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하주차장에서 긴 세단이 빈자리를 두고도 한 바퀴 더 도는 걸 봤다. 처음엔 자리가 있는데 왜 지나가나 싶었는데, 옆 차 문이 열리는 각도와 뒤쪽 통로를 보니 이해가 됐다. 운전 14년 동안 주차장에서 배운 게 하나 있다. 긴 차는 ‘들어갈 수 있느냐’보다 ‘대고 나서 서로 편하게 나갈 수 있느냐’를 먼저 봐야 한다.
g90 리무진을 찾는 분들이 말하는 차는 보통 제네시스 G90 롱휠베이스다. 제네시스가 안내하는 전장은 5,465mm, 전폭은 1,930mm다. 일반 G90보다 길이가 190mm 늘었다. 숫자로 보면 19cm 차이지만, 기둥을 피해 후진하거나 주차 후 차 앞을 통로 쪽으로 빼야 할 때는 꽤 크게 느껴지는 길이다.
빈자리보다 앞뒤 공간을 먼저 본다
저는 긴 차를 댈 자리를 볼 때 바닥에 그어진 칸만 보지 않는다. 차를 넣기 전에 꺾을 공간이 있는지, 넣은 뒤 앞범퍼가 통로로 튀어나오지 않는지를 같이 본다. 예를 들어 주차칸 길이가 5m라면 5,465mm인 차와는 길이부터 46.5cm 차이가 난다. 벽과 차 사이에 여유가 있거나 앞쪽으로 차체를 둘 수 있는 구조인지 확인해야 한다. 선 안에 바퀴가 들어왔다고 해서 차 앞까지 안전하게 들어온 건 아니다.
기둥 옆 자리는 한쪽 문을 편하게 열 수 있어 좋아 보일 때가 있다. 그런데 기둥이 앞쪽에 있으면 나올 때 차 머리를 돌리기가 어려워진다. 저는 입구에서 가까운 자리보다, 진입로가 넓고 한 번에 후진 각도를 잡을 수 있는 자리를 더 선호한다. 몇 걸음 더 걷는 편이 출차할 때 여러 번 앞뒤로 움직이는 것보다 마음이 편했다.
폭은 차체 숫자만 보고 판단하면 좁다
G90 롱휠베이스의 차체 폭은 1,930mm다. 가령 폭 2.5m인 칸의 한가운데에 정확히 세웠다고 치면 좌우에 남는 폭은 합쳐서 57cm, 한쪽당 약 28.5cm다. 이건 어디까지나 차체 폭으로 한 계산이다. 문을 열 공간과 옆 차가 실제로 세워진 위치까지 생각하면 체감 여유는 훨씬 적다.
특히 옆 차가 선을 밟고 있으면 빈칸의 폭만 재듯 보지 말고 내릴 문 쪽을 봐야 한다. 제가 예전에 좁은 칸에 차를 억지로 넣었다가 문을 겨우 열고 옆으로 빠져나온 적이 있다. 들어갈 때의 성공이 주차의 끝은 아니었다. 뒷좌석에 사람이 탈 예정이라면 그쪽 문을 열 자리도 따로 남겨야 한다. 롱휠베이스는 뒷좌석을 편하게 쓰려고 고르는 차인 만큼, 문을 못 열 정도로 붙여 세우면 주차 위치를 다시 잡는 게 낫다.
후진할 때는 뒷바퀴와 앞 모서리를 번갈아 본다
긴 차는 후진하면서 뒤만 보고 있으면 앞쪽이 걱정된다. 반대로 앞 기둥만 신경 쓰다 보면 뒷바퀴가 선에 가까워진다. 저는 먼저 차를 주차칸에서 조금 떨어뜨려 세워 후진 각도를 만들고, 천천히 꺾으며 양쪽 거울로 뒷바퀴 위치를 확인한다. 차가 칸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면 앞 모서리가 옆 차나 기둥을 지나는지도 본다. 각도가 안 나오면 한 번 앞으로 뺐다가 다시 넣는다. 그 몇 초를 아끼려다 휠이나 범퍼가 닿으면 하루 종일 속이 쓰리다.
제네시스가 설명하는 후륜 조향 시스템은 저속에서 뒷바퀴를 앞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회전 반경을 줄여준다. 그래도 좁은 통로에서 차 길이 자체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서라운드 뷰와 주차 거리 경고도 거리 감각을 보태는 수단으로 쓰고, 기둥 모서리나 낮은 장애물은 거울과 직접 보는 시야로 한 번 더 확인한다. 차에 적용된 기능과 작동 조건은 연식·사양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실제 차량의 설정과 사용 설명서를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
내릴 자리와 나올 길까지 보고 끝낸다
주차를 마쳤으면 바로 시동을 끄기 전에 차 앞뒤를 한 번 더 본다. 차체가 통로 쪽으로 많이 나왔다면 지나가는 차가 피해야 하고, 내 차도 나중에 나올 때 옆 차 때문에 꺾을 각도가 안 생길 수 있다. 특히 출입구 근처, 회전 구간, 경사로 끝의 칸은 비어 있어도 주변 차의 움직임이 복잡하다. 긴 차라면 이런 자리를 서둘러 잡는 것보다 여유 있는 칸을 찾는 편이 편했다.
좁은 공간에서는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같은 기능이 유용할 때도 있다. 다만 기능이 켜지는 조건과 감지할 수 있는 범위가 있으니, 사람이 오가는 통로에서 차를 계속 살피며 사용해야 한다. 저는 주차 보조 기능보다 자리 선택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g90 리무진처럼 긴 차는 잘 넣는 솜씨도 필요하지만, 처음부터 무리 없는 자리를 골라 두면 내릴 때도 나올 때도 훨씬 덜 피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