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매매 현장을 다녀보니 월세보다 먼저 보이는 것들

건물매매 현장을 다녀보니 월세보다 먼저 보이는 것들

몇 해 전 근린생활시설 건물을 보러 갔을 때 중개인은 월세부터 이야기했습니다. 겉모습도 괜찮고 1층에 손님도 제법 드나들었죠. 그런데 건물 뒤편으로 돌아가니 외벽에 물이 흘러내린 자국이 길게 남아 있었습니다. 옥상 방수와 배수 문제를 확인하기 전에는 월세 숫자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건물매매를 검토할 때 제가 현장에 먼저 가는 이유입니다.

월세 700만 원이라는 말부터 의심했다

설명을 위해 숫자를 단순하게 잡아보겠습니다. 매매가 15억 원, 임차보증금 합계 1억 원, 월 임대료 700만 원인 건물입니다. 중개 자료만 보면 연 임대료 8400만 원을 매매가로 나눈 수익률이 5.6%입니다. 이 숫자만 듣고 계약금부터 넣는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임대료 700만 원이 실제 입금액인지부터 봐야 합니다. 관리비가 섞였는지, 밀린 월세는 없는지, 임대료를 깎아주기로 한 약정은 없는지 확인해야 하죠. 매도인에게 임대차계약서와 월세 입금 내역을 요청하고, 가능하면 임차인에게 영업 상황과 계약 조건을 직접 확인합니다. 계약서에 적힌 보증금 합계가 중개 자료와 다르면 계산을 처음부터 다시 합니다.

같은 건물에 연간 운영비와 수선비로 1400만 원, 향후 큰 수리에 대비한 비용으로 1000만 원을 잡아보죠. 대출 7억 원의 이자를 연 5%로 가정하면 이자만 3500만 원입니다. 연 임대료 8400만 원에서 이 비용을 빼면 2500만 원이 남습니다. 한 호실이 두 달 비어 임대료 1400만 원을 못 받으면 1100만 원까지 줄어듭니다. 모두 설명용 가정이고, 세금과 취득 비용은 아직 반영하지 않은 숫자입니다.

등기부와 건축물대장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

등기사항증명서에서는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같은지, 근저당권·가압류·가등기 같은 권리가 있는지 먼저 봅니다. 계약 전 한 번 보고 끝내지 않습니다. 잔금 직전에도 새로 발급해 그사이 권리관계가 바뀌지 않았는지 확인합니다. 신탁등기가 있거나 소유관계가 복잡하면 매도인 말만 듣고 진행할 일이 아닙니다.

건축물대장에서는 층별 용도와 면적, 위반건축물 표시를 확인합니다. 현장에서는 창고처럼 쓰는 공간이 대장에는 다른 용도로 적혀 있거나, 옥상에 대장에 없는 구조물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금 임대료가 나온다고 해서 그 사용 상태까지 적법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위반 사항이 보이면 관할 지자체에 시정 가능 여부와 예상 비용을 확인한 뒤 가격에 반영합니다.

토지도 따로 봅니다. 대지 경계와 실제 담장 위치, 차량 진입, 접한 도로를 현장에서 확인하고 토지이용계획도 대조합니다. 저는 건물 외관이 멀쩡해도 누수 흔적, 승강기 작동 상태, 공용 배관과 전기 설비를 살펴봅니다. 수리 견적을 받아야 할 정도의 문제가 보이면 그 비용을 모르는 상태로 입찰가나 매수가를 정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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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보증금은 매수 뒤에도 남는다

상가를 사면서 가장 조심하는 말 중 하나가 ‘세입자는 나중에 내보내면 된다’입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공개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과 판례에 따르면, 대항력을 갖춘 상가 임차인이 있는 건물을 사면 매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할 수 있습니다. 보증금 반환과 계약 조건이 매수인의 일이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임차인의 건물 인도와 사업자등록 신청 시점, 실제 점유 상태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보증금 1억 원을 매매대금 계산에서 빼고 잔금을 치렀다면, 그 돈이 사라진 게 아닙니다. 임차인이 퇴거할 때 돌려줄 자금입니다. 계약 만료일이 가까운 임차인이 여럿이면 반환 일정도 겹칩니다. 그래서 저는 호실별로 보증금, 월세, 계약 기간, 연체 여부를 적고, 매도인과 임차인이 말하는 조건이 일치하는지 확인합니다. 말이 다르면 잔금 전에 서류와 정산 방법부터 맞춥니다.

경매로 나온 건물이라면 확인할 서류가 더 늘어납니다. 법원경매정보에서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 감정평가서를 확인할 수 있지만, 서류의 작성 시점과 현재 현장 상태가 다를 수 있습니다. 특히 임차인의 권리와 인수 가능성이 불분명한 물건은 싸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응찰하지 않습니다. 명도에 드는 시간과 비용도 매수가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계약서에는 돈이 나갈 순서를 적는다

건물매매 계약을 앞두고는 대출 가능액을 금융기관에 물건 자료와 함께 확인합니다. 희망 대출액과 실제 승인액은 다를 수 있고, 잔금일까지 자금이 나오는지도 중요합니다. 앞의 15억 원 사례에서 보증금 1억 원을 승계하고 대출 7억 원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매매대금에 필요한 자기자금은 7억 원입니다. 여기에 취득세, 중개보수, 등기 비용, 당장 필요한 수리비를 더해야 합니다. 보증금 승계 방식과 대출 조건이 달라지면 필요한 현금도 달라집니다.

임대료와 관리비는 어느 날짜를 기준으로 나눌지, 미납액은 누가 부담할지 계약서에 적습니다. 근저당권 말소와 임차보증금 승계 내역도 잔금 때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상업용 건물은 거래 형태에 따라 건물분 부가가치세와 사업 양도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으니, 국세청 기준을 확인하고 계약 전에 세무 전문가와 금액 및 처리 방식을 맞추는 편이 안전합니다. 계약서에 ‘세금은 협의’ 정도로만 남겨두면 잔금 날 큰돈을 두고 다투기 쉽습니다.

저는 건물을 보고 나오면 월세보다 먼저 메모장을 펼칩니다. 빈 호실이 생겼을 때 버틸 현금이 있는지, 보증금을 돌려줄 날짜가 언제인지, 벽에 남은 누수 자국을 고치는 데 얼마가 들지 적어봅니다. 그 숫자들이 맞아야 건물매매 가격도 비로소 설득력을 갖습니다.

건물매매 현장을 다녀보니 월세보다 먼저 보이는 것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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