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화면이 갑자기 꺼진 PC를 점검했는데, 그래픽카드가 고장 난 줄 알았던 원인은 느슨한 보조전원 커넥터였다. 반대로 드라이버만 여러 번 다시 깔다가 결국 카드 자체의 불량을 확인한 경우도 있다. 그래픽카드 수리는 증상만 보고 결정하기 어렵다. 화면이 언제 꺼지는지부터 확인하면 손댈 곳이 꽤 좁혀진다.
화면이 안 나올 때는 연결부터 확인한다
전원을 켰는데 제조사 로고나 BIOS 화면도 보이지 않는다면 드라이버를 지우기 전에 모니터와 연결 상태를 본다. 모니터 입력이 맞는지, 영상 케이블이 그래픽카드 출력 단자에 꽂혔는지 확인한다. 케이블이나 모니터를 바꿔 연결해 보면 화면 출력 문제를 먼저 걸러낼 수 있다.
그다음 PC를 끄고 전원 케이블을 뽑는다. 전원 버튼을 한 번 눌러 잔류 전력을 줄인 뒤 케이스를 연다. 그래픽카드 보조전원 커넥터가 끝까지 들어갔는지, 카드가 PCIe 슬롯에 수평으로 꽂혀 있는지 살핀다. 카드를 다시 꽂을 때는 고정 나사를 풀고 슬롯 걸쇠를 해제한 다음 곧게 빼야 한다. 억지로 비틀면 슬롯 쪽 손상이 더 커질 수 있다.
라이저 케이블을 쓰는 PC라면 카드를 메인보드 슬롯에 직접 연결해 비교한다. AMD의 시스템 안정성 점검 안내도 카드 장착 상태, 보조전원, 라이저 케이블, 전원공급장치를 확인할 항목으로 제시한다. 여기서 화면이 돌아오면 카드 내부 수리보다 연결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편이 맞다.
윈도우 진입 후 꺼진다면 드라이버를 살핀다
부팅 로고는 정상인데 바탕화면에 들어가며 검은 화면이 되는 경우는 양상이 다르다. ASUS도 이 경우 그래픽 드라이버 문제 가능성을 안내한다. 최근 드라이버를 바꾼 직후 시작됐다면 안전 모드에서 해당 드라이버를 제거하고, 카드 모델에 맞는 드라이버를 다시 설치한다. AMD 카드라면 제조사의 드라이버 제거 도구를 사용할 수도 있다.
게임 한 가지에서만 튕긴다면 그 게임의 설정이나 업데이트 상태도 함께 확인한다. 반면 여러 게임에서 같은 시점에 화면이 꺼진다면 그래픽카드 온도, 팬 동작, 전원 연결을 기록해 두는 게 좋다. 오버클럭이나 전력 제한 설정을 바꿨다면 기본값으로 되돌리고 다시 시험한다. 한 번에 설정을 여러 개 바꾸면 무엇이 효과가 있었는지 알기 어렵다.
팬이 잠시 멈춰 있다는 사실만으로 고장이라고 판단하지는 않는다. 낮은 온도에서 팬을 멈추는 제품도 있다. 실제로 부하가 걸렸을 때 팬이 도는지,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계속 오르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화면 깨짐은 다른 PC에서도 재현되는지 본다
화면에 점이나 줄이 생기는 증상은 흔히 그래픽카드 불량으로 불리지만, 케이블이나 모니터 문제일 수도 있다. 다른 케이블과 출력 단자로 바꿔 보고, 가능하면 다른 모니터에도 연결한다. BIOS 화면부터 같은 무늬가 나타나고 다른 모니터에서도 반복된다면 윈도우 설정만의 문제일 가능성은 낮아진다.
가장 분명한 비교는 부품을 바꿔 끼우는 것이다. 정상 작동하는 그래픽카드를 현재 PC에 꽂아 보고, 의심되는 카드를 다른 정상 PC에서 시험한다. 다만 두 번째 PC의 전원공급장치가 해당 카드의 요구 사항을 충족해야 비교가 성립한다. 같은 카드에서 증상이 따라다니면 수리 상담에 필요한 근거가 된다. 증상이 현재 PC에만 남는다면 전원공급장치나 메인보드 슬롯도 점검 대상이다.
분해 수리보다 먼저 비용과 보증을 확인한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작업은 연결 재확인, 먼지 제거, 드라이버 점검 정도로 잡는 게 현실적이다. 먼지는 전원을 분리한 상태에서 제거하고, 팬을 손으로 고정한 채 부드럽게 청소한다. 쿨러를 떼어 서멀구리스를 바르거나 팬을 교체하는 작업은 제품 구조와 보증 조건을 확인한 뒤 판단해야 한다. 제조사와 유통사마다 처리 조건이 다를 수 있다.
탄 냄새가 나거나 커넥터가 녹았다면 전원을 다시 넣지 말고 점검을 맡긴다. 전원공급장치 내부도 열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보이는 오븐 가열이나 열풍기 가열은 고장 부위를 찾아 고치는 절차가 아니며, 다른 부품까지 손상시킬 수 있다.
수리를 맡길 때는 모델명과 구매 시기, 증상이 처음 나타난 상황, 시도한 점검을 적어 두면 좋다. 접수 전에는 보증 가능 여부와 예상 비용을 확인한다. 오래된 카드라면 수리비뿐 아니라 수리 후 보증 기간과 같은 성능의 대체 카드 비용도 함께 비교해야 한다. 내가 그래픽카드 수리 여부를 결정할 때 가장 믿는 건 추측보다 재현 기록이다. 어느 화면에서, 어떤 부품 조합에서 문제가 반복되는지 알면 돈을 써야 할 곳도 분명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