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검진센터에서 일할 때 “시험 기간이라 며칠만 덜 잤어요”라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가 낮에도 졸리고, 손목이 아프고, 공부에 집중하기 어려워졌다는 분도 있었지요. 요즘 관심을 끄는 smash 대학교도 대학 캠퍼스를 화면에서 부수며 점수를 올리는 게임입니다. 잠깐 즐기는 일 자체를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게임을 끝낸 뒤 몸과 일상이 어떤 상태인지 한 번쯤 볼 필요는 있습니다.
게임 시간이 길어졌다는 걸 어떻게 알까요?
시계를 보니 예상보다 한 시간이 더 지났다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습니다. 제가 더 눈여겨보는 건 그다음입니다. 잠자리에 들 시간을 계속 미루는지, 수업이나 약속에 늦는지, 그만하려고 해도 멈추기 어려운지 살펴보세요. 같은 2시간을 하더라도 낮에 쉬면서 즐긴 날과 새벽 2시까지 하느라 다음 날 생활이 흐트러진 날은 다릅니다.
세계보건기구는 게임에 대한 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다른 활동보다 게임을 우선하며, 불이익이 생겨도 계속해서 생활에 뚜렷한 지장이 생기는 양상을 게임 이용 장애의 판단 기준으로 설명합니다. 보통 상당 기간 이어진 경과를 봅니다. 어느 날 오래 했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 병명을 붙일 일은 아닙니다. 반대로 성적이나 대인관계, 수면이 계속 나빠지는데도 “게임은 원래 다 그렇지”라며 넘길 일도 아니고요.
잠과 손목은 먼저 신호를 보냅니다
미국 국립심장폐혈액연구소는 성인에게 대체로 하루 7~9시간의 수면을 권합니다. 시험 기간에 하루 이틀 부족하게 잤다고 곧바로 병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게임을 마친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아침에 일어나기 어렵거나 낮잠 없이는 버티기 힘들다면 수면 시간을 확인해야 합니다. 며칠간 잠든 시각과 일어난 시각, 낮에 졸린 정도를 적어 두면 막연한 느낌보다 변화를 읽기 쉽습니다.
손도 그렇습니다. 화면을 누르거나 마우스를 반복해서 쓰면 손가락, 손목, 팔에 통증이나 뻣뻣함, 저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는 반복 동작과 관련한 통증이 서서히 시작될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게임 중 아프기 시작했다면 일단 손을 쉬게 하고, 같은 동작을 오래 이어 가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쉬어도 통증이나 저림이 가라앉지 않거나 점점 심해지면 단순한 피로로 단정하지 말고 진료를 받으세요.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더 지친다면
캠퍼스를 부수는 화면이 통쾌해서 잠시 웃을 수도 있습니다. 게임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고, 이 게임 하나의 건강 효과를 단정할 근거도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게임 직후의 기분보다 그날 밤과 다음 날을 함께 보자고 말씀드립니다. 즐긴 뒤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 오히려 짜증과 피로가 쌓이는지가 더 실질적인 단서입니다.
예를 들어 과제 걱정에 게임을 켰다가 새벽까지 이어지고, 다음 날 과제를 못 해 다시 불안해지는 흐름이라면 쉬는 방식이 현재의 부담을 덜어 주지 못하는 셈입니다. 게임을 줄여도 불안, 우울감, 불면, 집중 곤란이 이어지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는 이런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일상생활을 어렵게 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안내합니다. 괴로움이 크거나 증상이 악화된다면 2주를 채울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습니다.
이럴 땐 진료를 받으세요
- 손목이나 손가락의 통증·저림이 쉬어도 낫지 않거나 심해질 때
- 잠을 줄이는 일이 반복되고 낮의 공부나 업무에 지장이 생길 때
- 게임 시간을 조절하려 해도 어렵고 수업, 관계, 식사 같은 일상이 계속 밀릴 때
- 우울감이나 불안이 심하거나 오래 이어지고, 스스로를 해치고 싶은 생각이 들 때
마지막 경우처럼 스스로를 해칠 생각이 든다면 혼자 견디지 말고 즉시 주변 사람에게 알리고 응급실이나 지역 응급전화의 도움을 받으세요. 그 밖의 변화도 기록해 두었다가 진료실에서 언제 시작됐고 얼마나 자주 생기는지 말하면 판단에 도움이 됩니다. 저는 게임 화면보다 그 화면을 끈 뒤의 몸 상태를 더 중요하게 봅니다. 즐거웠던 시간 다음에도 잠을 자고, 손을 쓰고, 일상을 이어 갈 수 있어야 하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