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는 이야기 하고 싶어 왜 지금 봐도 따뜻할까요?

데미는 이야기 하고 싶어 왜 지금 봐도 따뜻할까요?

오래전에 봤던 애니를 다시 떠올릴 때가 있는데, 유독 학교 복도에서 나누던 대화가 먼저 생각나는 작품이 있어요. ‘데미는 이야기 하고 싶어’입니다. 뱀파이어와 설녀가 등장한다고 하면 판타지 사건부터 기대하기 쉽죠. 그런데 이 작품에서 오래 남는 건 누가 누구의 고민을 들어줬는지, 그리고 그 대화 뒤에 학교생활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예요.

‘데미’는 누구를 가리키는 말일까요?

제목 속 데미는 한 사람의 이름이 아닙니다. 작품 세계에서 뱀파이어, 듀라한, 설녀처럼 인간과 조금 다른 특성을 지닌 아인들을 부르는 말이에요. 페토스의 만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는 시바사키 고등학교의 생물 교사 타카하시 테츠오가 데미 학생들과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원래 아인에 관심이 많았던 테츠오에게는 반가운 만남이지만, 학생들에게 자신의 특성은 호기심을 채워줄 소재이기만 한 건 아니죠.

이 설정이 재미있는 이유는 판타지의 무대가 아주 익숙한 학교라는 점입니다. 수업을 듣고, 친구와 어울리고, 시험을 걱정하는 일상은 그대로예요. 다만 누군가는 뱀파이어이고, 누군가는 머리와 몸이 떨어져 있는 듀라한입니다. 같은 복도를 걸어도 각자 겪는 불편은 다를 수밖에 없어요. 작품은 그 차이를 거창한 사건보다 작은 대화와 행동으로 보여줍니다.

캐릭터마다 고민의 모양이 달라요

뱀파이어 코토리 아소비 히카리는 밝고 장난기 많은 학생입니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조용히 지내는 전형적인 캐릭터를 예상했다면 꽤 신선할 거예요. 히카리의 활발함 덕분에 교실 분위기도 가볍게 움직입니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모두의 어려움을 웃음으로 넘기지는 않아요.

듀라한 마치 쿄코에게는 머리와 몸이 분리된 상태가 생활 그 자체입니다. 남에게는 신기한 모습이지만, 쿄코에게는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과 일상의 불편이 함께 걸린 문제죠. 설녀 쿠사카베 유키는 다른 학생들의 말을 듣고 자신이 아인이기 때문에 미움을 받는 건 아닐까 고민합니다. 애니메이션 공식 소개에서도 유키의 이야기를 단순한 오해가 아니라, 교사와 친구가 함께 받아들이는 고민으로 다룹니다.

수학 교사 사토 사키에는 서큐버스라는 특성 때문에 학생들과 적당한 거리를 지키려 합니다. 학생 셋의 고민과는 또 다른, 어른으로서의 현실적인 걱정이 있는 셈이죠. 이렇게 캐릭터를 나란히 놓고 보면 ‘데미라서 힘들다’는 한 문장으로 묶을 수 없다는 게 보입니다. 각자의 성격과 상황이 다르니까 필요한 배려도 달라요.

광고

듣는다는 말이 괜히 제목에 들어간 게 아니죠

테츠오는 학생들에게 질문을 많이 합니다. 생물 교사답게 특성의 원리를 궁금해하기도 해요. 근데 작품의 온기는 질문을 던진 뒤의 태도에서 나옵니다. 상대가 겪는 일을 먼저 듣고, 학교에서 무엇이 불편한지 함께 생각하거든요. 아인에 관한 지식을 늘리는 것보다 눈앞의 학생이 편하게 지낼 방법을 찾는 장면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물론 테츠오가 모든 순간에 답을 아는 완벽한 선생님으로 그려지지는 않아요. 그 점도 이 작품에 어울립니다. 다른 사람의 경험을 미리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물어보고 들은 뒤 자기 생각을 고치는 편이 자연스러우니까요. 히카리와 쿄코, 유키도 누군가의 도움만 기다리는 인물이 아닙니다. 서로 말을 걸고 편이 되어주면서 관계를 만들어 갑니다.

판타지 설정을 다루는 방식도 부담스럽지 않아요. 듀라한이나 설녀의 특성을 둘러싼 호기심이 장면마다 웃음을 만들지만, 그 호기심이 당사자의 마음보다 앞설 때는 잠깐 멈춰 서게 합니다. 보고 있으면 ‘나라면 어떻게 말했을까’ 싶어지는 순간이 있어요. 일상 코미디인데도 대화 장면이 오래 남는 이유일 겁니다.

애니부터 볼까, 만화부터 읽을까?

가볍게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애니메이션이 진입하기 좋습니다. 2017년 방영한 TV판은 12화이고, 공식 블루레이·DVD 7권에는 TV에서 방영하지 않은 13화 ‘아인들의 여름방학’이 따로 실렸어요. 공식 사이트의 회차 목록에는 13화까지 보이지만, TV 방영분과 추가 에피소드는 이렇게 구분하는 게 정확합니다. 짧은 분량 안에서 학생들의 말투와 교실의 활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애니의 장점이에요.

이야기를 더 이어서 만나고 싶다면 원작 만화가 있습니다. 출판사 코단샤에 따르면 페토스의 원작은 전 11권으로 완결됐고, 마지막 권은 2023년 2월에 나왔습니다. 애니를 보고 캐릭터들과 조금 더 시간을 보내고 싶어졌다면 이미 끝까지 나온 원작을 이어 읽을 수 있는 셈이죠. 국내에서는 ‘데미는 이야기 하고 싶어’처럼 띄어 쓴 표기와 ‘데미는 이야기하고 싶어’라는 표기를 모두 볼 수 있어 작품을 찾을 때 참고할 만합니다.

솔직히 이 작품은 설정만 들었을 때보다 등장인물들이 서로 말을 주고받는 모습을 볼 때 더 좋아집니다. 누군가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건 대단한 해답이 아니라, 그 사람이 직접 하는 이야기를 듣는 시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남아요.

데미는 이야기 하고 싶어 왜 지금 봐도 따뜻할까요? - 요약
광고

댓글 0

평가를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

모두 ID로 로그인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