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식산업센터분양 상담을 받는 지인과 현장을 한 바퀴 돌았다. 상담실에서는 계약금과 대출 이야기가 먼저 나왔는데, 내 눈에는 건너편 준공 건물의 임대 안내문이 더 크게 보였다. 경매 물건을 볼 때도 권리분석표보다 현장 문 앞에서 답을 얻는 일이 있다. 분양도 비슷하다. 계약서에 적힌 미래 임대료보다 지금 주변에서 실제로 받을 수 있는 임대료가 중요하다.
계약금보다 먼저 볼 것은 입주할 사람이다
지식산업센터는 일반 오피스처럼 누구에게나 자유롭게 빌려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산업집적법은 입주할 수 있는 시설의 범위를 정하고 있다. 해당 호실이 산업시설인지 지원시설인지, 어떤 업종이 들어올 수 있는지는 모집공고와 건축물 용도, 관리기관의 기준을 함께 봐야 한다. 산업단지 안에 있다면 입주계약과 임대 가능 여부도 별도로 확인할 문제다.
현장에서는 종종 ‘사무실이니까 어떤 회사든 들어오겠죠’라는 말을 듣는다. 그런데 임차 희망자의 사업자등록 업종과 실제 사업 내용이 맞지 않으면 계약 막판에 틀어질 수 있다. 분양 상담 직원의 구두 설명만 믿지 말고, 모집공고에 적힌 입주 자격과 대상 업종을 확인한 뒤 관리기관에 해당 업종의 입주 가능 여부를 물어봐야 한다. 내가 경매에서 점유자를 확인하듯, 여기서는 들어올 수 있는 임차인부터 확인한다.
면적도 숫자 하나로 보면 착시가 생긴다. 공급면적 40평과 전용면적 20평은 같은 40평짜리 사무실이 아니다. 임차인은 실제 책상과 장비를 놓을 공간을 보고 월세를 결정한다. 모집공고에는 전용면적과 공용면적, 층별 허용 하중 같은 내용이 들어가므로 제조업체를 예상한다면 화물 동선과 하중까지 같이 확인해야 한다.
월세 150만 원이라는 말에 계산기를 꺼냈다
가령 분양가가 4억 원이고 대출이 2억 4천만 원, 금리가 연 5%라고 가정해 보자. 이자만 연 1,200만 원, 월 100만 원이다. 보증금 2천만 원에 월세 150만 원을 받으면 매달 50만 원이 남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숫자에는 취득 관련 세금, 등기 비용, 임대 중 부담할 비용, 수선비, 재산세, 대출 원금 상환이 빠져 있다. 대출 조건이 만기 때 바뀌면 계산도 달라진다.
공실이 석 달이면 그해 월세는 1,800만 원이 아니라 1,350만 원이다. 이자 1,200만 원을 내고 남는 돈은 150만 원뿐이다. 여기에 임차인을 찾는 비용이나 임대 조건 조정까지 겹치면 수익은 쉽게 사라진다. 금리가 연 6%로 오르면 같은 대출의 이자는 연 1,440만 원이다. 이 예시는 실제 대출 제안이 아니라, 계약 전에 공실과 금리 변화를 넣어 계산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가정이다.
분양가에 부가가치세가 어떻게 표시돼 있는지도 계약서에서 확인한다. 환급 가능 여부와 시기는 사업 형태와 사용 방식에 따라 달라지니 ‘어차피 돌려받을 돈’으로 잔금 계획을 짜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특히 분양 때 안내받은 대출 한도가 준공 시점에도 그대로 나온다고 단정하면 위험하다. 나는 금융기관에 예상 담보평가와 자기자금 규모를 다시 묻고, 대출이 줄어도 잔금을 낼 수 있는지 계산한다.
새 건물 옆의 빈 건물이 시세표다
모델하우스에서 들은 임대료는 희망 가격일 수 있다. 같은 권역의 준공된 지식산업센터를 찾아 전용면적, 층, 주차 조건이 비슷한 호실끼리 비교해야 한다. 호가만 적지 말고 몇 달째 비어 있는지, 보증금이나 무상 임대 기간을 조정하는지도 중개업소 여러 곳에 물어본다. 현장에서 불이 꺼진 호실이 모두 공실인 것은 아니니, 눈으로 본 모습과 실제 임대 현황은 구분해서 확인한다.
나는 매수 검토 때 주변 매물의 최저 호가도 따로 적는다. 내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비슷한 기존 호실이 여럿 나와 있다면 새 건물이라는 이유만으로 높은 월세를 받기 어렵다. 역과의 거리보다 화물차 진입, 승강기 대기, 주차장 높이가 임차인에게 더 중요한 업종도 있다. 현장을 평일 낮에 다시 가보는 이유다.
경매 경험상 물건이 싸 보일 때는 먼저 이유를 찾는다. 지식산업센터분양에서도 할인이나 무상 옵션보다 공급 물량과 주변 공실을 먼저 보는 습관이 유효했다. 싸게 산 것과 팔거나 빌려줄 수 있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세금 감면은 받은 뒤의 조건까지 봐야 한다
취득세 감면을 수익 계산에 넣는 사람도 많다. 다만 최초 분양받은 중소기업 입주자가 사업시설용으로 직접 사용하는 경우처럼 요건이 붙는다. 금천구청의 감면 안내도 일정 기간 안에 직접 사용하지 않거나, 직접 사용 기간이 짧은 상태에서 매각·임대 등 다른 용도로 바꾸면 감면세액을 추징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임대 수익을 목적으로 분양받으면서 실사용 감면을 당연한 혜택처럼 계산하면 숫자가 틀어진다.
실사용하려는 사업자라면 자기 업종이 입주 가능한지, 실제로 언제부터 사용할 수 있는지, 향후 이전 계획은 없는지까지 적어놓는 게 좋다. 투자 목적이라면 감면을 빼고 취득 비용을 계산하는 쪽이 현실적이다. 세금과 입주 조건은 계약 시점의 법령과 관할 기관 판단을 확인해야 한다.
나는 경매장에서 입찰가를 쓰기 전 ‘이 물건을 누가, 얼마에 다시 살까’를 먼저 생각했다. 분양 계약서에도 같은 질문을 적어둔다. 내 예상 월세를 받아줄 기업이 실제로 있고, 비어 있는 기간을 버틸 현금이 있는지. 그 답이 흐리면 좋은 층과 할인 조건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