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성시 남양읍에는 가죽공예를 중심으로 업사이클링 공예와 시민 수업을 이어가는 ‘스튜디오 새록’이 있다. 김다인 대표가 운영하는 이 공간은 작품을 제작하는 작업실이면서 시민들이 손으로 생활 소품을 완성해 보는 공예 교실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공방 수업뿐 아니라 국민내일배움카드 직업훈련 강사로 가죽공예를 가르치고 있다. 화성시생활문화센터 ‘생활시장화인’의 시민운영자로도 활동하며 여러 기관과 외부 교육 현장에서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공방에서 시작한 공예 활동이 직업훈련과 생활문화 프로그램으로 넓어진 셈이다.
몰입의 시간에서 시작한 가죽공예
김 대표가 가죽공예를 처음 만난 때는 마음이 많이 지쳐 있던 시기였다. 우연한 기회로 원데이 수업에 참여했고, 약 3시간 동안 가죽을 자르고 구멍을 뚫은 뒤 한 땀씩 바느질했다. 손끝의 작업에 집중하는 사이 시간이 빠르게 흘렀고,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도 줄어들었다.
가죽공예는 복잡했던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하나의 작업에 온전히 몰입하게 만든 계기였다. 짧은 체험으로 시작한 관심은 1년이 넘는 취미 생활로 이어졌다. 이후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고, 작업을 지속할 수 있는 공방을 열었다. 현재는 작품 제작과 수업, 외부 출강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가죽공예 과정에는 재료를 고르고 도안을 살피는 일부터 재단, 타공, 바느질, 부자재 결합까지 여러 단계가 이어진다. 김 대표가 전한 경험에서도 중요한 지점은 한 번에 결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차근차근 과정을 밟는 일이었다. 작업에 집중한 시간이 쌓이면 마지막에는 직접 만든 작은 물건이 남는다.
새로운 기록이라는 이름
‘새록’이라는 공방 이름에는 ‘새로운 기록’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김 대표에게 가죽을 자르고 바느질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일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경험이었다. 공예를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한 과정 역시 삶에 남은 소중한 기록이었다.
공방은 처음부터 여러 수업을 운영하기 위한 곳으로 출발한 것은 아니었다. 김 대표가 개인 작업실을 갖고 싶다는 바람에서 마련한 공간이었다. 이후 공방을 본 시민과 지인들이 가죽공예를 배우고 싶다는 뜻을 전했고, 자연스럽게 수업이 열렸다. 공방 안에서 진행하던 수업은 기관과 외부 현장으로 이어졌다.
스튜디오 새록은 가죽공예 작품만 만드는 작업실을 넘어 새로운 만남과 활동이 계속 생겨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작품 제작과 교육이 연결되고, 공방에서 만난 시민들과의 관계가 또 다른 수업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공방 밖으로 넓어진 시민 수업
김 대표는 화성시생활문화센터 생활시장화인 시민운영자로 참여하면서 공방 밖에서 수업할 기회를 넓혔다. 직접 공방을 찾기 어려운 시민도 기관이나 생활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공예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쌓은 경험을 더 많은 시민과 나눌 수 있다는 점도 활동을 계속하는 이유로 꼽혔다.
학교나 기관의 출강 수업은 참여 대상이 미리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직원 연수처럼 준비된 프로그램에 해당 구성원이 참여하는 방식이다. 반면 생활시장화인에서는 시민운영자가 완성 작품과 교육 과정을 정해 공개하면, 내용을 본 시민이 자신의 관심에 따라 수업을 선택한다.
김 대표는 어떤 작품으로 수업을 구성할지 직접 정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시민이 무엇을 만들어 보고 싶어 할지 살피고, 제한된 시간 안에 완성할 수 있는지도 함께 고려한다. 수업 작품을 고르고 과정을 설계하는 준비 단계 자체도 공예 활동의 중요한 부분이다.
화성시생활문화센터에서는 가죽 화병을 만드는 수업도 처음 진행했다. 완성한 화병에 생화를 꽂아 가져갈 수 있도록 준비한 수업이었다. 참여자들의 반응은 기대보다 좋았고, 같은 틀의 작품도 실 색상과 부자재 선택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으로 완성됐다.
수업 현장에서는 참여자들이 재료와 색을 고르고 각자의 속도로 바느질을 이어간다. 같은 작품을 만드는 자리지만 완성품은 모두 똑같지 않다. 실과 장식의 차이가 개성으로 나타나며, 참여자들은 자신이 만든 물건을 살피고 서로의 결과물을 비교해 본다. 손으로 직접 완성했다는 경험과 저마다 다른 결과물이 생활공예 수업의 특징을 보여준다.
끝까지 완성하도록 기다리는 수업
김 대표가 기억하는 수업 장면 가운데에는 가죽에 미리 뚫어 놓은 바느질 구멍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은 한 어르신의 사례가 있다. 참여자는 정해진 시간 안에 작품을 완성하지 못할까 걱정했지만, 김 대표는 수업이 끝난 뒤 다른 공간으로 자리를 옮겨 작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기다렸다.
어르신은 서두르지 않고 남은 바느질을 이어가 끝내 작품을 완성했다. 이후 김 대표는 다른 도서관 수업에서 같은 참여자를 다시 만났다. 앞선 수업에서 함께 작품을 만들었던 기억이 새로운 교육 현장에서 다시 이어진 순간이었다.
한 초등학생과의 만남도 남았다. 길에서 김 대표를 알아본 학생은 가방에서 작은 지갑을 꺼내 보였다. 과거 수업에서 함께 만든 물건을 계속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다른 참여자는 수업에서 만든 가방을 여행지에 가져가 사용했고, 가방과 함께 촬영한 사진을 김 대표에게 전하기도 했다.
