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멸치볶음을 만들면 같은 재료를 써도 한쪽은 촉촉하고, 다른 쪽은 식자마자 딱딱해집니다. 차이는 대개 마지막에 불을 끄는 시점이에요. 정호영 셰프가 공개한 멸치볶음은 마른 팬에서 멸치를 먼저 볶고, 기름으로 코팅한 뒤 양념을 순서대로 넣습니다. 저는 이 순서를 지키되, 집에서 쓰는 멸치의 짠맛과 팬의 열기에 맞춰 조절하는 방법까지 적어볼게요.
멸치 100g에 맞춘 재료와 계량
볶음용 잔멸치 100g을 기준으로 합니다. 밥숟가락 한 큰술은 15ml로 잡고, 설탕은 수북하게 쌓지 말고 평평하게 담아주세요. 멸치는 제품마다 짠맛이 달라서 양념을 재기 전에 한두 마리 먼저 먹어보는 게 좋습니다.
- 볶음용 잔멸치 100g
- 식용유 3큰술, 설탕 1큰술
- 맛술 2큰술, 물엿 2큰술, 간장 1큰술
- 통깨 1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이내
- 청양고추 2개는 선택
고추를 빼면 아이와 함께 먹기 좋습니다. 맛술이 없다면 물 1큰술로 양념이 퍼질 정도의 수분만 보태고, 물엿이 없다면 올리고당 2큰술을 쓸 수 있어요. 다만 대체 재료를 쓰면 식었을 때의 끈기와 단맛이 조금 달라집니다. 이때 설탕을 더 넣기보다 완성 후 맛을 보고 조절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멸치가 50g이라면 양념도 모두 절반으로 줄이고, 볶는 시간도 멸치 상태를 보며 짧게 잡으세요.
마른 팬부터 시작하는 순서
먼저 멸치에서 부스러기를 가볍게 털어냅니다. 씻을 필요는 없어요. 다만 맛을 봤을 때 짠맛이 강해 그대로 볶기 어렵다면 끓는 물에 아주 짧게 데친 뒤 체에 밭쳐 물기를 충분히 빼세요. 물기가 남은 멸치는 볶는 시간이 길어지고 양념도 묽어집니다. 데친 경우에는 마른 팬에서 수분이 사라질 때까지 볶는 데 조금 더 시간이 걸립니다.
넓은 팬에 기름을 두르지 않고 멸치를 넣습니다. 약불에서 2~3분, 주걱으로 천천히 뒤집으며 볶아주세요. 멸치가 한결 가볍게 움직이고 눅눅한 냄새가 줄어들면 다음 단계로 갑니다. 팬이 작아 멸치가 두껍게 쌓이면 고르게 마르지 않으니 두 번에 나눠 볶는 게 편합니다. 센 불에서 빨리 끝내려고 하면 가는 멸치부터 누렇게 타고 쓴맛이 납니다.
이제 식용유 3큰술을 넣고 약불에서 30초~1분 정도 섞습니다. 멸치 표면에 기름을 먼저 입히는 순서예요. 곧바로 젖은 양념을 붓는 것보다 멸치가 한곳에 뭉치는 일을 줄여줍니다. 설탕 1큰술을 팬 전체에 고르게 뿌리고 주걱으로 가볍게 뒤집어주세요. 설탕을 한곳에 쏟아두면 바닥에서 먼저 녹아 갈색으로 타기 쉽습니다.
맛술 2큰술과 물엿 2큰술을 넣고 멸치를 뒤집어 양념을 입힙니다. 맛술이 들어가면 잠시 지글거리는데, 이때 불을 올려 바싹 졸일 필요는 없어요. 30초쯤 섞은 다음 간장 1큰술을 팬 가장자리에 둘러 넣고 다시 가볍게 섞습니다. 간장이 고르게 묻고 팬 바닥에 흥건한 양념이 보이지 않으면 불을 끄세요. 뜨거운 팬에 계속 두면 잔열로도 더 졸아드니 그릇으로 옮기는 편이 좋습니다.
식은 뒤 딱딱해지는 이유와 수습법
제가 예전에 자주 실수한 부분도 마지막 1분이었습니다. 뜨거울 때는 멸치가 부드러워 보여서 양념이 더 없어질 때까지 볶았는데, 식고 나면 한 덩어리로 굳더군요. 물엿과 설탕이 들어간 볶음은 식으면서 점도가 올라갑니다. 팬에서 볼 때 살짝 촉촉한 정도에서 멈춰야 식은 뒤 먹기 좋은 상태가 됩니다.
이미 딱딱해졌다면 억지로 부수지 말고, 팬에 멸치 100g 기준 물 1큰술을 넣어 아주 약불로 20~30초만 데워보세요. 뭉친 부분이 풀리면 바로 불을 끄고 넓게 펼쳐 식힙니다. 물을 많이 넣으면 바삭함은 사라지고 양념만 묽어지니 한 숟가락부터 시작해야 해요. 반대로 볶음이 축축하다면 처음부터 센 불로 졸이지 말고 약불에서 20초씩 더 섞어 상태를 확인하세요.
완성한 뒤 너무 짜다면 설탕을 더 넣어 짠맛을 덮기보다, 간하지 않고 마른 팬에 볶은 멸치를 20~30g 섞는 편이 낫습니다. 매운맛이 과할 때도 같은 방법이 통합니다. 바닥에서 탄 냄새가 난다면 긁어 섞지 말고 윗부분만 새 팬으로 옮기세요. 탄맛은 양념을 추가해도 잘 가려지지 않습니다.
고추와 참기름은 불을 끈 뒤에
통깨는 불을 끈 직후 넣고 섞습니다. 청양고추를 쓴다면 송송 썬 뒤 키친타월로 표면 물기를 눌러 빼고, 잔열이 남은 멸치에 넣으세요. 고추를 처음부터 함께 볶으면 수분이 나와 멸치가 눅눅해질 수 있습니다. 참기름은 마지막에 1작은술 이내로 둘러 향만 더합니다. 많이 넣으면 멸치 고유의 고소함보다 기름 맛이 앞설 수 있어요.
다 볶은 멸치는 넓은 접시에 펼쳐 한김 식힌 다음 밀폐 용기에 담습니다. 뜨거운 채로 뚜껑을 닫으면 안쪽에 맺힌 수분 때문에 식감이 쉽게 달라집니다. 저는 멸치볶음을 만들 때 양념의 양보다 불 앞에서 멈추는 순간을 더 신경 씁니다. 마른 팬에서 천천히 시작하고, 간장이 고루 묻으면 바로 불을 끄는 것. 그 작은 차이가 다음 끼니에도 집어 먹기 좋은 멸치볶음을 만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