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 전 공장 경매 물건을 보러 갔다가 출입문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감정평가서 사진에는 기계가 빼곡했는데, 현장에서는 안쪽을 볼 수 없었거든요. 그때 같이 간 초보 투자자는 “땅값만 봐도 싸다”고 했습니다. 저는 입찰하지 않았습니다. 공장은 아파트처럼 내부를 못 봐도 대략의 수리비가 나오는 물건이 아닙니다. 기계의 소유자부터 점유자, 폐기물 처리비까지 확인하지 못하면 싼 가격이 오히려 비싼 값이 됩니다. 제가 현장에서 쓰는 공장 경매 보호방법은 낙찰 뒤 문제를 푸는 기술보다, 입찰 전에 감당 못 할 비용을 찾아내는 순서에 가깝습니다.
토지와 건물만 보고 가격을 매기지 않는다
공장 사건을 열면 먼저 법원 경매정보의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 감정평가서를 나란히 놓습니다. 토지와 건물이 한꺼번에 팔리는지, 옆 필지는 빠져 있는지, 감정가에 기계·기구가 들어갔는지를 각각 표시합니다. 공장 안에 있는 설비가 전부 낙찰자의 것이 되는 건 아닙니다. 임차인이 들여놓은 장비일 수도 있고, 리스 물건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공장 저당권의 효력이 미치는 기계·기구가 매각 대상과 얽혀 있을 수도 있어 목록과 등기 내용을 함께 봐야 합니다.
예전에 살펴본 물건은 감정서에 생산라인 사진이 크게 실려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설비까지 받는 줄 알았는데 매각 대상 표시와 현장 설명을 맞춰 보니 소유 관계가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설비 값을 수익 계산에서 빼자 입찰할 이유도 사라졌습니다. 사진 한 장보다 매각 대상의 문구 한 줄이 돈에 더 가깝다는 걸 그때 다시 느꼈습니다.
- 등기사항증명서와 매각물건명세서에서 매각 대상 필지·건물·권리의 범위를 맞춥니다.
- 감정평가서의 기계·기구 목록과 현장에 남은 설비를 대조합니다.
- 진입로, 하역 공간, 전기 용량처럼 실제 사용에 필요한 조건을 현장에서 확인합니다.
유치권 신고보다 점유의 근거가 더 중요하다
공장에는 공사대금, 설비 설치비, 보관료를 내세우는 사람이 등장하기 쉽습니다. 현수막에 ‘유치권 행사 중’이라고 적혀 있다고 무조건 유효한 것도 아니고, 신고가 없다고 안심할 일도 아닙니다. 누가 언제부터 어느 공간을 점유했는지, 채권이 그 부동산과 관련 있는지, 계약서와 공사 내역이 맞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민사집행법은 유치권으로 담보되는 채권에 관해 매수인의 책임을 규정합니다. 실제로 성립한 유치권이라면 낙찰가 밖에서 비용과 시간이 더 들어갈 수 있습니다.
저는 현장에 가면 간판의 상호, 출입하는 사람, 사용 중인 공간부터 기록합니다. 관리인 말만 듣고 점유자를 단정하지 않습니다. 현황조사서와 현장 상황이 다르면 입찰 전 법원 기록을 다시 확인하고, 금액이 큰 유치권 다툼은 서류를 갖춰 전문가에게 검토받습니다. 초보 투자자라면 점유 경위나 채권액을 확인할 수 없는 물건에 승부를 걸 이유가 없습니다.
명도도 비용입니다. 대금을 낸 뒤 인도명령을 신청할 수 있는 기간은 원칙적으로 6개월 이내지만, 점유자에게 대항할 권원이 있는지에 따라 절차는 달라집니다. 공장에는 원자재와 기계, 폐기물까지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사람만 나가면 끝난다는 계산으로는 보관·운반비를 놓치기 쉽습니다.
공장 부지는 사용 가능성과 치우는 비용을 같이 본다
공장 건물이 넓다고 원하는 업종이 바로 들어오는 건 아닙니다. 토지이용계획과 건축물대장의 용도를 확인하고, 공장등록 현황과 실제 사용 상태도 맞춰 봅니다. 무단 증축이나 가설 구조물이 있으면 철거 또는 시정에 돈이 들 수 있습니다. 진입로가 좁아 대형 차량이 못 들어오면 임차 수요도 예상과 달라집니다. 낮에는 멀쩡해 보이던 도로가 출퇴근 시간에는 화물차 한 대 지나기도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오래된 도금·도장·화학 관련 시설은 바닥 얼룩과 야외 적치물을 가볍게 넘기지 않습니다. 오염 여부는 눈으로 확정할 수 없으니 이전 업종과 관련 기록을 확인하고, 의심이 크면 조사 비용을 예산에 넣습니다. 폐기물도 마찬가지입니다. 드럼통 몇 개쯤이라고 생각했다가 내용물 확인과 처리 견적에서 숫자가 커질 수 있습니다. 조사 자체가 불가능하면 그 불확실성까지 입찰가에 반영해야 합니다.
낙찰가보다 먼저 총투입액의 상한을 적는다
공장 경매 보호방법을 하나만 꼽으라면 저는 입찰표를 쓰기 전에 비용표를 만드는 습관을 고르겠습니다. 예를 들어 예상 매도가가 12억 원인 물건이라도 취득세와 부대비용 5천만 원, 명도·폐기물 처리 6천만 원, 보수와 이자 8천만 원, 예비비 4천만 원을 잡으면 이미 2억 3천만 원이 빠집니다. 여기에 원하는 수익과 매각 지연 위험까지 빼고 남은 금액이 입찰 상한입니다. 이 숫자는 설명을 위한 예시일 뿐, 세금과 금융 조건은 취득 주체와 물건에 따라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경락잔금대출도 낙찰 뒤 알아보면 늦습니다. 금융기관에 물건 자료를 보여 주고 가능한 담보평가와 자기자금 규모를 미리 확인합니다. 공실 공장은 임대 중인 공장과 평가가 다를 수 있고, 점유 분쟁이 있으면 자금 일정도 꼬입니다. 낙찰은 하루지만 잔금과 명도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저는 확인되지 않은 비용을 ‘잘 풀리겠지’라는 말로 지우지 않습니다. 서류와 현장을 맞춰 본 뒤에도 소유 관계, 점유, 처리비 가운데 하나가 크게 비어 있으면 입찰을 접습니다. 여러 번 유찰된 공장은 또 나오지만, 한 번 무리해서 묶인 자금은 쉽게 돌아오지 않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