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굴업도에 들어가는 배를 기다릴 때면 늘 돌아오는 표부터 다시 보게 됩니다. 섬에서 몇 시간을 걷느냐보다 어느 배로 나올 수 있느냐가 일정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굴업도 여행은 당일치기보다 1박 2일로 잡는 편이 낫습니다. 배가 닿은 뒤 숙소에 짐을 두고 큰말해변과 개머리언덕을 걷고, 다음 날 날씨와 출항 시간을 보며 목기미해변 쪽으로 움직이면 무리가 적습니다.
배표는 들어가는 편과 나오는 편을 함께 잡는다
굴업도에는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에서 해누리호를 타고 가는 길과 덕적도 진리항에서 외곽 섬을 도는 배로 갈아타는 길이 있습니다. 덕적도를 거치는 편은 먼저 덕적도행 표를 확보한 뒤 굴업도행 배와 환승 시간이 맞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덕적도까지 갈 수 있다’와 ‘그날 굴업도까지 들어갈 수 있다’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날짜의 홀짝도 중요합니다. 대부해운이 안내하는 덕적도 출발 항로는 홀수일에 문갑도 다음으로 굴업도에 닿고, 짝수일에는 지도·울도·백아도 등을 거친 뒤 굴업도에 닿습니다. 같은 구간이라도 배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크게 달라집니다. 인천에서 출발하는 해누리호 역시 날짜에 따라 기항 순서가 달라집니다. 예전에 저장한 시간표 대신 여행 날짜를 넣은 예매 화면에서 도착 시각과 귀항 시각을 각각 확인하는 게 정확합니다.
제가 표를 잡을 때 순서는 이렇습니다. 왕복 승선권을 먼저 보고, 그다음 민박에 방과 식사를 묻습니다. 돌아오는 배가 이른 날에는 다음 날 긴 산행을 넣지 않습니다. 선박 검사나 물때에 따른 시간 변경도 있으니 출발 전날에는 선사 공지를, 출항 당일에는 운항 여부를 다시 확인합니다. 신분증도 배낭 바깥주머니에 넣어두는 편이 마음이 편합니다.
선착장에서 큰말까지, 첫날은 개머리언덕
배에서 내리면 숙소가 모인 큰말 쪽으로 갑니다. 이 섬에서는 육지 여행처럼 택시를 불러 코스를 이어 붙이기 어렵습니다. 민박에서 선착장 이동을 도와주는지 예약할 때 물어보고, 걷는다면 짐 무게를 줄이는 게 좋습니다. 숙소에 짐을 놓은 뒤 큰말해변으로 나가면 바다를 왼편에 두고 섬의 서쪽 능선으로 향하는 길이 잡힙니다.
큰말해변 서쪽 끝 등산로로 올라 개머리언덕까지 다녀오는 동선이 첫날에 잘 맞습니다. 길의 높낮이만 보면 어려워 보이지 않지만, 그늘이 드물고 바람을 피할 곳도 많지 않습니다. 배가 늦게 닿았는데 해 질 녘 풍경까지 보겠다고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 발밑을 더 잘 봐야 하는 구간도 있습니다. 밝을 때 돌아올 만큼만 걷고, 바람이 거세면 능선 끝까지 가려던 계획을 줄입니다.
개머리언덕에 서면 굴업도의 낮은 풀밭과 바다가 한꺼번에 보입니다. 다만 백패킹 사진에서 보던 한적한 초지를 주말마다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걷기 위해 온 사람이라면 평일이 편하고, 조용히 쉬는 것이 목적이라면 사람이 몰리는 계절의 주말은 피하는 편이 낫습니다. 야영을 생각한다면 그날의 이용 가능 여부와 현장 안내를 먼저 확인하고, 물과 쓰레기는 스스로 책임져야 합니다.
다음 날 목기미해변은 배 시간에 맞춰 걷는다
다음 날은 아침 식사 뒤 목기미해변 방향으로 걷습니다. 인천투어가 소개하는 낭개머리 능선길은 큰말과 목기미해변을 지나 덕물산까지 이어지는 약 5.5㎞ 코스입니다. 안내된 소요 시간은 약 1시간 40분이지만, 섬에서는 사진을 찍거나 모래 구간을 건너는 시간이 더해집니다. 돌아오는 배에 맞춰 숙소에서 짐을 찾아야 한다면 안내 시간 그대로 일정을 짜지 않는 게 안전합니다.
목기미해변은 모래가 섬의 양쪽 바다를 잇는 자리입니다. 인천관광공사 안내에도 물이 들어오면 낮은 ‘목’ 부분이 잠긴다고 나옵니다. 그래서 해변 너머까지 걸을 생각이라면 간조 시각뿐 아니라 다시 물이 차는 시간까지 봐야 합니다. 덕물산이나 코끼리바위를 한꺼번에 묶으면 이동 거리가 늘어납니다. 첫 방문에 배 시간이 빠듯하다면 목기미해변에서 되돌아오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바위와 해안 쪽은 파도가 높거나 바닥이 젖어 있으면 접근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저는 배 타는 날 아침에 코스를 욕심내지 않습니다. 선착장으로 돌아갈 시간, 숙소에서 짐을 챙길 시간, 예상보다 느려지는 걸음을 따로 계산합니다. 결항 가능성이 보이면 걷기보다 민박과 선사에 다음 운항을 확인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섬에서 하루 더 머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상비약과 여분의 옷을 챙겨두면 마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숙소와 계절을 고를 때 볼 것
굴업도 숙박은 큰말의 민박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편합니다. 인천 섬포털은 섬에 민박이 10여 곳 있다고 안내합니다. 방을 예약할 때는 숙박비만 묻지 말고 저녁·아침 식사 제공 여부, 선착장 픽업, 샤워 시설, 결항 때 하루를 더 묵을 수 있는지도 함께 확인합니다. 가게 선택지가 많은 섬은 아니어서 필요한 간식과 개인 세면도구는 출발 전에 챙기는 편이 낫습니다.
여름에는 해변을 오래 걸을 수 있지만 햇볕을 가릴 곳이 적고 성수기 배표와 방이 빨리 찹니다. 봄·가을은 걷기 좋지만 바람이 강하면 체감온도가 크게 떨어집니다. 비수기에는 한적한 대신 식사나 숙박 운영이 달라질 수 있어 전화 확인이 필요합니다. 어느 계절이든 바다 날씨가 육지 예보와 같다고 생각하면 일정이 꼬이기 쉽습니다.
굴업도는 많은 곳을 찍고 나오는 여행자보다, 배 시간에 맞춰 한 길을 천천히 걷는 사람에게 맞습니다. 제게도 오래 남은 건 능선에서 본 풍경만이 아니라, 돌아갈 배를 기다리며 큰말해변에 잠깐 앉아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