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오래된 협탁을 다시 칠했는데, 페인트를 바르는 시간보다 손잡이를 떼고 묵은 기름때를 닦는 시간이 더 길었습니다. 가구리폼을 처음 하면 색부터 고르게 되죠.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칠이 벗겨지는 이유는 대개 색이나 붓 솜씨보다 바탕면에 있습니다. 작은 협탁 하나라면 주말 이틀을 잡고, 첫날은 준비와 칠, 둘째 날은 건조 상태를 확인하는 정도가 현실적입니다.
칠하기 전에 가구 상태부터 확인합니다
처음에는 서랍장 전체보다 협탁이나 작은 선반이 다루기 편합니다. 상판이 흔들리거나 나사가 헛돌면 페인트를 발라도 쓰기 불편한 가구 그대로예요. 서랍을 열고 닫아 보고, 다리와 연결 부위를 손으로 밀어 보세요. 부풀어 오른 합판이나 물에 젖어 들뜬 표면은 칠만으로 평평해지지 않습니다. 그런 곳은 수리할 범위를 먼저 판단해야 합니다.
재질도 봐야 합니다. 원목은 표면을 고르게 사포질하기가 비교적 쉽지만, 시트지가 붙은 가구는 모서리의 들뜸이 문제입니다. 손톱이 들어갈 만큼 시트지가 떠 있다면 그 위에 바로 칠하지 않습니다. 붙일 수 있는 부분은 다시 고정하고, 심하게 뜬 부분은 제거한 뒤 단차를 메워야 칠한 자국이 덜 보입니다. 얇은 무늬목은 세게 갈면 아래 바탕이 드러나니 특히 조심하고요.
준비물과 비용은 이 정도를 잡습니다
작은 협탁 한 개를 수성 페인트로 칠한다고 가정하면 중성세제와 걸레, 180~240방 사포, 마스킹테이프, 보양 비닐, 작은 롤러와 붓, 하도용 프라이머, 가구용 페인트가 필요합니다. 찍힌 곳이 있으면 목재용 퍼티와 헤라를 더합니다. 소모품과 페인트를 새로 사는 경우 재료비는 대략 5만~10만 원을 예상합니다. 페인트 용량, 손잡이 교체 여부, 이미 가진 도구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전동 샌더는 협탁 하나 때문에 살 필요가 거의 없습니다. 평평한 상판은 사포를 감싼 샌딩 블록으로도 작업할 만합니다. 반대로 문짝이 여러 개 달린 장이나 넓은 식탁을 손으로만 갈면 체력이 먼저 떨어집니다. 이런 규모라면 샌더를 빌리는 편이 낫습니다. 분진이 생기므로 방진 마스크와 보안경을 쓰고, 주변 물건도 비닐로 가려 둡니다.
닦고 갈고 얇게 칠하는 순서
손잡이와 분리할 수 있는 문짝을 먼저 떼고 나사 위치를 봉투에 적어 둡니다. 다음은 세척입니다. 손이 자주 닿는 모서리에는 눈에 안 보여도 기름때가 남아 있어요. 중성세제로 닦은 뒤 물걸레로 세제기를 걷어 내고 완전히 말립니다. 젖은 채로 사포질하면 가루가 뭉쳐 표면에 달라붙습니다.
사포질은 기존 칠을 전부 벗겨 내기보다 표면의 광을 고르게 죽인다는 느낌으로 합니다. 손으로 만졌을 때 매끈하지만 미끄럽지는 않은 정도가 좋습니다. 모서리를 너무 오래 갈면 아래 재질이 드러나기 쉬우니 힘을 줄이고요. 가루는 청소기와 살짝 젖은 천으로 없앤 뒤 충분히 건조합니다. 이 단계에서 먼지가 남으면 첫 칠부터 오돌토돌해집니다.
표면에 맞는 프라이머를 얇게 한 번 바르고, 제품에 적힌 재도장 시간을 지킵니다. 특히 시트지나 매끈한 기존 도장면은 프라이머의 접착력이 중요합니다. 페인트도 두껍게 한 번 바르기보다 얇게 두 번 바르는 편이 붓 자국과 흘러내림을 줄입니다. 넓은 면은 작은 롤러로, 모서리는 붓으로 칠합니다. 한 면을 여러 번 되문지르면 반쯤 마른 칠이 다시 일어나니 손을 떼는 타이밍도 중요합니다.
막히기 쉬운 곳은 건조와 재조립입니다
칠이 손에 묻지 않는다고 바로 물건을 올리면 자국이 남을 수 있습니다. 겉마름과 충분한 경화는 달라요. 재도장 시간과 사용 가능 시점은 제품 표시를 따르고, 서랍이나 문짝을 달 때도 맞닿는 면이 끈적이지 않는지 확인합니다. 저는 급하게 서랍을 끼웠다가 앞판 가장자리의 칠을 벗겨 낸 적이 있습니다. 하루를 더 기다리는 편이 다시 칠하는 것보다 빠르더군요.
칠한 뒤 작은 점이 보이면 완전히 마른 다음 고운 사포로 살짝 다듬고 그 부분을 얇게 다시 칠합니다. 반면 넓게 벗겨진다면 덧칠부터 하지 말고 세척이나 프라이머가 빠진 곳이 없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오래된 가구의 기존 도막을 무작정 강하게 갈거나, 정체를 알 수 없는 도료를 실내에서 벗겨 내는 작업은 피합니다. 환기가 어려운 공간이라면 작업 날짜부터 다시 잡는 게 낫습니다.
조명이 붙은 가구의 배선이나 콘센트까지 손봐야 한다면 가구리폼 범위에서 빼고 전기 전문가에게 맡깁니다. 물이 닿아 부푼 싱크대 하부장도 누수 원인을 먼저 해결해야 하고요. 처음 만든 협탁이 공장에서 나온 것처럼 반듯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서랍이 잘 닫히고, 손을 얹는 상판의 칠이 오래 버티면 그 작업은 충분히 값어치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