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소를 100곳 넘게 묵으면서 알게 된 게 있다. 여행 날짜를 잘못 잡으면 사진에서 반했던 객실도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 하노이는 특히 그렇다. 같은 골목의 숙소라도 습하고 더운 날에는 에어컨과 창문 상태가 먼저 보이고, 쌀쌀한 날에는 침구와 온수가 여행의 기억을 좌우한다. 하노이 여행시기를 고를 때 날씨 예보만큼 숙소 후기를 꼼꼼히 보는 이유다.
걷는 여행이라면 10월과 11월이 편하다
처음 가는 하노이라면 나는 10월부터 11월을 먼저 권한다. 호안끼엠 호수에서 구시가지로 이어지는 길은 지도상 거리보다 체력이 더 든다. 오토바이를 피해 걷고, 가게에 들렀다가 다시 골목으로 나오는 시간이 길어서다. 선선한 날에는 그 과정 자체가 재미있지만 한여름에는 숙소로 돌아가 쉬는 횟수가 늘기 쉽다.
베트남 관광청은 하노이의 9월부터 11월을 비교적 선선하고 맑은 시기로 안내한다. 다만 9월은 여름의 더위와 비가 남을 수 있어, 날짜를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면 10월 중순부터 11월 쪽이 마음 편하다. 가을이라고 매일 같은 하늘이 나오는 건 아니다. 비가 한 번 와도 걸을 수 있도록 미끄럽지 않은 신발 한 켤레는 챙기는 편이 좋다.
이 시기 숙소는 전망 사진보다 위치를 먼저 본다. 구시가지 한가운데는 밤에도 차 소리와 사람 소리가 이어질 수 있다. 늦게까지 돌아다닐 계획이면 편리하지만, 잠귀가 밝다면 큰길에서 한두 블록 벗어난 방이 낫다. 예약 전 후기에서 ‘조용하다’는 말만 찾지 말고 도로 쪽 객실인지, 창문이 실제로 열리는지도 확인한다. 같은 건물 안에서도 방에 따라 체감이 크게 다르다.
봄에는 월별 차이를 작게 보면 곤란하다
3월과 4월을 둘 다 ‘봄’으로 묶으면 짐을 잘못 싸기 쉽다. 3월은 흐리거나 습한 날에 얇은 긴팔이 편할 수 있고, 4월로 넘어가면 낮에는 더위가 빠르게 올라온다. 베트남 관광청도 4월부터는 30도를 넘는 날이 있다고 안내한다. 햇볕 아래를 오래 걷는 일정이라면 아침과 늦은 오후에 야외 동선을 몰아두는 게 훨씬 수월하다.
봄 숙소를 볼 때는 채광 사진에 마음을 빼앗기기 쉽다. 그런데 통창 바로 앞이 옆 건물 벽이면 방은 생각보다 어둡고 습하게 느껴질 수 있다. 사진이 넓어 보인다면 객실 면적과 창밖 사진을 따로 확인하자. 특히 오래된 건물을 개조한 숙소는 분위기가 좋은 대신 환기, 방음, 계단 상태가 제각각이다. 캐리어가 크거나 계단을 오르기 어렵다면 엘리베이터 유무도 예약 전에 확인할 부분이다.
6월부터 8월은 숙소에서 쉬는 시간을 잡아야 한다
여름 하노이가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더위를 잘 견디고 일정이 느슨하다면 소나기가 지나간 뒤의 거리도 매력적이다. 다만 6월부터 8월은 덥고 습하며 비가 잦다. 낮에 야외 관광지를 연달아 넣으면 오후에는 지치기 쉽다. 이때는 숙소가 단순히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한낮에 돌아와 쉬는 공간이 된다.
그래서 여름 예약에는 세 가지를 본다. 에어컨 성능을 언급한 최근 후기, 샤워 공간의 배수 상태, 비가 와도 이동하기 쉬운 위치다. ‘깨끗하다’는 짧은 평보다 ‘에어컨을 켜도 방이 금방 시원해지지 않았다’처럼 구체적인 후기가 더 쓸모 있다. 사진 속 욕실 바닥이 말끔해도 배수가 느리면 습한 날에는 불편함이 커진다. 객실에서 쉬는 시간이 길어질 예정이라면 창 없는 저렴한 방은 신중하게 고르겠다.
하롱베이를 함께 묶는 일정도 날씨에 여유를 둬야 한다. 북부의 여름에는 비와 폭풍 영향으로 배 운항이 달라질 수 있다. 하노이에 도착한 다음 날 바로 크루즈를 넣고 귀국 비행기까지 촘촘히 이어 붙이는 일정은 피하는 편이 낫다.
겨울 하노이는 생각보다 차갑다
12월부터 3월의 하노이는 흐리고 서늘한 날이 많다. 늦겨울과 초봄에 여행한다면 ‘동남아니까 반팔이면 되겠지’라는 생각은 접어두자. 베트남 관광청 안내에는 겨울철 기온이 10도 안팎까지 내려가는 경우도 나온다. 숫자만 보면 견딜 만해 보여도 흐린 날 야외에 오래 있거나 실내가 서늘하면 체감은 달라진다.
이때는 객실 사진 속 두꺼운 이불을 보고 온수까지 괜찮을 거라고 짐작하지 않는다. 최근 겨울 후기에 온수 지속 시간, 난방이나 냉난방기 작동, 창문 틈바람 이야기가 있는지 본다. 구시가지의 멋진 구옥은 겨울에 분위기가 좋지만 객실마다 추위를 막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 얇은 옷을 여러 겹 챙기면 낮과 밤의 온도 차에도 대응하기 쉽다.
1월이나 2월 여행이라면 해마다 날짜가 달라지는 베트남 설 연휴도 확인해야 한다. 베트남 관광청은 이 기간 일부 상점과 식당, 교통편이 며칠간 쉬기도 한다고 안내한다. 조용해진 거리를 좋아한다면 색다른 경험이지만, 먹고 싶은 가게를 잔뜩 저장해 둔 여행이라면 아쉬울 수 있다.
내 기준에서 첫 하노이 여행은 걷기 좋은 10월과 11월이 가장 편하다. 여름에는 객실의 냉방과 위치가, 겨울에는 온수와 실내 온도가 날짜만큼 중요하다. 사진이 예쁜 숙소를 찾는 시간의 절반만이라도 여행하는 달의 최근 후기에 써보면, 현관문을 열었을 때의 실망을 꽤 줄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