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김장 양념이 묽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저는 먼저 무를 어떻게 썰었는지 묻습니다. 같은 재료를 넣어도 무를 미리 소금에 절였는지, 버무린 뒤 얼마나 오래 두었는지에 따라 속의 물기가 달라지거든요. 김장 속은 재료를 많이 넣는 것보다 각 재료의 역할과 넣는 순서를 아는 편이 만들기 쉽습니다.
김장 속재료 종류와 각각의 역할
기준은 물기를 뺀 절임배추 2kg입니다. 큰 배추라면 한 포기 안팎이지만 포기 크기가 제각각이라 무게로 맞추는 게 정확해요. 이 양에는 무 400g, 쪽파 100g, 갓 80g을 준비합니다. 무는 아삭한 식감과 단맛을 내고, 쪽파는 향을 보탭니다. 갓은 특유의 알싸한 맛을 주지만 없어도 괜찮습니다. 갓을 빼면 쪽파를 30g 정도 더 넣어도 좋고, 향이 강한 김치를 좋아하지 않으면 채소 양을 그대로 두어도 됩니다.
양념에는 고춧가루 120g, 다진 마늘 70g, 다진 생강 12g, 멸치액젓 90ml, 새우젓 50g, 식힌 찹쌀풀 150g을 씁니다. 설탕 10g은 선택입니다. 고춧가루는 색과 매운맛을, 액젓과 새우젓은 짠맛과 감칠맛을 맡아요. 생강은 많이 넣으면 다른 향을 덮으니 저울로 재는 편이 좋습니다. 찹쌀풀은 양념이 배춧잎에 붙도록 돕습니다.
새우젓이 없다면 멸치액젓을 20ml 더 넣고 시작하세요. 다만 새우젓의 감칠맛과 향까지 같아지지는 않습니다. 멸치액젓 대신 까나리액젓을 쓸 때는 같은 양으로 시작할 수 있지만 제품마다 염도가 달라 마지막 간은 꼭 다시 봐야 합니다. 사과나 배를 넣고 싶다면 갈아서 100g 이내로 넣고, 그만큼 무를 100g 줄이면 물기가 지나치게 늘어나는 일을 피하기 쉽습니다.
손질은 물이 나오는 재료부터 생각하세요
무는 3~4mm 두께로 채 썰고 쪽파와 갓은 3~4cm 길이로 자릅니다. 무채가 너무 가늘면 버무리는 동안 쉽게 부러지고 물도 빨리 나와요. 배추는 줄기 쪽을 가볍게 눌렀을 때 부드럽게 휘어지는 정도로 절여진 것을 씁니다. 씻은 절임배추라면 채반에 엎어 2~3시간 물기를 빼고, 이미 물기를 뺀 제품이라면 줄기 사이에 물이 고여 있지 않은지만 확인합니다.
무채에는 고춧가루의 절반인 60g을 먼저 넣어 고루 버무립니다. 10분쯤 두면 무 표면에 색이 입혀지고 고춧가루가 무에서 나오는 물기를 조금 받아줘요. 무를 소금에 따로 절여 꼭 짜는 방식도 있지만, 이 분량에서는 절임배추와 젓갈의 간을 활용하는 편이 양 조절이 쉽습니다. 무를 미리 절였다면 남은 양념의 짠맛을 그대로 적용하지 말고 액젓부터 줄여야 합니다.
양념은 되직하게 만들고 채소는 마지막에 넣습니다
찹쌀풀 150g은 찹쌀가루 15g을 물 150ml에 풀어 약불에서 저으며 끓이면 대체로 만들 수 있습니다. 끓기 시작한 뒤에도 바닥을 긁으며 1~2분 더 저어 가루 맛을 없애고 완전히 식히세요. 끓으면서 수분이 날아가 완성량이 모자라면 물을 조금 보태 150g으로 맞춥니다. 뜨거운 풀을 쪽파에 바로 넣으면 잎이 숨이 죽고 향이 둔해집니다.
식힌 풀에 남은 고춧가루 60g, 마늘, 생강, 액젓, 잘게 다진 새우젓을 섞습니다. 설탕을 쓴다면 이때 넣으세요. 처음부터 물을 붓지 않는 게 좋습니다. 5분 정도 두면 고춧가루가 풀과 젓갈의 수분을 머금으면서 질감이 달라져요. 숟가락으로 떠서 천천히 떨어지는 정도면 무채에 버무리기 좋습니다. 너무 뻑뻑할 때만 물을 한 큰술씩 보태세요.
이 양념을 고춧가루에 버무려 둔 무채와 섞은 뒤, 쪽파와 갓을 넣고 손으로 가볍게 뒤집습니다. 파를 처음부터 세게 주무르면 풋내가 나고 모양도 쉽게 무너져요. 간은 양념만 찍어 보면 짜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배추 줄기 한 조각에 속을 조금 올려 함께 먹어 보세요. 배추의 짠맛까지 합쳐서 적당해야 김치가 익은 뒤에도 균형이 맞습니다.
속이 묽거나 짤 때는 이렇게 수습합니다
제가 초보 때 가장 자주 한 실수는 양념을 버무려 놓고 한참 뒤에 배추에 넣는 것이었습니다. 무에서 물이 계속 나와 처음에는 되직했던 속이 바닥에 고일 만큼 묽어졌어요. 속을 만든 뒤에는 20~30분 안에 배추에 넣는 편이 좋습니다. 이미 묽어졌다면 바닥의 국물을 무조건 다 붓지 말고, 고춧가루를 10g씩 넣어 섞은 뒤 5분 기다려 농도를 확인하세요. 고춧가루를 한꺼번에 많이 넣으면 색과 매운맛만 짙어집니다.
배추와 함께 먹었을 때 짜다면 무채를 50~100g 더 썰어 넣고 다시 맛봅니다. 무는 곧 물을 내므로 추가한 뒤에는 오래 두지 말고 바로 속을 넣으세요. 싱겁다면 액젓을 10ml씩 넣어 섞되, 절임배추의 두꺼운 줄기에도 양념이 닿았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잎에는 속을 얇게 펴고 줄기 사이에는 조금 더 넣으면 한 포기 안에서도 맛 차이가 줄어듭니다.
배추를 통에 담을 때는 공기가 많이 남지 않도록 눌러 담고, 위에 남은 겉잎을 덮어 김치냉장고나 냉장고에 넣습니다. 재료가 하나 빠졌다고 김장이 실패하는 건 아니에요. 무의 물기와 배추의 간을 보면서 속의 농도를 맞추면, 집에 있는 재료로도 충분히 맛있는 김치를 만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