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사진 파일 이름을 수십 개 바꾸다가 같은 단축키를 계속 누르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손은 바쁜데 머리는 이미 딴생각을 하고 있더라고요. 이런 반복 작업이 많다면 매크로키보드가 꽤 쓸 만합니다. 자주 쓰는 명령을 별도 키에 넣어두고 한 번 눌러 실행하는 작은 키보드입니다.
먼저 반복하는 동작부터 찾아보세요
매크로키보드를 고르기 전에 평소 작업을 10분만 관찰해 보세요. 복사와 붙여넣기처럼 이미 손에 익은 단축키보다, 매번 메뉴를 열어 찾아가는 명령이 좋은 후보입니다. 예를 들어 영상 편집 중 자주 쓰는 자르기와 재생·일시정지, 문서 작업 중 제목 스타일 적용, 화상회의 중 마이크 음소거가 그렇습니다.
여기서 매크로는 두 가지로 생각하면 편합니다. 하나는 키 하나에 기존 단축키를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다른 하나는 여러 입력을 순서대로 실행하는 방식이고요. 처음에는 단축키 하나씩만 넣는 편이 좋습니다. 복잡한 동작을 한꺼번에 묶으면 중간에 예상과 다른 창이 열렸을 때 어디서 잘못됐는지 찾기 어렵습니다.
매일 쓰는 작업 세 가지만 적어도 필요한 키 수가 대략 보입니다. 같은 프로그램에서 명령 여섯 개를 반복한다면 키가 많은 제품보다 손이 닿기 쉬운 작은 배열이 편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편집 프로그램과 회의 도구를 오가며 쓴다면 키 수보다 프로그램별 설정을 바꿀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집니다.
키 수보다 배치와 설정 방식을 보세요
키가 많을수록 할 수 있는 일은 늘지만, 처음에는 어느 키가 무슨 기능인지 외우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6개 키라면 자주 누르는 명령을 한눈에 두기 쉽고, 12개 키라면 작업별로 묶을 여유가 생깁니다. 이 숫자는 예시일 뿐이니 실제로 필요한 명령을 세어본 뒤 고르는 게 낫습니다.
손이 가장 자주 가는 키는 가운데나 검지에 가까운 자리에 놓아보세요. 실수로 누르면 곤란한 명령은 모서리로 빼두고요. 저는 파일 저장처럼 자주 쓰는 기능은 손 가까이에, 삭제나 전송처럼 되돌리기 번거로운 기능은 떨어진 곳에 두는 편이 마음이 편합니다. 키에 붙일 수 있는 라벨이나 화면 표시가 있다면 기능을 외우는 부담도 줄어듭니다.
설정 프로그램도 확인할 부분입니다. 키 조합을 직접 지정할 수 있는지, 여러 설정을 저장할 수 있는지, 쓰는 운영체제에서 작동하는지를 살펴보면 됩니다. 직장 컴퓨터처럼 프로그램 설치가 제한된 환경이라면 설정한 내용을 키보드 자체에 저장할 수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제품 설명에 매크로 기능이 있다고 적혀 있어도 설정 방식은 제품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여섯 칸만 채워도 충분합니다
빈 키를 전부 채우려고 하면 오히려 손이 멈춥니다. 우선 작업 하나를 골라 4~6개 정도만 배치해 보세요. 문서 작업이라면 저장, 찾기, 제목 스타일, 글머리표, 자주 쓰는 문구 입력처럼 한 흐름 안에서 쓰는 기능을 모을 수 있습니다. 영상 편집이라면 재생, 자르기, 실행 취소, 타임라인 확대처럼 손이 반복해서 오가는 기능이 어울립니다.
문구 입력은 특히 편리하지만 내용을 고를 때 주의가 필요합니다. 반복해서 보내는 안내 문장이나 서명처럼 공개돼도 괜찮은 문구에 쓰는 게 좋습니다. 비밀번호나 인증번호를 키 하나에 저장해 두면 다른 사람이 그 키를 눌렀을 때 그대로 입력될 수 있습니다.
설정을 마친 뒤에는 실제 작업에서 며칠 써보는 게 중요합니다. 자꾸 다른 키를 누른다면 본인의 손이 기억하기 쉬운 위치로 옮기면 됩니다. 쓰지 않는 키가 생겨도 괜찮습니다. 빈칸은 필요한 기능이 생겼을 때 채우면 되니까요.
잘 안 될 때는 입력 순서를 확인하세요
매크로키보드가 엉뚱하게 움직일 때는 키 설정 자체보다 현재 선택된 창이 원인인 경우가 있습니다. 같은 단축키도 문서 편집기에서는 저장으로,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전혀 다른 기능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단계의 매크로를 만들었다면 먼저 어느 프로그램에서 실행했는지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여러 입력을 연달아 실행하는 기능은 단계 사이의 시간도 영향을 줍니다. 창이 열리기 전에 다음 키가 입력되면 동작이 빠진 것처럼 보일 수 있거든요. 이럴 때는 동작을 하나씩 실행해 보고, 필요한 부분에만 짧은 대기 시간을 넣으면 원인을 찾기 쉽습니다. 프로그램 안에서 이미 제공하는 단축키가 있다면 그걸 한 키에 연결하는 방식이 관리하기도 편합니다.
매크로키보드는 거창한 자동화 장비라기보다 자주 하는 일을 손 가까이에 놓는 도구에 가깝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작업을 바꾸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루에 몇 번씩 반복하는 동작 하나가 편해지면, 다음에 어떤 키가 필요한지도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