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인이 새 PC 부품을 골라 놓고는 케이스 앞에서 한참 멈춰 있더라고요. 마음에 드는 디자인은 찾았는데 그래픽카드가 들어갈지 확신이 없었던 거죠. PC케이스는 겉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실제로는 부품이 들어갈 공간과 공기가 지나는 길을 먼저 확인해야 오래 편하게 쓸 수 있습니다.
부품 크기부터 맞춰보기
케이스를 고르기 전에 메인보드, 그래픽카드, CPU 쿨러의 크기를 적어두면 선택이 훨씬 쉬워집니다. 메인보드는 흔히 ATX, 마이크로 ATX, 미니 ITX 규격으로 나뉩니다. 케이스 상품 설명의 ‘지원 메인보드’ 항목에 내 보드 규격이 있는지 먼저 보면 됩니다. 큰 케이스에 작은 보드를 넣는 건 가능한 경우가 많지만, 반대는 어렵습니다.
그래픽카드는 길이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카드 길이가 320mm라면 그래픽카드 장착 가능 길이가 딱 320mm인 케이스보다 여유가 있는 제품이 편합니다. 전면 팬이나 수랭 라디에이터를 달면 실제 사용 가능한 공간이 줄어들 수도 있거든요. 카드가 두꺼운 편이라면 아래쪽 팬이나 다른 확장 카드와 간섭이 없는지도 함께 봐야 합니다.
공랭 CPU 쿨러를 쓴다면 높이도 중요합니다. 쿨러 높이가 160mm인데 케이스의 허용 높이가 158mm라면 옆판이 닫히지 않습니다. 전원공급장치 역시 ATX나 SFX처럼 규격이 다르고, 작은 케이스에서는 길이 제한까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들어가겠지’ 싶은 부품일수록 숫자로 맞춰보는 게 안전합니다.
통풍은 팬 개수보다 공기 흐름
팬이 많이 달려 있다고 무조건 시원한 건 아닙니다. 앞이나 아래에서 찬 공기가 들어오고, 뒤나 위로 더운 공기가 빠져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전면이 촘촘하게 막힌 케이스와 공기가 통하는 메시 전면 케이스는 같은 팬을 써도 내부 공기 흐름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구성이라면 전면 흡기 팬 2개와 후면 배기 팬 1개부터 생각해 볼 만합니다. 다만 케이스 크기와 부품 발열에 따라 필요한 팬 수는 달라집니다. 팬이 처음부터 몇 개 제공되는지, 추가 장착 위치가 있는지 살펴보면 나중에 따로 사야 할 부품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팬 크기도 120mm와 140mm 등으로 나뉘니 장착 가능 규격을 확인해야 하고요.
먼지 필터는 은근히 체감되는 부분입니다. 특히 바닥 흡기구의 필터를 쉽게 빼서 청소할 수 있으면 관리가 한결 편합니다. 반려동물이 있거나 바닥에 PC를 두는 집이라면 필터 위치와 청소 방법을 조금 더 꼼꼼히 보는 게 좋습니다.
책상에 놓을 자리와 연결 단자 확인하기
미들타워라는 이름만 보고 크기를 짐작하기는 어렵습니다. 같은 분류라도 폭과 깊이가 제각각이라 책상 아래에 넣었을 때 다리 공간을 꽤 차지할 수 있습니다. 설치할 자리의 가로·세로·높이를 재고, 뒤쪽 케이블이 꺾이지 않을 공간과 위쪽 배기구 주변의 여유까지 생각해 두면 좋습니다. 측면 강화유리를 고른다면 어느 방향에서 내부가 보일지도 배치에 영향을 줍니다.
전면이나 상단의 USB 단자 위치도 사용 습관에 따라 중요해집니다. 케이스를 책상 위에 두면 상단 단자가 손에 잘 닿지만, 책상 아래 깊숙이 두면 전면 단자가 더 편할 수 있습니다. USB-C 단자를 쓰고 싶다면 케이스에 단자가 있는지만 보지 말고 메인보드에 연결할 수 있는 내부 헤더가 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저장장치를 여러 개 쓰는 사람은 2.5인치와 3.5인치 장착 공간을 세어보세요. 요즘은 작은 SSD 하나로 시작해도 나중에 사진이나 게임 파일 때문에 저장장치를 추가하는 일이 생깁니다. 케이블을 숨길 뒤쪽 공간과 케이블 고정 위치가 넉넉하면 조립할 때도, 청소할 때도 덜 번거롭습니다.
디자인과 가격을 비교할 때 놓치기 쉬운 것
비슷한 가격의 PC케이스 두 개를 비교한다면 기본 제공 팬, 먼지 필터, 전면 단자 구성을 나란히 적어보면 차이가 보입니다. 처음엔 저렴해 보여도 필요한 팬을 따로 사면 지출이 늘 수 있습니다. 반대로 조명이 들어간 팬이 많이 달려 있어도 조명을 쓰지 않는다면 내게 필요한 구성인지는 다시 생각해 볼 만합니다.
조립 편의도 살펴볼 만합니다. 옆판을 여는 방식, 선을 통과시키는 구멍, 전원공급장치 주변 공간은 사진이나 설명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처음 조립한다면 부품이 간신히 들어가는 작은 케이스보다 손을 넣을 여유가 있는 케이스가 수월합니다.
저라면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후보를 몇 개 고른 뒤 메인보드 규격, 그래픽카드 길이, 쿨러 높이, 설치할 자리 순서로 걸러낼 것 같습니다. 매일 눈에 보이는 물건이라 취향도 중요하지만, 잘 맞는 케이스를 고르면 조립하는 날부터 먼지 청소하는 날까지 차이가 느껴지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