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인이 코인 투자 설명회 자료를 보여줬는데, 가격 전망보다 추천 수당 표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1명을 데려오면 얼마, 그 사람이 다시 모집하면 얼마. 이런 제안은 코인 이름보다 돈이 어디서 들어와 누구에게 지급되는지부터 봐야 한다. 코인 다단계 종류는 포장만 다를 뿐, 신규 투자금에 수익 지급을 의존하는지 확인하면 위험이 꽤 선명해진다.
코인 판매형과 채굴 투자형
1. 자체 발행 코인 선판매형
아직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코인을 먼저 사두라며 상장 후 가격 상승을 약속하는 방식이다. 지인을 가입시키면 코인이나 현금으로 수당을 준다는 조건이 붙기도 한다. 설명회 자료의 ‘상장 예정 가격’은 실제로 그 가격에 팔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매수 호가와 거래량이 부족하면 화면에 찍힌 가격으로는 보유 물량을 처분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1,000원에 산 코인 1만 개가 3,000원에 표시돼도, 그 가격대 매수 주문이 100개뿐이면 평가금액 3,000만 원을 현금으로 바꿀 수 없다. 발행량, 팀 보유량, 잠금 해제 일정과 실제 거래량을 함께 봐야 한다. 금융위원회도 과거 상장 후 특정 가격을 방어해 원금을 보장한다는 식의 홍보를 가상자산 관련 유사수신 수법으로 소개했다.
2. 채굴기·클라우드 채굴형
채굴기를 공동 구매하거나 해외 채굴장에 맡기면 매일 코인이 쌓인다는 설명이다. 진짜 채굴 사업도 있지만, 채굴 수익은 코인 가격·채굴 난도·전기료·장비 효율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데 월 수익률을 고정하고 신규 회원 모집 수당까지 얹는다면 계산이 달라진다. 장비 대수와 구매 증빙, 전기료, 채굴 풀의 지급 기록을 제시하지 못하면 대시보드의 숫자는 운영자가 입력한 값일 수 있다.
예치 수익형과 가짜 거래소형
3. 스테이킹·디파이 수익형
코인을 맡기면 높은 이자를 주고, 추천인에게 별도 보상을 준다는 형태다. 실제 스테이킹 보상은 네트워크 규칙이나 운용 결과에 따라 변한다. ‘원금 보장에 월 10% 확정’처럼 가격 위험과 운용 손실을 모두 없앴다는 설명은 수익원이 무엇인지 따져야 한다. 스마트계약 주소가 공개돼도 안심할 수 없다. 입금 자산이 어디로 이동하는지, 운영자가 출금을 막거나 계약을 바꿀 권한이 있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4. 가짜 거래소·자동매매형
전용 앱에 입금하면 인공지능 매매로 수익이 난다고 보여주고, 친구를 초대하면 수수료를 준다는 방식이다. 초기에는 소액 출금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앱의 수익률 그래프와 실제 거래 기록은 별개다. 큰 금액을 빼려 할 때 세금이나 인증비를 먼저 내라고 한다면 추가 입금부터 멈춰야 한다. 금융위원회가 소개한 사례에도 자체 플랫폼에서만 거래 내역을 보여주다가 현금화를 지연하는 수법이 포함돼 있다.
5. NFT·게임 보상 회원권형
NFT나 게임 아이템을 사면 수익권이 생기고, 하위 회원의 구매액에 따라 보상이 늘어난다는 구조다. 상품 이름은 디지털 자산이지만 현금 흐름의 중심이 신규 가입비라면 지속 가능성을 따져야 한다. 아이템의 실제 이용자 수와 외부 판매량이 얼마나 되는지 보자. 운영사 안에서 회원끼리 주고받은 거래량만으로는 독립적인 수요를 확인하기 어렵다.
수당표보다 먼저 계산할 숫자
가령 100명이 100만 원씩 넣어 총 1억 원이 모였다고 하자. 회사가 월 10%를 약속하면 한 달 지급액만 1,000만 원이다. 여기에 모집 수당과 운영비까지 더하면 매달 그 이상의 외부 수익이 필요하다. 이를 입증할 매출이나 운용 기록 없이 새 회원의 입금액으로 지급한다면, 모집이 둔화되는 순간 출금 압박이 커진다. 이 계산은 특정 업체의 손실을 예측한 수치가 아니라 제안서의 자금 구조를 검산하는 예시다.
판매 수당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사업을 사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코인 다단계 종류를 볼 때는 추천 수당이 외부 고객에게 판매한 상품의 매출에서 나오는지, 신규 투자자의 원금에서 나오는지 구분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다단계판매업자인지 확인하는 일과 가상자산 투자금의 안전성을 판단하는 일도 서로 다르다. 등록 사실이 코인 가격이나 원금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온체인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입금 지갑 주소가 있다면 블록 탐색기에서 투자금이 여러 지갑을 거쳐 거래소로 이동하는지, 약속한 운용 계약으로 들어가는지 볼 수 있다. 토큰 보유자가 소수 지갑에 몰렸는지, 발행자가 추가 발행 권한을 갖는지도 확인할 만하다. 반면 거래소 지갑으로 들어간 뒤의 내부 거래나 운영사의 실제 채무는 온체인 기록만으로 알기 어렵다. ‘지갑에 돈이 있다’는 화면 한 장으로 지급 능력을 인정할 수 없는 이유다.
나는 이런 제안을 받으면 예상 수익률보다 출금 조건을 먼저 읽는다. 수익의 출처를 거래 내역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사람을 더 데려와야 보상이 커진다면, 코인 가격이 오를지보다 내 돈을 언제 실제로 돌려받을 수 있는지가 훨씬 중요한 숫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