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약국에서 비염약을 받으시던 분이 작두콩차도 함께 마셔도 되느냐고 물으셨어요. 약국에서 11년 일하며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차니까 부담 없이 마셔도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비염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와 약을 먹는 동안 주의할 점은 따로 봐야 합니다.
비염에 좋다는 말, 차에도 그대로 적용될까요?
작두콩은 콩과 식물입니다. 비염과 관련해 가장 눈여겨볼 만한 자료는 2025년 발표된 국내 연구예요. 연구진은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있는 성인 64명을 두 군으로 나눠, 한쪽에는 어린 작두콩 꼬투리 추출물을, 다른 쪽에는 위약을 6주간 섭취하게 했습니다. 추출물 섭취군에서 코막힘을 비롯한 일부 증상 점수가 위약군보다 더 개선됐습니다.
다만 이 연구에 쓴 것은 일정하게 제조한 꼬투리 추출물입니다. 집에서 볶은 작두콩을 우린 차나 시판 티백 한 잔과 성분·섭취량이 같다고 볼 수는 없어요. 연구에 참여한 사람도 많지 않고 관찰 기간은 6주였습니다. 작두콩차를 마시면 비염이 낫는다거나 비염약을 끊어도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에는 근거가 부족합니다.
항염·항산화 효과도 자주 언급됩니다. 실제로 작두콩 꼬투리 추출물을 세포나 동물에 사용한 연구에서는 염증 관련 지표의 변화가 관찰됐어요. 그런데 시험관 속 추출물의 농도와 우리가 마시는 차의 농도는 다릅니다. 축농증, 감기, 면역력 개선까지 차의 효능으로 넓혀 말하는 광고라면 한 번 더 신중하게 보는 편이 좋겠습니다.
작두콩차 부작용은 무엇을 봐야 할까요?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원료 부위와 가공 상태입니다. 작두콩 씨앗에는 카나바닌이라는 성분과 렉틴류가 들어 있습니다. 작두콩 씨앗의 가공 방법을 비교한 식품 연구에서는 물에 담갔다가 삶은 뒤 물을 버렸을 때 카나바닌이 가장 많이 줄었고, 볶기만 한 경우에는 감소 폭이 더 작았습니다. 그렇다고 이 결과를 근거로 시판 차가 위험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 연구 대상은 씨앗 자체이고, 완제품의 제조 과정이나 차로 우렸을 때 실제로 마시게 되는 양은 제품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볶았으니 어떤 양이든 안전하다’고 말할 근거도 없습니다. 생작두콩이나 덜 익힌 씨앗을 직접 우려 마시는 일은 피하세요. 차를 고를 때는 원재료가 꼬투리인지 씨앗인지, 식품으로 가공된 제품인지 표시를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마신 뒤 입안이 가렵거나 두드러기가 생긴다면 섭취를 멈추세요. 콩류에 알레르기가 있거나 과거 식품 알레르기 반응이 심했다면 마시기 전에 의료진과 상의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메스꺼움이나 복통·설사가 반복돼도 계속 마시지 마시고요. 숨이 차거나 입술·목이 붓는 증상은 즉시 진료가 필요한 신호입니다.
하루에 몇 잔, 약과는 같이 마셔도 될까요?
‘하루 2리터까지 괜찮나요?’라는 질문도 받습니다. 현재 작두콩차에 대해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는 검증된 하루 권장량이나 안전 상한량은 제시돼 있지 않습니다. 컵 수만 같아도 원료의 양, 우린 시간, 씨앗과 꼬투리의 비율에 따라 섭취량이 달라집니다. 처음 마신다면 제품 표시의 우림법을 지키고 적은 양부터 몸의 반응을 확인하세요. 여러 번 진하게 끓인 차를 물 대신 하루 종일 마시는 습관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약과의 관계도 ‘함께 먹으면 안 된다’는 확실한 조합을 임의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작두콩차와 특정 약물의 상호작용을 사람에게서 충분히 확인한 자료가 아직 부족해요. 그래서 처방약을 복용 중이라면 약 이름을 알려주고 약사나 의사에게 상담하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 특히 여러 약을 함께 먹거나 만성질환이 있다면 차의 원재료와 하루에 마시는 양도 함께 전해주세요.
약은 제품 설명에 적힌 대로 물과 함께 복용하고, 작두콩차를 약 복용용 물로 쓰지는 않는 편이 좋습니다. 임신·수유 중이거나 어린아이에게 매일 마시게 하려는 경우에도 안전한 섭취량에 관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으니 먼저 상담받으세요. 차를 마시기 시작한 시점과 새로 생긴 증상을 기록해 두면 상담할 때 도움이 됩니다.
비염 때문에 마신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볼까요?
코가 막혀 밤에 잠을 설칠 정도라면 차의 효과를 기다리기보다 진료로 원인과 치료 방법을 확인해야 합니다. 비염처럼 느껴져도 감염이나 다른 코 질환일 수 있거든요. 이미 비염약을 먹고 있다면 증상이 좋아졌다는 이유만으로 약을 스스로 중단하지 마세요.
제가 약국에서 드리는 답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작두콩차는 입맛에 맞으면 마실 수 있는 식품이지만, 비염 치료 효과와 안전한 섭취량은 아직 차 자체를 대상으로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맛있게 마시되 몸의 반응을 살피고, 약을 드시는 분이라면 차도 복용 목록에 넣어 함께 이야기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