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배추를 절일 때 가장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소금은 넉넉히 뿌렸는데 왜 줄기는 그대로죠?” 배추 잎은 얇고 줄기는 두껍습니다. 같은 양의 소금을 뿌려도 절여지는 속도가 달라요. 저는 소금 무게를 먼저 재고, 줄기 쪽에 더 많이 닿게 한 다음, 시계보다 배추의 휘어지는 정도를 보고 씻습니다.
배추 한 포기에 필요한 물과 소금
이 글의 기준은 손질 전 무게가 2.5~3kg인 김장배추 한 포기입니다. 물 2L와 굵은소금 300g을 준비하세요. 소금 200g은 물에 녹여 소금물을 만들고, 남은 100g은 잎 사이에 뿌립니다. 소금물에 담그기만 하면 두꺼운 줄기 안쪽은 늦게 절여지기 쉬워서 양을 나눠 쓰는 거예요.
배추가 작아 2kg 안팎이면 물 1.5L에 소금 230~250g부터 잡습니다. 큰 배추 두 포기를 한꺼번에 절일 때는 물과 소금을 각각 두 배로 늘리되, 배추가 겹쳐 눌리지 않을 만큼 넓은 통을 쓰는 편이 고르게 절여집니다. 소금을 종이컵으로 재면 알갱이 크기와 담는 방식에 따라 양이 달라져요. 가능하면 저울로 무게를 재세요.
굵은소금이 없고 고운소금만 있다면 같은 무게를 줄기마다 그대로 뿌리지는 마세요. 고운소금은 좁은 자리에 뭉치기 쉬워요. 물 2L에 고운소금 180~200g을 먼저 녹이고, 배추를 적신 뒤 줄기 안쪽에는 조금씩 나눠 뿌려 상태를 일찍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소금 종류를 바꿀 때는 정해진 시간보다 배추 상태가 더 중요해요.
줄기부터 소금이 닿게 손질하기
겉의 상한 잎만 떼고 배추 밑동에 십자 칼집을 5~7cm 정도 넣습니다. 칼로 잎 끝까지 자르면 잎이 잘게 찢어지기 쉬워요. 칼집에 손을 넣어 반으로 벌리고, 같은 방법으로 다시 갈라 4등분합니다. 밑동은 잎이 흩어지지 않을 만큼 남겨 두세요. 흙이 보이면 흐르는 물로 그 부분만 가볍게 씻어 냅니다.
큰 통에 물 2L와 굵은소금 200g을 섞어 녹입니다. 배추 4쪽을 한 쪽씩 소금물에 푹 적신 뒤, 줄기가 위를 향하도록 펼쳐 놓으세요. 남겨 둔 소금 100g을 네 쪽에 고르게 나눠 쓰되, 두꺼운 흰 줄기 사이에 대부분을 뿌립니다. 연한 잎 끝에는 손에 묻은 정도면 충분해요. 배추를 다시 통에 담고 남은 소금물을 부어 주세요.
줄기 부분이 소금물에 닿도록 배추를 한두 번 눌러 주고, 통이 넓어 배추가 뜨면 깨끗한 접시를 얹습니다. 꽉 누를 필요는 없어요. 예전에 접시 위에 무거운 냄비까지 올렸다가 겉잎이 짓무른 적이 있습니다. 물에 잠기는 자리가 생길 정도로만 눌러도 됩니다.
몇 시간보다 줄기가 휘는지 확인하기
실내가 18~20도 정도라면 보통 8~12시간을 잡습니다. 4~5시간쯤 지났을 때 위아래 배추의 자리를 바꿔 주세요. 위에 있던 배추는 아래로, 바깥쪽은 안쪽으로 옮기면 소금물에 닿는 시간이 비슷해집니다. 따뜻한 날에는 더 빨리 절여지니 6시간 무렵부터 확인하고, 추운 곳에서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습니다.
잘 절여졌는지는 가장 두꺼운 줄기 한 장을 잡고 천천히 구부려 보면 알 수 있어요. 뚝 부러지지 않고 부드럽게 휘면 씻을 때입니다. 잎은 축 처졌는데 줄기가 딱딱하다면 1~2시간 더 두고 다시 확인하세요. 한쪽 줄기만 유난히 뻣뻣하면 그 부분이 소금물에 닿도록 위치를 바꿔 줍니다. 너무 오래 두면 줄기가 지나치게 물러지고 씻어도 짠맛이 남기 쉬워요.
절인 배추는 큰 물에 한 쪽씩 담가 잎 사이를 벌리며 씻고, 물을 갈아 2~3번 헹굽니다. 잎을 세게 비비면 찢어져요. 마지막 헹굼 뒤에는 줄기 안쪽을 조금 떼어 맛보세요. 짠맛이 강하게 치고 올라오지 않고 약간 간간하면 괜찮습니다. 세워서 물기를 2~3시간 빼면 양념이 묽어지는 것도 줄일 수 있어요. 배추를 눕혀 포개면 안쪽에 물이 고이니 밑동 쪽을 아래로 향하게 받쳐 둡니다.
덜 절거나 짜졌을 때 수습하기
헹구기 전에 줄기가 아직 단단하다면 다시 소금물에 담가 조금 더 절이면 됩니다. 이미 씻었다면 새 소금물을 진하게 만들기보다 물 1L에 굵은소금 80~100g을 녹여 줄기 부분만 30분~1시간 더 담그고 상태를 살피세요. 잎까지 오래 담그면 얇은 부분부터 짜집니다.
반대로 씻은 뒤에도 지나치게 짜다면 맹물에 10~15분 담갔다가 줄기 맛을 다시 봅니다. 오래 담가 한꺼번에 소금기를 빼면 배추 맛도 흐려지고 줄기가 물을 많이 머금어요. 짧게 담그고 물기를 충분히 빼는 쪽이 낫습니다. 양념을 버무릴 때 액젓이나 새우젓을 평소보다 조금 덜 넣는 것도 방법이에요.
배추마다 크기와 줄기 두께가 달라 같은 소금 양을 써도 끝나는 시간은 다릅니다. 처음에는 시간을 적어 두되, 마지막 판단은 손으로 줄기를 구부려 하고 한 입 맛보세요. 그렇게 절인 배추가 양념을 버무릴 때도 형태를 잘 지켜 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