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재료, 책으로 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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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재료, 책으로 피다

버려질 뻔한 재료가 알록달록한 이야기를 품은 입체 그림책으로 다시 태어났다. 태백 문화예술동아리 ‘책노랑’의 업사이클링 그림책 팝업북 전시가 초록뿔언덕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는 태백시문화재단 문화예술지원사업으로 마련됐다.

전시는 다 쓰고 난 물건도 창작자의 상상력과 손길을 만나면 새로운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지역 문화예술동아리가 작품을 만들고, 지역의 전시 공간이 이를 주민에게 선보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뚜렷했다.

재사용품에 이야기를 더하다

팝업북은 책장을 펼칠 때 접혀 있던 그림과 구조물이 입체적으로 솟아오르는 책이다. 평면에 머물던 장면이 눈앞에서 여러 층으로 펼쳐지기 때문에 이야기의 공간과 등장 요소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책노랑이 선보인 업사이클링 팝업북에는 여기에 재사용의 의미가 더해졌다. 쓰임을 다해 버려질 수 있었던 물건을 오리고 접고 붙여 새로운 그림책으로 완성한 것이다. 재료의 이전 용도는 끝났지만, 작품 속에서는 색과 형태를 구성하는 요소가 되어 또 다른 역할을 얻었다.

단순히 폐기물을 다시 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재료에 새로운 가치와 이야기를 부여했다는 점이 이번 전시의 핵심이다. 전시장에 놓인 작품마다 책노랑 회원들의 손을 거쳐 새로운 장면과 서사가 담겼다.

책장을 펼치자 살아난 장면

초록뿔언덕 전시장에는 화려한 색감의 팝업북 작품들이 펼쳐졌다. 책장을 열면 여러 장면이 층층이 일어서며 입체적인 공간을 만들었고, 관람객은 작품 앞에 멈춰 세부 표현과 재료를 차분히 살폈다.

작품은 재사용품으로 만들었다는 설명을 듣기 전에는 쉽게 알아채기 어려울 만큼 세밀하게 구성됐다. 관람객들은 어떤 물건이 작품의 재료가 됐는지 짐작해 보며 팝업북의 구조와 표현 방식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었다.

특히 어린이에게는 익숙한 팝업북 형식을 통해 자원 재사용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는 자리였다. 버려질 수 있었던 물건이 손질과 조합을 거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는 과정은 환경의 가치와 창작의 즐거움을 동시에 전했다.

말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재사용의 가능성을 실제 작품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교육적 의미도 컸다. 어린이와 보호자가 함께 재료를 추측하고 작품의 구조를 관찰할 수 있어 세대가 함께 즐기는 전시의 면모도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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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으로 완성된 입체 그림책

팝업북은 책장을 접었을 때와 펼쳤을 때의 모습이 모두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한다. 이번 전시 작품에서도 색과 형태뿐 아니라 각 요소가 솟아오르는 위치와 겹치는 순서가 세심하게 구성됐다.

재료를 자르고 접고 붙이는 과정을 반복해 하나의 입체 장면으로 완성한 작품에서는 회원들이 들인 시간과 정성을 엿볼 수 있었다. 각각의 재료는 따로 놓였을 때 평범한 재사용품이지만, 한 권의 책 안에서 만나자 이야기의 배경과 장면을 이루는 창작 재료로 변했다.

전시장을 채운 팝업북은 화려한 외형만 보여주는 데 머물지 않았다. 물건의 쓰임이 끝났다고 해서 가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작품의 변화 과정으로 전달했다. 이는 자원을 바라보는 관점을 넓히고, 일상에서 버려지는 물건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지역 주민이 함께 만든 전시

이번 전시는 주민이 작품을 만들고, 지역 공간이 전시 기회를 제공하며, 다시 주민이 관람하는 구조로 진행됐다. 태백시문화재단의 문화예술지원사업을 바탕으로 지역 문화예술동아리의 창작 활동이 주민과 만났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책노랑은 업사이클링과 그림책, 팝업북을 결합해 지역 주민에게 친숙하면서도 독창적인 작품을 선보였다. 환경이라는 주제를 어린이도 이해하기 쉬운 입체 그림책으로 풀어냄으로써 문화예술이 일상의 문제를 전달하는 방식도 보여줬다.

지역의 창작자와 전시 공간, 주민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태백의 생활문화 기반을 넓히는 장면이 만들어졌다. 규모와 관계없이 주민의 창작물이 공개되고 이웃과 공유되는 경험은 지역 문화가 성장하는 바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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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종료 초록뿔언덕은 계속

책노랑의 업사이클링 그림책 팝업북 전시는 현재 종료돼 해당 작품을 다시 관람할 수는 없다. 다만 전시가 열렸던 초록뿔언덕은 지역 주민에게 전시 공간을 상시로 내어주고 있다.

초록뿔언덕에서는 주민 작가들이 만든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창작자의 결과물을 가까운 생활 공간에서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민 참여형 문화예술 공간의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버려질 뻔한 재료가 새로운 이야기를 얻는 과정과 지역 주민의 창작 활동이 공공 문화예술 지원을 통해 관람객에게 닿는 과정을 함께 보여줬다. 화려하게 펼쳐지는 팝업북 속에는 자원 재사용의 가치, 창작자의 정성, 지역 공동체의 문화가 차곡차곡 담겼다.

한 번 쓰고 버릴 수 있었던 물건은 책노랑 회원들의 손에서 다시 펼쳐지는 이야기가 됐다. 이번 전시는 작은 재료의 변화가 어린이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주민의 창작 활동이 태백의 문화 풍경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 수 있음을 확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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