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욕조 둘레 실리콘을 다시 바르려는 분이 견적 두 장을 보여줬습니다. 한 곳은 8만 원, 다른 곳은 15만 원이었어요. 차이가 꽤 컸는데, 작업 내용을 보니 같은 견적이 아니었습니다. 8만 원 쪽은 기존 실리콘 위에 덧바르는 조건이었고, 15만 원 쪽은 기존 자재를 걷어내고 틈을 말린 뒤 새로 시공하는 조건이었죠. 이럴 때는 금액보다 작업 범위를 먼저 맞춰 놓고 비교해야 합니다.
시공할 자리를 먼저 구분하세요
욕실 실리콘 시공이라고 해도 욕조와 벽 사이, 세면대 뒤쪽, 샤워부스 유리 하단, 변기 바닥 둘레는 작업 방식과 손이 가는 정도가 다릅니다. 같은 욕실 안에서도 물이 직접 닿는 자리와 장식처럼 마감하는 자리는 다르고요. 전화로 ‘욕실 하나’라고만 말하면 업체마다 떠올리는 범위가 달라집니다.
견적을 요청할 때는 시공할 자리를 사진으로 찍고, 대략적인 길이를 함께 알려주는 편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욕조 벽면 두 변, 각 1.5m 정도’처럼 적으면 됩니다. 검은 곰팡이가 실리콘 표면에만 있는지, 모서리 안쪽까지 번졌는지 보이는 사진도 필요합니다. 사진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은 현장 방문 후 금액이 달라질 수 있으니, 그때 어떤 기준으로 추가금이 생기는지 미리 물어야 합니다.
실리콘이 들떠서 물이 틈으로 들어가는 것과, 타일 밑 방수층이나 배관에 문제가 생긴 것은 다른 일입니다. 아래층 누수, 벽 반대편의 젖음, 반복되는 물 고임이 있다면 실리콘만 새로 발라 해결된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징후는 업체에 먼저 알리고 원인 확인 범위를 따로 잡는 게 맞습니다.
견적서에는 제거와 건조가 적혀 있어야 합니다
제가 가장 먼저 보는 문구는 ‘기존 실리콘 제거 포함’입니다. 오래된 실리콘 위에 새 실리콘을 덧바르면 겉은 잠깐 깨끗해 보여도 접착할 면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실리콘 제조사의 시공 안내에도 기존 자재와 오염을 제거하고, 표면을 깨끗하고 건조한 상태로 만들라고 적혀 있습니다. 곰팡이 자국을 가리는 것과 틈을 다시 밀봉하는 것은 작업이 다릅니다.
다만 제거 과정도 견적 차이를 만듭니다. 기존 실리콘이 단단하게 붙어 있거나 타일 틈이 좁으면 칼 작업에 시간이 더 걸립니다. 아크릴 욕조나 코팅된 부품은 표면 손상에 특히 주의해야 하고요. ‘제거 포함’이라는 한 줄로 끝내지 말고, 제거 후 남은 찌꺼기 청소와 폐기까지 포함인지 확인하세요.
- 기존 실리콘을 전부 제거하는지, 들뜬 부분만 제거하는지
- 곰팡이와 물때를 닦고 시공면을 건조하는지
- 욕실용 실리콘의 제품명과 색상을 무엇으로 쓰는지
- 시공 길이와 모서리·샤워부스 등 포함 위치가 어디까지인지
- 기본 출장비, 자재비, 폐기물 처리비가 총액에 포함됐는지
건조 시간도 물어봐야 합니다. 젖은 면을 닦자마자 바로 실리콘을 쏘는 일정이라면 작업 조건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공 뒤 언제부터 물을 써도 되는지는 제품과 시공 두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업체가 사용한 제품 기준으로 안내받으세요. 표면이 손에 묻지 않는 시점과 물을 사용해도 되는 시점은 같지 않습니다.
추가금이 붙는 조건은 방문 전에 정하세요
현장에서 자주 부딪히는 말이 ‘여기는 별도입니다’입니다. 욕조만 요청했는데 세면대 뒤도 같이 해달라고 하면 추가 비용이 생기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반대로 처음부터 욕조 둘레 전체 사진을 보냈는데 모서리 두 곳을 별도라고 한다면 범위를 다시 따져야죠. 견적서에 위치와 길이가 빠져 있으면 양쪽 모두 기억에 기대게 됩니다.
예를 들어 A업체가 욕조 둘레 3m에 10만 원, B업체가 7만 원을 불렀다고 해보죠. B업체가 현장에서 제거비 3만 원과 출장비 2만 원을 더 받는 조건이라면 실제 비교 금액은 12만 원입니다. 이 숫자는 시세가 아니라 견적을 읽는 예시입니다. 총액과 포함 항목을 같은 줄에 놓고 봐야 싼 견적인지 알 수 있습니다.
오래된 실리콘을 걷었을 때 틈이 예상보다 깊거나 주변 타일이 흔들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때 바로 추가 작업을 맡길 필요는 없습니다. 문제 부위를 사진으로 보여 달라고 하고, 필요한 작업·추가 금액·작업 후 상태를 설명받은 다음 결정하면 됩니다. 특히 타일 보수나 누수 수리는 실리콘 시공과 별개 항목으로 금액을 받아 두는 편이 분쟁을 줄입니다.
완료 사진과 하자 접수 방법까지 받아 두세요
작업이 끝나면 물을 쓰기 전에 실리콘 선을 한 바퀴 확인합니다. 중간에 비어 보이는 곳은 없는지, 모서리가 끊기지 않았는지, 옆 타일과 욕조에 실리콘이 과하게 번지지 않았는지 보면 됩니다. 색상이나 마감이 약속과 다르면 이때 바로 말하는 게 수월합니다. 현장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들뜸은 사용을 시작한 뒤 발견될 수도 있으니 전후 사진도 남겨 두세요.
견적서나 문자에는 하자가 생겼을 때 누구에게 연락할지, 어떤 경우 재시공 대상인지, 접수 가능한 기간을 적어 두는 게 좋습니다. ‘AS 가능’이라는 말만으로는 범위가 모호합니다. 들뜸이나 누락처럼 시공 상태와 관련된 문제인지, 이후의 충격이나 별도 누수로 생긴 문제인지도 구분해야 합니다. 문제가 생기면 발견 날짜와 부위 사진을 보내고, 원래 약속한 시공 범위와 비교해 보수를 요청하세요.
욕실 실리콘은 선 하나를 예쁘게 긋는 일처럼 보이지만, 비용 차이는 그 선을 긋기 전 작업에서 많이 납니다. 저는 몇만 원 차이보다 제거 범위와 건조, 추가금 조건이 분명한 견적을 더 믿습니다. 그 내용이 적혀 있으면 작업을 맡기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같은 일을 떠올릴 수 있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