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동부 여행 지도를 펼쳐 놓고 보니 뉴욕, 필라델피아, 워싱턴 D.C.가 한 줄로 이어져 있었다. 첫 미국 여행에서 세 도시를 보고 싶다면 이 순서가 동선을 잡기 쉽다. 뉴욕의 높은 건물과 공원, 필라델피아의 오래된 거리, 워싱턴 D.C.의 박물관을 기차로 연결할 수 있어서다. 7박이라면 뉴욕 3박, 필라델피아 1박, 워싱턴 D.C. 3박을 기준으로 잡고, 항공편 시간에 맞춰 앞뒤 일정을 조절하면 된다.
뉴욕은 펜역을 기준으로 길을 익히기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에 도착한다면 공항 표지판에서 에어트레인을 먼저 찾는다. 자메이카역에서 롱아일랜드 철도로 갈아타면 맨해튼의 펜역까지 갈 수 있다. 공항과 뉴욕 교통 당국 안내에 따르면 자메이카역에서 펜역까지 열차 구간은 약 20분이다. 에어트레인 대기, 환승, 짐을 끌고 이동하는 시간은 별도로 잡아야 한다.
숙소는 펜역 주변이나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곳이면 편하다. 다음 도시로 가는 암트랙 열차도 펜역에서 타기 때문이다. 다만 펜역 지하철은 같은 ‘34번가 펜역’이라는 이름 아래 A·C·E 노선과 1·2·3 노선 승강장 위치가 다르다. 길찾기 화면에서 노선 글자와 출입구를 함께 확인하면 지상에서 되돌아가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첫날에는 멀리 이동하기보다 숙소에 짐을 두고 타임스스퀘어와 브라이언트 파크 쪽을 걷는 편이 여유롭다. 다음 날 센트럴 파크와 미술관을 묶고, 또 하루는 맨해튼 남쪽과 브루클린 브리지 주변에 쓰면 이동 방향이 단순해진다. 뉴욕은 지도상 한두 블록이 가까워 보여도 신호를 기다리고 인파를 지나면 시간이 늘어난다. 하루에 서로 먼 지역을 여러 번 왕복하지 않도록 오전과 오후를 같은 권역에 두는 게 좋다.
필라델피아는 30번가역에서 구시가지로
뉴욕 펜역에서 필라델피아 윌리엄 H. 그레이 3세 30번가역까지는 열차에 따라 대략 1시간 20분에서 1시간 40분을 잡는다. 암트랙의 북동부 노선은 두 도시를 직접 연결한다. 열차 시각과 소요 시간은 날짜마다 다르니 예약할 때 도착역 이름이 ‘30th Street Station’인지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30번가역은 필라델피아 관광의 끝이 아니라 출발점에 가깝다. 독립기념관과 자유의 종이 있는 구시가지는 역에서 동쪽에 있다. 짐이 없다면 시청 방향으로 이동하며 도심을 둘러볼 수 있지만, 캐리어가 있다면 먼저 숙소에 맡기는 편이 낫다. 방문할 곳이 독립기념관이라면 대중교통으로 마켓 스트리트의 ‘5th St/Independence Hall’역까지 이동한 뒤 걷는 동선이 명확하다. 현지 관광청 지도에도 30번가역, 시청, 구시가지가 서쪽에서 동쪽 순서로 표시돼 있다.
하루 일정은 리딩 터미널 마켓에서 식사하고 독립기념관과 자유의 종 주변을 걷는 정도가 알맞다. 독립기념관 내부 관람을 원하면 방문일의 예약·입장 안내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 밖에서 건물만 보는 것과 내부 투어를 하는 것은 필요한 시간이 다르다. 저녁에는 다음 날 워싱턴행 열차를 타기 쉬운 30번가역 접근성을 보고 숙소를 고르면 이동이 한결 편해진다.
워싱턴 D.C.는 유니언역과 내셔널 몰을 구분하기
필라델피아 30번가역에서 워싱턴 유니언역까지도 암트랙으로 이어진다. 보통 2시간 안팎을 생각하되, 정차역 수에 따라 차이가 난다. 도착한 유니언역은 국회의사당 북쪽에 있고, 백악관이나 링컨 기념관 바로 앞은 아니다. 역에서 숙소로 갈 때는 주소와 가까운 지하철역을 먼저 확인하자. 유니언역 지하철은 레드라인이다.
내셔널 몰은 지도에서 하나의 공원처럼 보이지만 동서로 길다. 국회의사당과 박물관이 모인 동쪽, 워싱턴 기념탑과 링컨 기념관이 있는 서쪽을 하루에 모두 걸으면 관람보다 이동에 힘을 많이 쓰게 된다. 첫날은 국회의사당 주변과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한두 곳, 다음 날은 워싱턴 기념탑에서 제2차 세계대전 기념비를 지나 링컨 기념관으로 걷는 식이 편하다. 국립공원관리청 안내상 링컨 기념관에서 가까운 지하철역인 포기 보텀역도 약 1.3㎞ 떨어져 있다. 걷는 시간을 일정에 넣어야 하는 이유다.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출국한다면 실버라인 지하철이 공항역까지 연결된다. 공항역에서 터미널까지는 실내 통로로 약 5~6분 걷는다. 다만 시내에서 공항까지의 이동과 출국 수속은 별개다. 마지막 날 박물관을 하나 더 넣기 전에 항공편 시간과 지하철 첫차·막차를 확인하는 편이 마음이 놓인다.
7박 일정은 이동일에 여백을 두기
예를 들면 1~3일 차는 뉴욕, 4일 차 오전에 필라델피아로 이동해 구시가지를 걷고, 5일 차 오전에 워싱턴 D.C.로 내려가는 일정이다. 6~7일 차는 워싱턴의 박물관과 기념관을 나눠 보고, 8일 차에 출국한다. 이때 이동일에는 열차 탑승 시간만 계산하지 말고 체크아웃, 역까지 가는 길, 짐 보관, 새 숙소 체크인까지 포함해 반나절을 비워 두는 편이 현실적이다.
항공권을 찾을 때는 뉴욕 입국·워싱턴 출국 여정을 먼저 살펴보고, 왕복 항공권에 도시 간 되돌아가는 교통비를 더한 경우와 비교하면 된다. 열차표는 뉴욕 펜역, 필라델피아 30번가역, 워싱턴 유니언역의 영문 역명을 차례로 확인하면 예약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미국여행지추천 목록을 길게 늘리는 것보다 이 세 역과 주변 동선을 먼저 익혀 두는 편이, 낯선 도시에서 시간을 더 넉넉하게 쓰게 해 준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