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치민 숙소에서 체크아웃하던 날, 캐리어 한쪽에 선물을 늘어놓고 한참 고민한 적이 있다. 시장에서 산 화려한 소품은 포장부터 벌어졌고, 별생각 없이 집어 온 커피는 돌아가서도 잘 마셨다. 숙소도 사진보다 실제 상태를 따져봐야 하듯, 호치민 여행 선물도 매대에서 예뻐 보이는 순간보다 집에 가져간 뒤를 생각해야 한다.
선물 고를 때 저는 세 가지만 먼저 본다. 받는 사람이 실제로 쓸지, 더운 날 들고 다녀도 괜찮을지, 캐리어 안에서 버틸지. 이 기준으로 보면 유명한 물건과 만족스러운 물건이 꼭 같지는 않다.
커피는 무난하지만 받는 사람 취향을 탄다
호치민에서 여러 사람에게 나눠 줄 선물을 고른다면 커피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베트남 관광청도 커피를 대표적인 기념품으로 소개한다. 포장 제품은 가방에 넣기 편하고 선택지도 많다. 다만 ‘베트남 커피니까 누구나 좋아하겠지’ 하고 같은 제품을 여러 개 사는 건 조금 아쉽다.
진하고 쌉싸름한 맛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로부스타가 들어간 커피가 반가울 수 있다. 평소 산미 있는 연한 커피만 마시는 사람에게는 예상보다 묵직하게 느껴질 수 있고. 선물할 사람이 집에서 어떤 방식으로 커피를 내리는지도 중요하다. 원두를 갈 기계가 없다면 홀빈보다 분쇄 제품이 편하고, 커피를 내려 마실 일이 거의 없다면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제품이 낫다.
베트남식 드립 도구인 핀도 함께 팔지만, 저는 커피를 즐겨 내리는 사람에게만 고른다. 작고 가벼워서 살 때는 좋다. 그런데 사용법을 설명하지 않으면 찬장에 들어가기 쉽다. 커피를 선물한다면 포장 앞면보다 뒷면의 원재료, 분쇄 여부, 유통기한을 먼저 확인하는 편이 실패가 적었다.
초콜릿과 말린 과일은 보관 상태까지 봐야 한다
동료나 친구에게 줄 선물로는 개별 포장된 초콜릿이 꽤 좋다. 베트남 관광청은 호치민에서 현지 카카오로 만든 초콜릿을 만날 수 있다고 소개한다. 커피보다 취향을 덜 묻고, 포장이 단정하면 따로 손볼 일도 적다. 다만 호치민의 더위는 생각해야 한다. 낮에 산 초콜릿을 가방에 넣고 몇 시간씩 돌아다니면 맛보다 모양이 먼저 상할 수 있다.
초콜릿을 살 날에는 관광 일정을 마친 뒤 매장에 들르는 편이다. 숙소에 돌아와 냉방되는 방에 두고, 귀국할 때 옷 사이에 넣어 충격을 줄인다. 숙소 냉장고에 넣었다면 체크아웃할 때 놓고 나오기 쉬우니 메모도 해둔다. 이동 시간이 길거나 더위에 오래 노출될 예정이라면 다른 선물을 고르는 게 마음 편하다.
말린 망고 같은 과일 간식은 나눠 먹기 좋아 보이지만 제품마다 식감과 단맛 차이가 크다. 특히 얇게 썬 과일처럼 보여도 설탕이 더해진 제품이 있다. 부모님께 드릴 생각이라면 ‘과일이니까 가볍겠지’ 하고 고르기보다 원재료 표시를 읽는 게 낫다. 저는 작은 포장을 하나 먼저 먹어 보고, 마음에 들 때 같은 제품을 추가로 산다. 선물은 여러 봉지 남는데 내 입에는 안 맞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공예품은 예쁜 사진보다 손으로 만져본 상태가 중요하다
커피나 간식 말고 오래 남는 선물을 찾는다면 칠기 소품, 작은 그릇, 대나무 제품도 눈에 들어온다. 숙소 사진에서 넓어 보이던 방이 실제로는 답답했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저는 공예품도 멀찍이서 보고 고르지 않는다. 작은 쟁반 하나라도 손에 들어 보고 모서리와 바닥을 확인한다.
칠기 제품은 표면의 긁힘이나 색이 고르지 않은 부분을 밝은 곳에서 보는 게 좋다. 그릇은 바닥이 평평한지, 가장자리에 거친 부분이 없는지 확인한다. 선물 받는 사람이 들고 갈 짐까지 생각하면 큰 장식품보다는 컵 받침이나 작은 트레이처럼 쓰임이 분명한 물건이 낫다. 깨지기 쉬운 제품이라면 포장 상태도 구매 전에 물어본다.
다만 공예품은 받는 사람의 집 분위기를 많이 탄다. 현지에서 눈길을 끄는 강한 색과 무늬가 상대방 집에서는 놓일 자리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 취향을 잘 모르는 지인에게는 음식 선물이 편하고, 오래 알고 지낸 사람에게는 평소 쓰는 색이나 물건을 떠올려 고른 작은 소품이 더 기억에 남았다.
사는 장소보다 마지막 확인이 선물을 가른다
시장은 구경하는 재미가 크고, 여러 가게의 물건을 한자리에서 비교하기 좋다. 대신 같은 종류라도 포장 상태와 표시가 다를 수 있다. 식품이라면 밀봉 여부와 유통기한을 보고, 여러 개를 샀다면 계산대에서 수량을 다시 센다. 편하게 고르고 싶을 때는 제품 표시를 차분히 읽을 수 있는 매장이 낫다. 장소 하나를 정답처럼 고집할 필요는 없다.
귀국할 때 가져갈 음식이라면 구매 전에 성분도 확인한다. 특히 육류가 들어간 간식이나 신선한 과일은 가볍게 선물용으로 담을 물건이 아니다. 반입 가능 여부가 애매하면 농림축산검역본부 안내를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예쁜 포장을 보고 샀다가 공항에서 곤란해지는 일은 여행의 마지막 기억으로 남기 싫다.
저라면 여러 사람에게는 작게 나눌 수 있는 커피나 간식을, 한 사람에게 시간을 들여 고를 때는 직접 상태를 확인한 공예품을 산다. 호치민 여행 선물은 유명세보다 받는 사람의 생활에 들어갈 자리가 있는지가 오래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