻게 다루는지였다. 매장마다 안내가 다를 수 있으니 결제 전에 영수증이나 주문서에 적힌 조건까지 읽는 편이 마음이 놓인다.
결국 그날 저는 할인율이 가장 큰 제품 대신 상태 설명이 분명하고 구성품을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을 골랐다. 리퍼브매장은 잘 맞는 물건을 만나면 꽤 반갑지만, 가격표 앞에서 한 번 더 멈추게 되는 곳이기도 했다. 다음에 가더라도 먼저 할인 숫자를 볼 것 같다. 다만 이제는 그다음에 물건의 이력과 집까지 가져가는 데 드는 돈을 꼭 확인할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