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정리하는법은 물건보다 동선부터

1회
베란다정리하는법은 물건보다 동선부터

얼마 전 방문한 집은 베란다에 수납장 세 개를 들였는데도 빨래 건조대를 펼 자리가 없었습니다. 물건이 유난히 많은 집은 아니었어요. 창문을 열고 빨래를 널고 청소도구를 꺼내는 길마다 수납장이 서 있었죠. 베란다정리하는법을 물으면 저는 먼저 무엇을 버릴지보다 그 공간에서 매주 무엇을 하는지 묻습니다.

베란다에서 하는 일부터 세어보세요

베란다는 집마다 역할이 다릅니다. 어떤 집은 세탁실이고, 어떤 집은 분리수거 공간이며, 어떤 집은 계절용품을 두는 곳입니다. 이 역할을 한꺼번에 욕심내면 좁은 바닥이 금방 막힙니다. 종이에 ‘매일’, ‘매주’, ‘계절마다’ 하는 일을 나눠 적어보세요. 빨래를 주 4번 넌다면 건조대 자리가 캠핑 의자 자리보다 앞서야 합니다.

저는 현장에서 먼저 문과 창문을 끝까지 열어봅니다. 건조대를 실제 크기로 펼쳐보고, 사람이 세탁물을 든 채 지나갈 자리도 확인합니다. 통로는 가능하면 60cm 안팎을 남기는 편이에요. 숫자보다 중요한 건 몸을 옆으로 틀지 않고 오갈 수 있는지입니다. 대피에 쓰이는 문이나 시설 앞에도 물건을 쌓지 않습니다. 평소 편한 동선이 급할 때도 도움이 됩니다.

이때 바닥에 남은 물건을 한 번에 꺼내 세 무리로 나눕니다. 지난 한 달 동안 쓴 것, 계절이 바뀌면 쓰는 것, 언제 썼는지 기억나지 않는 것. 마지막 무리는 바로 새 수납함에 넣지 말고 집 안에서 쓸 자리나 처분 방법을 먼저 결정합니다. 담을 상자를 사면 판단이 한 계절씩 미뤄지거든요.

좁은 베란다는 바닥보다 벽을 쓰되 깊이를 줄입니다

폭이 좁은 베란다에서는 수납장의 높이보다 깊이가 문제일 때가 많습니다. 깊이 40cm짜리 장을 들이면 창가에 서는 자세부터 달라집니다. 청소용품이나 여분의 세제처럼 작은 물건이 대부분이라면 깊이 20~30cm 안팎의 선반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아요. 구매 전에는 창틀부터 문이 열리는 선까지 재고, 건조대를 펼친 상태에서도 선반 문이나 서랍을 쓸 수 있는지 확인하세요.

자주 쓰는 물건은 허리에서 어깨 높이 사이에 둡니다. 무거운 세제는 낮은 칸, 가벼운 계절용품은 위 칸이 편하고 안전합니다. 선반 맨 위까지 빈틈없이 채우면 꺼낼 때마다 아래 물건을 옮겨야 해요. 저는 한 칸 정도는 비워둡니다. 택배 상자나 잠시 말릴 물건이 생겨도 바닥으로 번지지 않는 여유 자리입니다.

벽을 쓴다고 무조건 벽면 전체에 높은 장을 놓을 필요는 없습니다. 창을 가리면 채광이 줄고, 뒤쪽의 물기나 곰팡이도 놓치기 쉽습니다. 특히 창가에 바짝 붙인 종이 상자는 습기를 먹기 쉬워요. 창문을 열고 닦을 수 있을 만큼 손이 들어갈 틈을 남겨두는 편이 관리가 수월합니다.

광고

수납함은 물건을 고른 뒤에 삽니다

같은 크기의 수납함을 줄 맞춰 놓으면 사진은 깔끔합니다. 근데 실제 생활에서는 뚜껑을 열고, 위 상자를 내리고, 다시 쌓는 과정이 귀찮아 금세 상자 앞에 물건을 세워두게 됩니다. 매주 꺼내는 집게나 분리수거 봉투는 열린 바구니나 손이 닿는 걸이가 낫습니다. 계절마다 한 번 꺼내는 물건만 뚜껑 있는 상자에 넣어도 충분해요.

상자 하나에는 한 종류만 담고, 앞면에 내용물을 적습니다. ‘잡동사니’보다는 ‘여름 물놀이 용품’처럼 꺼낼 상황이 떠오르는 이름이 좋아요. 비슷한 물건이 여러 상자에 흩어져 있으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몰라 또 사게 됩니다. 크기가 다른 상자라도 선반 칸에 들어가고 한 손으로 꺼낼 수 있다면 억지로 모두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예산이 넉넉하지 않다면 수납함보다 선반의 크기와 견고함에 먼저 돈을 씁니다. 이미 있는 바구니를 써보며 어떤 칸이 불편한지 확인한 뒤, 필요한 상자만 추가해도 늦지 않아요. 보기 좋은 통일감보다 꺼낸 물건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속도가 더 오래갑니다.

비운 뒤에는 일주일의 사용 흔적을 봅니다

배치를 끝낸 날에는 다 편해 보입니다. 진짜 판단은 일주일 뒤에 돼요. 건조대 옆 바닥에 세제가 계속 놓인다면 세제 자리가 너무 멀다는 뜻이고, 분리수거 봉투가 문 앞에 쌓인다면 버리러 나가는 길에 보관 자리가 없는 겁니다. 물건을 탓하기보다 반복해서 놓이는 자리를 관찰하세요.

바닥 청소가 부담스럽지 않도록 큰 물건 아래와 벽 쪽은 닦을 수 있게 남겨둡니다. 물이 고이는 곳이나 결로가 생기는 창가에는 종이와 천을 오래 두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한 달에 한 번쯤 창을 열고 선반 뒤를 확인하면 작은 문제를 일찍 발견할 수 있어요.

제가 오래 유지되는 베란다에서 공통으로 보는 건 빈 공간입니다. 그곳은 아직 채우지 못한 자리가 아니라 빨래를 널고, 창을 닦고, 생활이 바뀔 때 움직일 수 있는 자리예요. 베란다를 쓰는 사람이 편하게 지나갈 수 있다면 그 배치는 이미 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베란다정리하는법은 물건보다 동선부터 - 요약
광고

댓글 0

평가를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

모두 ID로 로그인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