이 사례들은 수업의 의미가 정해진 시간에 작품을 완성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참여자가 직접 만든 물건을 일상에서 계속 사용하면 당시의 경험과 만남도 함께 기억될 수 있다.
김 대표는 결과물의 완성도만큼 참여자가 자신의 속도로 작업하고 끝까지 즐겁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기다리는 일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빠르게 만드는 데 익숙한 사람과 처음 바늘을 잡은 사람에게 필요한 시간이 다른 만큼, 수업에서는 개인별 속도를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생활문화는 작은 호기심에서 출발
김 대표는 일상에서 가족이나 직장의 일을 먼저 생각하다 보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살필 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럴 때 잠시 다른 생각을 내려놓고 관심 있는 일에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대표에게는 가죽공예가 그런 역할을 했다.
생활문화는 반드시 거창하거나 특별한 활동일 필요가 없다. 궁금했던 분야를 하나 배워 보거나,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손으로 물건을 만들어 보는 일에서도 출발할 수 있다. 작은 활동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새롭게 알게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큰 성과보다 관심 있던 일을 실제로 한 번 시작해 보는 경험이다. 짧은 체험이라도 작업에 집중하고 결과물을 완성하면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감각을 얻을 수 있다. 김 대표 역시 한 차례의 원데이 수업을 계기로 취미를 이어갔고, 자격 취득과 공방 운영, 시민 교육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다.
김 대표는 향남에 있는 화성시생활문화센터에 다양한 수업이 마련돼 있지만, 프로그램 자체를 모르는 시민도 있다고 전했다. 프로그램을 아는 시민은 계속 참여하는 반면 접할 기회가 없던 시민은 관련 활동을 알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는 설명이다. 화성시의 생활문화 공간과 시민 참여 프로그램은 지역 주민이 가까운 곳에서 새로운 취미를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되고 있다.
초보자의 시간을 기준으로 준비
수업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마주한 과제는 시간 배분이었다. 김 대표가 10분이면 끝낼 수 있는 과정도 처음 가죽공예를 접한 참여자에게는 훨씬 긴 시간이 필요했다. 참여 인원이 늘어나면 개별 설명과 작업 확인에 필요한 시간도 함께 늘었다.
김 대표는 새로운 수업 작품을 정하면 공예 초보자를 통해 실제 소요 시간을 먼저 확인한다. 확인한 시간에 여유를 더하고 참여 인원까지 고려해 전체 수업을 설계한다. 숙련자의 작업 속도를 기준으로 교육 시간을 정하지 않고, 처음 배우는 사람의 속도에 맞추기 위한 방식이다.
완성품을 일상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한 목표다. 이를 위해 디자인과 완성도를 높이고 싶지만, 숙련자에게 간단한 과정이 초보자에게는 큰 어려움이 될 수 있다. 특히 가죽공예는 재단과 타공, 바느질에 집중력이 필요해 난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정해진 시간 안에 끝내기 어렵고 흥미도 떨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김 대표는 참여자가 끝까지 만들 수 있는 수준으로 난도를 조정하고 있다. 처음 온 사람에게는 복잡한 기술을 많이 넣기보다 다소 단순하더라도 직접 완성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무게를 둔다.
교육 대상에 따라서도 작품 구성이 달라진다. 어린이와 성인이 다룰 수 있는 도구와 과정에는 차이가 있으며, 처음 참여하는 사람과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알맞은 난도도 서로 다르다. 김 대표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작품을 먼저 고르기보다 참여자가 즐겁게 작업할 수 있는지, 수업 시간 안에 부담 없이 완성할 수 있는지를 먼저 살핀다.
수업의 목표는 참여자가 공예를 어렵게만 느끼지 않고 ‘생각보다 재미있다’, ‘나도 만들 수 있다’는 경험을 얻도록 하는 데 있다. 완성품을 생활 속에서 계속 사용하면 물건과 함께 수업의 시간도 오래 기억할 수 있다.
분해와 관찰로 이어지는 탐구
김 대표는 남대문이나 동묘에서 판매되는 비교적 저렴한 가방을 구입해 직접 분해해 보기도 한다. 완성된 가방의 겉모습만 보는 것이 아니라 손잡이 내부에 어떤 재료가 들어 있는지, 형태를 지지하기 위해 어떤 보강재가 사용됐는지를 확인한다.
가방을 뜯어 구조를 살피는 과정은 완제품이 만들어진 방식을 알아보려는 탐구와 연결된다. 외부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재료의 배치와 제작 방법을 확인하면서 가죽공예와 가방 제작에 관한 관심을 이어가고 있다.
자신의 이름으로 쌓는 다음 기록
김 대표는 오랫동안 가족을 먼저 생각하며 생활했지만, 현재는 자신의 이름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만족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가죽공예는 하나의 취미로 시작했지만 작품 제작과 교육, 시민 활동으로 이어지며 새로운 일상을 만들었다.
조금 늦은 시기에 자신의 삶을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출발점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김 대표의 이야기다. 좋아하는 일을 하나씩 시작한 작은 선택이 이후의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원데이 수업에서 시작된 가죽공예는 김 대표에게 새로운 사람과 일을 만나게 한 ‘새로운 기록’이 됐다. 남양읍의 공방에서 만들어진 경험은 화성시생활문화센터와 여러 기관의 수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시민들은 각자의 속도로 가죽을 자르고 바느질하며 생활 속에서 사용할 작품을 완성한다.
향남의 화성시생활문화센터에서 운영되는 생활시장화인 수업과 관련 행사는 센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다인 대표를 비롯한 시민운영자들은 저마다 준비한 생활문화 프로그램으로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