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재에 새긴 의병의 혼

모래재에 새긴 의병의 혼

괴산 모래재에 남은 항일의 역사

충청북도 괴산군 사리면 수암리의 모래재에는 대한제국 말기 국권을 되찾고자 목숨을 걸었던 의병들의 치열한 항일 정신이 남아 있다. 평소에는 차량이 오가는 고갯길로 보이지만, 이곳은 나라를 지키려 했던 선열들의 희생과 충정을 되새길 수 있는 역사 현장이다.

모래재 의병격전 유적지는 1908년 5월 한봉수 의병장과 의병들이 일제 군우편물 호송대를 습격해 큰 전과를 거둔 곳이다. 당시 한봉수 의병장은 이정구를 비롯한 의병 9명을 지휘해 작전을 펼쳤다. 오늘날의 평범한 도로 주변에 100여 년 전 항일 투쟁의 흔적이 나란히 자리한다는 점에서 더욱 깊은 의미를 지닌다.

한봉수 의병장의 항일 투쟁

한봉수 선생은 1907년 군대가 강제로 해산되자 의병 활동에 뛰어들었다. 이후 100여 명 규모의 부대를 조직해 충청도와 강원도 일대를 중심으로 활동했으며, 모두 33차례의 격전을 치르며 항일 투쟁을 이어갔다.

그의 독립운동은 의병 활동에만 머물지 않았다. 1919년 3·1운동 당시에도 만세 시위를 주도했고, 그 과정에서 옥고를 치렀다. 정부는 한봉수 선생의 공훈을 기려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이는 국권 회복과 독립을 향한 오랜 헌신을 국가가 공식적으로 기린 것이다.

모래재의 역사는 나라가 위기에 놓였을 때 스스로 나선 의병들의 결단이 오늘의 평화와 자유를 떠받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거창한 설명이 없어도 이곳에 남은 기록만으로 당시 의병들이 감당해야 했던 위험과 희생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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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에 세워진 유적비

괴산군은 모래재에서 전개된 항일구국 운동을 기념하고 선열들의 우국충정을 후대에 전하기 위해 1984년 유적비를 건립했다. 높이 3미터 규모의 모래재의병격전유적비는 나지막한 돌계단 위에 세워져 있다.

자연석의 형태를 살린 비석은 단단하고 묵직한 인상을 준다. 전면에는 힘 있는 한자체의 명문이 새겨져 있으며, 뒤편에는 당시의 역사적 배경과 격전 과정을 설명한 동판이 부착돼 있다. 방문객은 비석 앞과 뒤를 차례로 살펴보며 모래재 전투의 의미와 의병들의 희생을 확인할 수 있다.

유적비 주변에는 소나무와 계절에 따라 빛깔이 달라지는 나무들이 어우러져 있다. 가을이 깊어질 무렵에는 단풍이 더해져 한적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한쪽에 설치된 태극기 게양대도 유적지의 상징성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현재의 도로와 과거의 격전지

유적비 옆에는 모래재 터널로 이어지는 왕복 도로가 놓여 있다. 차량이 계속 오가는 도로와 언덕 위에서 조용히 자리를 지키는 유적비가 한 장면 안에 함께 들어온다. 분주한 현재와 치열했던 과거가 맞닿은 풍경이다.

도로의 움직임과 유적지의 정적은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유적비 주변은 화려한 시설보다 역사적 기록과 자연경관을 중심으로 정돈돼 있다. 비석에 새겨진 글과 동판의 설명을 천천히 읽으면 모래재가 단순한 고갯길이 아니라 항일 의병 투쟁의 현장이었다는 사실이 선명해진다.

오늘의 일상이 저절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자신을 내던진 선열들의 희생 위에 세워졌다는 점을 일깨우는 장소다. 괴산군이 세운 유적비는 그 희생을 잊지 않고 다음 세대에 전하는 공적 기억의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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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 정신을 되새기는 역사기행

모래재 의병격전 유적지는 국가보훈부 지정 현충시설로 소개되는 곳이다. 규모가 크거나 볼거리가 많은 관광지는 아니지만, 의병 항쟁의 의미를 차분히 돌아보려는 역사기행지로서 가치가 크다.

방문객들은 돌계단을 올라 유적비를 살펴보고, 뒤편 동판에 기록된 격전의 전말을 읽으며 선열들의 호국 정신을 되새길 수 있다. 푸른 소나무와 주변 산림이 감싸는 공간에서는 숙연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태극기와 유적비, 도로가 함께 보이는 풍경은 과거의 희생이 현재의 삶과 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도 전한다.

괴산을 지나며 우리 근현대사의 현장을 만나고 싶다면 모래재에 잠시 머물러볼 만하다. 유적비 앞에서 의병들의 이름과 행동을 되새기는 짧은 묵념은 이 장소의 의미를 이해하는 가장 차분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위치 정보

명칭모래재의병격전유적비
소재지충청북도 괴산군 사리면 수암리 산49-1
건립 연도1984년
규모높이 3미터
주요 의미1908년 5월 한봉수 의병장과 의병들의 항일 전투를 기념하는 유적지

모래재 터널로 이어지는 왕복 도로 가까이에 자리하므로 주변 교통 상황을 살피며 접근해야 한다. 유적비와 동판의 기록을 중심으로 관람하면 모래재 격전의 역사와 괴산 지역에 남은 의병 항쟁의 뜻을 한층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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