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제육볶음을 만들면 같은 양념을 써도 결과가 꽤 달라집니다. 한쪽 팬에서는 고기에 양념이 착 붙는데, 다른 쪽은 국물이 흥건해져요. 대개 양념 비율보다 팬에 넣는 순서와 불 세기가 달랐습니다. 정호영 셰프의 제육볶음은 양념을 먼저 섞어 고기에 버무리고, 대파와 양파를 볶은 뒤 고기를 넣는 방식이라 집에서도 따라가기 좋습니다.
정호영 제육볶음 재료와 집에서 쓰기 좋은 계량
정호영의 오늘도 요리에 소개된 재료는 돼지고기 뒷다리살 600g, 대파 1대, 양파 1/2개, 양배추 4~5장입니다. 양념은 설탕·고춧가루·맛술·간장·고추장을 같은 양으로 넣고, 다진 마늘은 그보다 조금 적게 넣습니다. 영상에서는 국자로 계량하는데 집마다 국자 크기가 다르죠. 아래 분량은 그 비율을 바탕으로 제가 일반 밥숟가락 계량에 맞춰 잡은 양입니다. 영상의 국자 한 번과 같은 양이라는 뜻은 아니에요.
- 돼지고기 뒷다리살 불고기용 600g
- 대파 1대, 양파 1/2개, 양배추 4~5장
- 설탕·고춧가루·맛술·진간장·고추장 각 2큰술
- 다진 마늘 1큰술과 1작은술, 후춧가루 1/4작은술
- 식용유 1큰술, 참기름 1작은술, 깨 약간
큰술은 15mL, 작은술은 5mL 기준입니다. 밥숟가락을 쓴다면 양념을 매번 같은 숟가락으로 평평하게 떠야 맛이 덜 흔들려요. 특히 고추장은 수북하게 뜨면 간이 쉽게 세집니다. 뒷다리살 대신 앞다리살을 써도 좋고, 지방이 많은 삼겹살이라면 식용유를 빼고 팬에서 나온 기름을 보며 볶으면 됩니다. 양배추가 없다면 양파를 1/2개 더 넣으세요. 다만 양배추를 넣었을 때보다 단맛과 수분이 조금 덜 나옵니다.
채소를 썰고 양념을 먼저 섞는 이유
고기는 길게 붙은 조각을 떼어 한입 크기로 자릅니다. 두꺼운 조각은 0.5cm 안팎으로 썰어야 다른 고기와 비슷한 때에 익어요. 대파는 어슷하게 1cm 폭으로, 양파는 0.5cm 폭으로 썰고, 양배추는 3cm 정도의 먹기 좋은 크기로 자릅니다. 씻은 양배추에 물이 많이 남아 있으면 볶음이 쉽게 묽어지니 체에 받쳐 물기를 빼주세요.
설탕부터 고추장까지 다섯 가지 양념을 한 그릇에 넣고 덩어리 없이 섞은 뒤 다진 마늘과 후추를 넣습니다. 여기에 고기를 넣어 골고루 버무려요. 10분 정도 두는 동안 채소를 손질하면 충분합니다. 제가 예전에 고기를 볶으면서 양념을 하나씩 넣어본 적이 있는데, 고춧가루가 팬 바닥에 먼저 닿아 타고 설탕은 한쪽에 뭉쳤습니다. 양념을 미리 섞으면 볶는 동안 불 조절에 집중할 수 있어요.
팬에서는 대파와 양파부터 볶습니다
지름 28cm 안팎의 넓은 팬을 중강불로 1분가량 데운 뒤 식용유 1큰술을 두릅니다. 대파와 양파를 넣고 1~2분 볶아 가장자리에서 향이 올라오면 양념한 고기를 넣으세요. 채소를 먼저 볶으면 기름에 향이 배고, 처음부터 양념한 고기와 한꺼번에 넣었을 때보다 파가 타기 어렵습니다. 고기는 팬에 넣자마자 계속 뒤집지 말고 30초쯤 펼쳐 둔 다음 큰 조각부터 떼어가며 볶습니다.
고기가 겹쳐 쌓여 있다면 두 번에 나눠 볶는 편이 낫습니다. 팬이 꽉 차면 온도가 떨어지고 고기에서 나온 물이 고여 볶음보다 끓임에 가까워지거든요. 한 번에 볶을 때는 팬 바닥에 고인 액체가 보글보글 끓기만 하는지 살펴보세요. 그 상태가 길어지면 불을 조금 올리고 고기를 넓게 펼칩니다. 반대로 양념 냄새가 매캐해지거나 바닥이 검게 붙기 시작하면 바로 중불로 낮추고 주걱으로 바닥을 긁어주세요.
고기 겉면의 붉은빛이 대부분 사라지고 양념이 끓어오르면 양배추를 넣습니다. 양배추를 뒤늦게 넣어야 아삭함이 남고, 그때 나오는 수분이 걸쭉해진 양념을 풀어줍니다. 중강불에서 2~3분 더 볶되, 두꺼운 고기 한 조각을 잘라 가운데까지 익었는지 확인하세요. 팬 바닥을 주걱으로 밀었을 때 양념이 잠깐 갈라졌다가 천천히 모이면 밥에 비비기 좋은 농도입니다. 불을 끈 다음 참기름과 깨를 넣으면 향이 살아납니다.
물이 생기거나 양념이 탔을 때 수습하는 법
국물이 많이 생겼다면 물이나 고추장을 더 넣기 전에 뚜껑을 열고 중강불에서 1~2분 졸이세요. 양배추가 숨이 죽은 뒤에도 물기가 많으면 고기와 채소를 잠시 접시에 건져내고 양념만 졸인 뒤 다시 합치는 방법도 있습니다. 고기까지 오래 끓여 수분을 날리려 하면 뒷다리살이 퍽퍽해지기 쉬워요.
바닥이 살짝 붙었다면 불을 낮추고 물 1큰술만 팬 가장자리에 넣어 주걱으로 풀어줍니다. 물을 한 컵씩 붓던 때에는 탄맛은 남고 제육만 싱거워졌어요. 이미 검게 탄 부분은 긁어 섞지 말고 멀쩡한 고기부터 다른 팬으로 옮기는 게 낫습니다. 맛을 봤을 때 너무 달면 간장 1작은술과 고춧가루 1작은술을 섞어 조금씩 더하고, 짜다면 양파나 양배추를 한 줌 추가해 잠깐 볶으세요. 이때도 양념을 한꺼번에 더하기보다 한 번 맛보고 양을 조절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고기를 300g만 쓴다면 양념과 채소도 절반으로 줄이면 됩니다. 팬은 작은 것으로 바꾸거나 볶는 시간을 짧게 잡으세요. 제육볶음은 양념 숫자를 외우는 것보다 팬에 고인 물과 양념의 농도를 보는 순간 훨씬 편해집니다. 밥 위에 올렸을 때 고기 사이로 양념이 조금 스며들고 접시 바닥에 국물이 흥건하지 않다면, 집에서 먹기 좋은 제육볶음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