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신혼집 가구를 고르는 부부와 거실에 줄자를 대고 있었는데, 두 분이 마음에 들어 한 소파는 문을 열면 팔걸이에 닿는 크기였습니다. 매장에서는 적당해 보였던 가구도 집에 들이면 달라집니다. 저는 신혼집 가구를 고를 때 색보다 먼저 문이 열리는 자리와 사람이 걷는 길부터 봅니다.
가구를 주문하기 전에 바닥부터 재기
방의 가로·세로만 재면 부족합니다. 현관문 폭, 엘리베이터 크기, 방문을 통과할 때의 대각선 길이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일체형 소파는 놓을 자리가 넉넉해도 집 안으로 못 들어오는 일이 있습니다. 제품의 완성 치수와 포장 치수를 따로 적어 두세요.
가구가 들어갈 자리를 마스킹테이프로 바닥에 표시하면 훨씬 빨리 감이 옵니다. 저는 소파 앞 통로에 70~80cm 정도를 남기고, 식탁 뒤에는 의자를 빼서 일어날 자리를 직접 확인합니다. 이 숫자는 구매 기준이라기보다 출발점입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지나가는 자리인지, 문이 어디까지 열리는지에 따라 더 넓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줄자와 테이프면 되고, 방 하나를 재고 표시하는 데 보통 30분에서 1시간쯤 걸립니다.
침대는 프레임보다 매트리스부터 고르기
신혼집 인테리어 가구 추천을 부탁받으면 저는 침대에 예산을 먼저 배정합니다. 프레임은 사진에 크게 나오지만, 매일 몸이 닿는 건 매트리스입니다. 둘이 나란히 누워 자세를 바꿔 보고, 한 사람이 움직일 때 다른 쪽에 흔들림이 얼마나 전해지는지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누워 보는 데 5분으로는 부족해서 저는 후보마다 15분 정도 시간을 잡습니다.
침실이 좁다면 헤드가 두꺼운 프레임이나 발치가 튀어나온 디자인을 조심하세요. 퀸 매트리스가 들어간다는 것과 침대 옆으로 편하게 오갈 수 있다는 건 다른 얘기입니다. 침대 양옆을 모두 쓰기 어렵다면 한쪽 동선이라도 충분히 남기는 쪽이 낫습니다. 수납형 프레임은 편하지만 서랍을 끝까지 열 공간도 치수에 넣어야 합니다. 침대 옆 협탁은 처음부터 세트로 사지 않아도 됩니다. 살아 보니 콘센트 위치와 각자 놓는 물건이 예상과 다른 경우가 많았습니다.
거실은 소파 하나를 기준으로 맞추기
첫 집에서 제가 한 실수는 3인용 소파를 먼저 사고, 남는 자리에 거실장을 억지로 끼운 겁니다. 소파와 테이블 모서리 사이가 좁아 청소할 때마다 테이블을 밀어야 했죠. 거실이 작다면 깊이가 지나치게 큰 소파보다 앉았을 때 발이 편하게 닿는 일자형 소파가 쓰기 좋았습니다. 팔걸이와 등받이 두께까지 포함한 전체 폭을 꼭 보세요.
거실장도 TV 크기에 맞춰 무조건 길게 고를 필요는 없습니다. 게임기나 공유기처럼 실제로 넣을 물건을 먼저 세고, 케이블이 빠질 구멍과 뒤쪽 여유를 확인합니다. 벽에 TV나 선반을 고정할 계획이라면 벽 재질과 내부 배선을 확인해야 합니다. 배선 위치가 불확실한 벽을 감으로 뚫거나 전선을 직접 옮기는 작업은 피하세요. 이런 경우에는 설치 전문가에게 맡기는 비용까지 가구 예산에 넣는 게 맞습니다.
식탁과 수납장은 생활 습관에 맞춰 고르기
두 사람이 매일 식사하고 노트북도 펼친다면 작은 원형 식탁이 예뻐 보여도 금방 좁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는 식탁 위에 접시 두 벌과 노트북 한 대가 동시에 놓이는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반대로 집에서 식사를 거의 하지 않는다면 큰 6인용 식탁은 통로만 차지합니다. 의자를 고를 때는 앉는 느낌뿐 아니라 식탁 아래로 끝까지 들어가는지도 확인하세요. 팔걸이가 상판에 걸리는 조합이 의외로 많습니다.
수납장은 현재 물건을 기준으로 고르되 빈칸을 조금 남기는 편이 좋았습니다. 처음부터 벽 한 면을 꽉 채우면 이사할 때 배치가 어려워집니다. 키 큰 책장이나 서랍장은 넘어짐 방지 고정을 설치 설명서대로 해야 합니다. 임대 주택이라 벽 고정이 어렵거나 벽체가 애매하다면 먼저 집주인과 설치 기사에게 확인하세요. 임의로 뚫었다가 마감재만 망가뜨리는 일도 있습니다.
예산은 배송과 조립까지 한 장에 적기
예를 들어 가구 예산이 300만 원이라면 저는 침대와 매트리스 90만 원, 소파 70만 원, 식탁과 의자 45만 원, 수납장 55만 원, 배송·조립 25만 원, 추가 비용 15만 원으로 먼저 칸을 나눕니다. 실제 판매 가격표가 아니라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한 예시입니다. 한 품목에서 돈이 더 들면 다른 칸을 줄여야 한다는 게 바로 보입니다.
조립 가구를 여러 개 사면 드라이버만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제품 설명서에 필요한 공구를 확인하고, 전동 드라이버를 새로 살지 하루 빌릴지도 주문 전에 결정하세요. 침대와 수납장 두 개를 직접 조립한다면 포장 풀기와 폐기물 정리까지 반나절은 비워 두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저는 꼭 써야 하는 침대와 식탁부터 들이고, 장식장이나 보조 테이블은 한두 달 살아 본 뒤 고릅니다. 집에서 실제로 걸어 다니는 길을 확인하고 산 가구가 오래 편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