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주유하고 나서 계기판을 봤는데, 평소보다 연비가 꽤 낮게 찍혀 있더라고요. 차에 문제가 생겼나 싶었는데 지난 며칠 운전을 떠올려보니 짐작이 갔습니다. 약속에 늦어서 신호가 바뀔 때마다 세게 출발하고, 막히는 길에서는 앞차에 바짝 붙어 가다 브레이크를 밟았거든요. 운전 14년을 해도 급하면 발끝부터 달라집니다.
연비 운전 방법을 찾으면 장비나 첨가제 얘기도 많이 나오지만, 제가 가장 먼저 보는 건 출발과 감속입니다. 같은 차로 같은 길을 달려도 운전 습관에 따라 주유 간격이 달라지는 걸 여러 번 겪었습니다. 다만 계기판 숫자는 날씨와 교통량에도 흔들리니, 하루치만 보고 효과를 단정하진 않는 편입니다.
출발할 때 급하게 밟지 않는 게 먼저다
초록불이 켜지자마자 옆 차보다 먼저 나가려고 가속페달을 깊게 밟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신호에서 다시 만나더군요. 그 뒤로는 앞차가 움직이는 걸 확인하고 부드럽게 출발합니다. 가속은 하되, 속도가 붙을 때까지 페달을 한 번에 깊게 밟지 않는 식입니다.
느리게만 가야 연비가 좋아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필요한 속도까지 자연스럽게 올린 뒤 흐름에 맞춰 일정하게 달리는 게 편하고 실용적이었습니다. 뒤차 흐름을 막을 만큼 굼뜨게 출발할 이유도 없고요. 오르막에서는 속도를 억지로 유지하려고 페달을 계속 더 밟기보다, 도로 상황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여유 있게 올라갑니다.
숫자로 보면 차이가 좀 실감 납니다. 같은 1,000km를 달릴 때 연비가 리터당 12km면 약 83L, 14km면 약 71L가 필요합니다. 약 12L 차이죠. 물론 이 차이가 급가속 하나로 생긴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주행 경로와 정체, 날씨까지 함께 달라지니까요. 그래도 작은 습관이 쌓이면 주유할 때 체감할 만한 차이가 납니다.
브레이크를 덜 밟으려면 앞을 멀리 봐야 한다
주차장을 나와 큰길에 합류한 뒤 앞차만 보고 따라가면 가속과 제동을 자주 반복하게 됩니다. 저는 앞차의 브레이크등뿐 아니라 그 앞쪽 신호와 차 흐름도 같이 봅니다. 멀리서 빨간불이 보이면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미리 가속페달에서 발을 뗍니다. 어차피 멈출 곳인데 마지막까지 달렸다가 세게 브레이크를 밟을 필요가 없더라고요.
앞차와 간격을 넉넉히 두면 정체 구간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앞차가 잠깐 느려질 때마다 바로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흐름에 맞춰 속도를 줄일 여지가 생기거든요. 물론 뒤차를 의식해 무리하게 굴러가거나 신호 앞에서 제동을 늦추면 위험합니다. 연비보다 안전한 정지가 먼저입니다.
내리막에서 연료를 아끼겠다고 기어를 중립에 놓는 방법은 쓰지 않습니다. 차종에 따라 연료 공급 방식도 다르고, 무엇보다 차를 제어하기 불편해집니다. 평소 쓰는 주행 기어를 유지하고 도로 상황에 맞게 감속하는 쪽이 마음도 편합니다.
공기압과 짐은 주유할 때 함께 확인한다
운전 습관을 고쳐도 차 상태가 좋지 않으면 아쉬운 결과가 나옵니다. 타이어 공기압이 낮으면 구름 저항이 커질 수 있어서 저는 주유소에 들르거나 세차할 때 한 번씩 확인합니다. 적정 수치는 남의 차 기준이 아니라 내 차의 운전석 문 안쪽 표기나 차량 설명서를 봅니다. 주행 직후에는 타이어가 따뜻해져 수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둡니다.
트렁크도 의외로 잘 잊습니다. 예전에 캠핑 다녀온 뒤 물통과 장비를 몇 주나 싣고 다닌 적이 있었어요. 그 뒤로는 자주 쓰지 않는 무거운 짐을 차에서 내립니다. 짐 하나 뺀다고 계기판 숫자가 갑자기 뛰지는 않지만, 매일 싣고 다닐 이유도 없으니까요. 지붕에 짐받이나 박스를 달았다면 사용하지 않는 기간에는 탈거 여부를 생각해볼 만합니다.
에어컨은 무조건 참는 식으로 운전하지 않습니다. 더운 날 창문을 활짝 열고 빠르게 달리면 공기 저항이 늘고, 더위 때문에 집중력도 떨어질 수 있습니다. 차 안이 뜨거울 때 먼저 열기를 빼고 편한 온도로 맞추는 정도가 제게는 가장 현실적이었습니다.
계기판 숫자는 같은 조건에서 비교한다
연비 운전을 시작하면 순간연비 숫자에 자꾸 눈이 갑니다. 저도 그랬는데, 순간연비는 출발과 오르막에서 크게 떨어지고 내리막에서는 확 올라갑니다. 숫자를 맞추려다 앞을 덜 보게 되는 게 더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주행 중에는 도로를 보고, 연비는 운전을 마친 뒤 확인합니다.
비교할 때는 비슷한 출퇴근 경로를 여러 번 달린 기록을 봅니다. 비 오는 날, 추운 날, 정체가 심한 날을 섞어 하루 숫자만 비교하면 운전 습관이 바뀐 건지 환경이 바뀐 건지 알기 어렵거든요. 같은 차로 비슷한 거리를 달렸는데 주유 간격이 조금씩 길어졌다면 그때는 제 발끝이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도 지키려는 건 단순합니다. 출발할 때 서두르지 않고, 멀리 보면서 일찍 발을 떼고, 타이어와 불필요한 짐을 가끔 확인하는 것. 신호 하나 먼저 통과하려고 바쁘게 달리던 때보다 운전도 덜 피곤합니다. 연료를 아끼는 감각은 그렇게 평소 주행에서 조금씩 붙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