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친구가 필라테스 첫 수업을 앞두고 운동복 사진을 한참 보내왔다. 예쁜 디자인은 많은데, 막상 어떤 옷이 수업 내내 편할지는 사진만 봐서는 알기 어렵다. 필라테스운동복은 서 있을 때보다 몸을 굽히고, 눕고, 다리를 들어 올릴 때의 느낌이 더 중요하다. 처음부터 여러 벌을 살 필요는 없다. 집에 있는 옷 중 움직이기 편한 옷으로 한 번 수업을 받아보면 내게 필요한 조건이 훨씬 선명해진다.
첫 수업은 몸에 적당히 붙는 옷이면 충분하다
필라테스에서는 강사가 무릎이나 골반의 방향을 보고 자세를 안내한다. 그래서 지나치게 넉넉한 바지는 다리의 움직임을 가리고, 통이 큰 상의는 누웠을 때 얼굴 쪽으로 올라올 수 있다. 그렇다고 몸을 꽉 조이는 옷을 입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팔을 머리 위로 뻗고 허리를 숙여도 제자리에 머무는 옷이면 된다.
처음이라면 평소 입던 운동용 티셔츠와 레깅스, 또는 발목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조거 팬츠 조합도 괜찮다. 티셔츠 밑단이 자꾸 움직인다면 하의를 덮는 길이의 슬림한 상의가 편할 수 있다. 조거 팬츠는 바짓단이 발에 걸리지 않는지 확인하면 좋다. 수업 방식이나 스튜디오 분위기를 모를 때는 새 옷을 사기보다 가진 옷으로 움직여 보는 편이 선택에 도움이 된다.
레깅스는 서 있을 때보다 움직일 때 확인한다
레깅스를 고를 때 가장 먼저 볼 것은 비침과 허리의 안정감이다. 거울 앞에서 가볍게 앉았다 일어나고, 상체를 숙여 보자. 원단이 늘어났을 때 속옷 색이 드러나거나 허리 부분이 돌돌 말린다면 수업 중에도 계속 신경 쓰일 가능성이 크다. 온라인으로 산 옷이라면 집에서 밝은 조명 아래 움직여 보는 것만으로도 차이를 느낄 수 있다.
허리선은 배를 무조건 세게 누르는 것보다 동작 중 내려가지 않는 정도가 편하다. 앉으면 숨쉬기 답답한데 서 있을 때만 딱 맞는다면 한 치수나 다른 디자인을 비교할 만하다. 길이도 살펴야 한다. 발목에 원단이 많이 쌓이면 발을 스트랩에 넣거나 기구를 오르내릴 때 거슬릴 수 있다. 키가 작은 편이라면 7부나 8부 길이가 오히려 발목까지 자연스럽게 오는 경우도 있다.
소재는 손으로 당겼을 때 잘 늘어나고 놓으면 형태가 돌아오는지 확인한다. 땀이 났을 때 축축한 느낌이 오래 남는 두꺼운 면 소재는 취향에 따라 불편할 수 있다. 반면 너무 얇고 미끄러운 원단도 매트에서 자세를 잡을 때 신경 쓰인다. 같은 레깅스라도 집에서 한두 가지 동작을 해보면 착용감이 생각보다 뚜렷하게 갈린다.
상의와 속옷은 누웠을 때 편해야 한다
상의는 팔을 들었을 때 밑단이 어디까지 올라오는지 보는 게 좋다. 매트에 누워 복부 운동을 할 때 옷이 목 쪽으로 밀리면 동작보다 옷매무새에 집중하게 된다. 크롭톱이 편한 사람도 있고, 엉덩이를 살짝 덮는 길이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내 몸에 맞는 기준은 거울 속 모습보다 실제로 움직였을 때의 안정감에 가깝다.
스포츠 브라나 브라탑은 어깨끈이 흘러내리지 않는지, 갈비뼈 주변을 지나치게 조이지 않는지 확인하자. 필라테스는 달리기처럼 큰 충격이 반복되는 운동은 아니지만, 옆으로 눕거나 몸통을 비트는 동작이 많다. 봉제선이나 패드 끝이 피부를 누르는 제품은 짧은 시간에도 거슬릴 수 있다. 상의를 입고 팔을 돌려 본 뒤 깊게 숨을 들이마셔 보면 압박감도 가늠하기 쉽다.
양말과 세탁까지 생각하면 오래 입기 편하다
스튜디오에 따라 맨발 수업을 하기도 하고 미끄럼 방지 양말을 권하기도 한다. 첫 수업 전에는 준비물 안내를 확인하면 된다. 양말이 필요하다면 바닥에 닿는 부분의 실리콘이 고르게 붙어 있고, 발 안에서 양말이 따로 돌지 않는 크기가 편하다. 너무 큰 양말은 발바닥에 미끄럼 방지 처리가 있어도 동작 중 헛돌 수 있다.
운동복을 자주 입을 계획이라면 세탁도 구매 기준에 넣어보자. 세탁 표시를 확인하고, 땀을 흘린 뒤에는 오래 뭉쳐 두지 않는 편이 냄새 관리에 좋다. 레깅스 한 벌만 계속 입기보다 수업 횟수에 맞춰 번갈아 입을 수 있으면 세탁 부담도 줄어든다. 처음에는 상의와 하의 한 벌씩으로 시작하고, 몇 번 입어 본 뒤 아쉬운 점을 기준으로 다음 옷을 고르면 된다.
필라테스운동복에서 마음에 드는 색과 디자인도 분명 즐거운 요소다. 다만 수업이 시작되면 가장 손이 가는 옷은 대개 허리를 올리거나 밑단을 잡아당길 일이 없는 옷이었다. 한 시간을 움직이는 동안 옷을 잊을 수 있다면, 그 옷은 이미 제 역할을 잘하고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