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전시 소식을 읽다가 심유림이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어요.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여럿이라 처음에는 누구의 작품인지 헷갈렸는데, 제가 관심을 갖게 된 사람은 그림으로 신앙 이야기를 전하는 심유림 작가였습니다. 종교 미술이라고 하면 어렵고 엄숙한 그림부터 떠올리기 쉬워요. 그런데 이 작가의 전시 소개를 따라가다 보면 색과 인물의 관계에서 이야기를 읽어볼 만한 실마리가 생깁니다.
먼저 어떤 심유림 작가인지 확인하기
이름만 검색하면 화가 외에도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심유림이 함께 나옵니다. 그림을 찾을 때는 이름 옆에 ‘작가’, ‘전시’, ‘예수님을 사랑한 화가들’처럼 작품과 연결되는 말을 붙이는 편이 정확해요. 전시 제목이나 책 제목까지 확인하면 동명이인의 정보를 섞을 가능성도 줄어듭니다.
심유림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동시에 미술 이야기를 글로도 전해왔습니다. 2017년에 나온 책 『예수님을 사랑한 화가들』의 저자 소개에는 서양화와 미술사를 강의한 이력이 실려 있어요. 2024년 전시를 소개한 기독일보 기사에는 한국미술인선교회 부회장과 서초미술협회 사무국장을 지낸 경력도 나옵니다. 이런 이력을 길게 외울 필요는 없지만, 성경 이야기와 미술 작품을 함께 바라보는 작가라는 점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됩니다.
작품은 색과 장면부터 보기
처음 보는 그림 앞에서는 상징의 뜻을 바로 맞히려 하기보다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을 찾아보면 편해요. 가장 밝은 색이 어디에 놓였는지, 인물들이 서로를 향하는지, 화면에서 가까워 보이는 부분과 멀어 보이는 부분은 무엇인지 살피는 거죠. 같은 장면도 이런 순서로 보면 그림 속 이야기가 조금씩 구체적으로 느껴집니다.
2020년 기독일보가 소개한 ‘참 아름다워라’ 시리즈에서 작가는 서로 다른 색면을 통해 이해와 사랑, 화목에 대한 바람을 표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니 이 시리즈를 볼 때는 ‘무엇을 그렸나’만큼 ‘색들이 어떻게 함께 놓였나’를 보는 재미가 있어요. 색이 분리돼 보이는지, 경계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에 따라 받는 인상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물론 감상은 정답을 고르는 일이 아니에요. 작가의 설명은 내 눈에 보인 것을 다시 확인하는 단서 정도로 두면 충분합니다.
전시 제목과 제작 방식 연결하기
구체적인 전시 하나를 알고 보면 작품에 접근하기가 더 쉬워집니다. 2023년 춘천에서 열린 ‘선한 능력으로’ 전시는 오병이어 이야기 속 소년과 예수님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고 해요. 당시 보도에 따르면 밝은 색조의 아크릴화 25점이 소개됐고, 작가는 나이프를 사용해 화면에 물감을 올렸습니다. 물고기 두 마리와 떡 다섯 개를 내놓은 소년의 이야기를 알고 나면, 그림에서 소년이 어떤 모습으로 표현됐는지도 궁금해집니다.
여기서 나이프화라는 말을 보면 칼로 그림을 자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회화에서 쓰는 나이프는 물감을 펴 바르거나 쌓아 올리는 도구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작품을 가까이에서 볼 기회가 있다면 색뿐 아니라 물감이 얹힌 두께와 표면의 질감도 살필 만해요. 화면의 평평한 부분과 도드라진 부분을 번갈아 보면 같은 색도 다르게 느껴질 수 있거든요. 다만 전시 사진만으로는 질감을 정확히 알기 어려우니, 사진에서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단정하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전시 정보를 찾을 때 기억할 점
예전 전시 기사를 읽고 바로 찾아갔다가 이미 끝난 전시였다는 걸 알게 되면 아쉽죠. 예를 들어 ‘선한 능력으로’는 2023년 전시이고, 서울 압구정에서 열린 제19회 초대 개인전은 2024년 10월 일정으로 소개됐습니다. 기사에 적힌 장소와 날짜는 당시 기록이지 현재 운영 안내가 아닙니다. 실제 관람을 계획한다면 갤러리 이름과 전시 제목을 함께 확인해 최신 일정을 살피는 게 좋아요.
작품을 더 알고 싶다면 전시 기사 한 편만 읽고 끝내기보다 책 소개와 작가의 작품 설명을 함께 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책에서는 작가가 어떤 미술 이야기에 관심을 두는지 알 수 있고, 전시 소개에서는 그 관심이 자신의 그림에 어떻게 이어지는지 짐작할 수 있어요. 근데 처음부터 자료를 많이 모을 필요는 없어요. 마음에 남는 그림 한 점을 고르고, 제목과 색, 인물의 표정을 천천히 보는 것만으로도 감상의 시작은 충분합니다.
저는 심유림 작가의 그림을 접할 때 ‘무슨 뜻인지 맞혀야 한다’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해요. 먼저 눈에 닿는 장면을 보고, 그다음 작가가 전하려던 이야기를 읽으면 그림과 설명 사이에서 자신만의 감상이 생기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