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하성의 2026년 성적표를 다시 열어보고 한참 멈췄다. 2023년에는 152경기를 뛰며 홈런 17개와 도루 38개를 기록했던 선수다. 그런데 올해는 51경기, 15안타에 그쳤다. ‘김하성 FA 시장 외면’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알겠지만, 아직 시장이 그를 외면했다고 단정할 시점은 아니다. 11월 초 FA 시장은 이제 막 열렸다.
1년 전의 기대가 왜 달라졌을까
지난겨울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김하성은 2026시즌 연봉 1,600만 달러가 보장된 선수 옵션을 포기하고 FA가 됐다. 애틀랜타는 그를 다시 데려오기 위해 1년 2,0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옵션보다 400만 달러를 더 받으며 건강한 시즌으로 장기 계약의 근거를 만들 기회였다.
그 기대에는 이유가 있었다. 2025년 탬파베이에서 24경기 타율 0.214에 머물렀지만, 애틀랜타로 옮긴 뒤 24경기에서는 0.253을 쳤다. 표본은 작아도 반등의 실마리로 볼 만했다. 유격수 수비 경험과 여러 내야 자리를 맡을 수 있는 능력도 여전했다. 애틀랜타가 단기 계약에 큰돈을 쓴 건 그 가능성에 대한 평가였다.
올해 1월, 흐름이 꺾였다. 김하성은 한국에서 빙판길에 미끄러져 오른손 중지 힘줄을 다쳤고 수술을 받았다. 5월에야 빅리그로 돌아왔으며, 7월에는 같은 손가락의 염증으로 다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2024년 어깨 부상과 수술 뒤 2025년에도 48경기만 뛰었던 터라, 구단 입장에서는 최근 세 시즌의 출전 가능성을 함께 따질 수밖에 없다.
타율 0.116보다 더 아픈 숫자
MLB 공식 기록상 김하성의 2026시즌 성적은 129타수 15안타, 타율 0.116이다. 출루율 0.219, 장타율 0.140, OPS는 0.359다. 홈런은 없고 도루는 2개였다. 타율만 낮은 게 아니다. 출루와 장타가 함께 줄었다는 점이 계약 협상에서는 더 무겁게 읽힌다.
비교하면 낙폭이 선명하다. 2023년 김하성은 타율 0.260, 출루율 0.351, OPS 0.749를 기록했다. 그해 75개의 볼넷을 골랐고, 내야 여러 포지션에서 보여준 수비로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도 받았다. 타석에서 버티고, 출루하면 달리고, 수비로 실점을 막는 선수였다.
2026년의 147타석만으로 그 능력이 영영 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부상 뒤 감각을 되찾을 시간이 부족했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FA 계약은 지난 전성기가 아니라 앞으로의 경기에 돈을 지불하는 일이다. 구단이 ‘건강하다면 다시 잘할 수 있다’는 기대만으로 여러 해를 보장하기 어려운 이유다.
시즌 중 애틀랜타의 기용 변화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MLB 보도에 따르면 김하성은 복귀 뒤 극심한 타격 부진을 겪었고, 팀은 다른 선수들에게도 선발 유격수 자리를 맡겼다. 과거 수비 이력은 강점이지만, 당장 매일 선발로 뛰며 타격까지 회복할 수 있는지는 별도의 질문이 된 셈이다.
퀄리파잉 오퍼가 없다는 뜻
애틀랜타는 이번 FA 시장에서 김하성에게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하지 않았다. 올해 금액은 2027시즌 1년 2,315만 달러다. 2026년 김하성의 출전과 타격 성적을 고려하면, 구단이 그 금액의 계약을 제안하지 않은 선택 자체는 놀랍지 않다.
그렇다고 이 결정이 곧 ‘모든 구단이 외면했다’는 증거는 아니다. 퀄리파잉 오퍼는 원소속팀이 정해진 금액으로 제시하는 계약이다. 김하성에게 제시되지 않았으므로 다른 팀이 그와 계약할 때 해당 오퍼에 따른 드래프트 지명권 손실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평가가 내려간 신호인 동시에, 영입을 검토하는 팀에는 부담 하나가 줄어든 조건이다.
애틀랜타 잔류 가능성 역시 닫힌 것은 아니다. 다만 지난해처럼 주전 유격수 자리를 전제로 2,000만 달러를 지급했던 상황과 올해의 협상 출발점은 다를 수 있다. 구단은 복귀 가능성을, 김하성은 건강할 때의 수비와 출루 능력을 근거로 제시할 것이다. 어디에서 접점이 생길지는 아직 확인된 계약 제안이 없으니 예단하기 어렵다.
다음 계약을 가를 것은 이름보다 출전
나는 김하성의 가치를 볼 때 2023년의 골드글러브와 2026년의 타율 0.116을 함께 놓고 싶다. 앞의 기록은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어떤 선수가 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뒤의 기록은 지금 계약하려는 구단이 감수해야 할 위험을 보여준다. 어느 한쪽만 고르면 이번 FA 시장의 분위기를 제대로 읽기 어렵다.
현실적으로는 보장 기간과 출전 기회를 어떻게 맞추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 구단은 회복을 확인할 시간을 원할 수 있고, 김하성은 꾸준히 뛸 자리를 원할 것이다. 손가락 상태가 안정되고 타석에서 다시 출루를 쌓는다면 평가가 달라질 여지는 있다. 반대로 수비 이력만으로 최근 두 시즌의 결장을 지우기는 어렵다.
지금의 ‘외면’은 확정된 시장 판정보다 급격히 달라진 기록에 대한 반응에 가깝다. 3년 전에는 한 시즌 152경기를 소화했고, 올해는 51경기에 머물렀다. 다음 계약의 금액도 궁금하지만, 나는 그가 다시 한 시즌을 꾸준히 뛰는 모습을 먼저 보고 싶다. 김하성의 숫자 뒤에 남은 이야기는 결국 얼마나 자주 그라운드에 설 수 있느냐에서 이어질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