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국에서 임신 중 코막힘이 심해졌다는 분이 작두콩차를 들고 오신 적이 있습니다. “비염에 좋다는데 하루에 몇 잔 마시면 되나요?” 하고 물으셨지요. 임신 중에는 효능만큼이나 임신부와 아기에게 안전한지, 지금 먹는 약과 함께 마셔도 되는지가 중요합니다. 작두콩차는 차로 마시는 식품이지만, 임신 중 안전한 섭취량이 확인된 차는 아닙니다.
비염에 좋다는 말은 어디까지 확인됐을까요?
작두콩은 콩과 식물입니다. 차에는 콩, 꼬투리, 또는 둘을 함께 볶아 넣기도 합니다. 항산화·항염 작용을 다룬 연구가 있어 비염에 관심을 갖는 분이 많습니다. 다만 세포나 동물에서 관찰한 변화가 사람에게서 같은 효과를 낸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있습니다. 2025년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성인 64명을 대상으로 6주 동안 어린 작두콩 꼬투리 추출물과 위약을 비교했고, 코막힘과 생활의 불편함을 나타내는 일부 지표에서 개선을 관찰했습니다. 그렇지만 참가자는 임신부가 아니었고, 사용한 것도 일정한 조건으로 만든 추출물입니다. 집에서 볶은 작두콩을 우린 차 한 잔에 그 결과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차가 비염 치료를 대신하거나 임신 중 코막힘에 효과가 있다고 말할 근거는 아직 부족합니다.
임신 중 코가 막히는 이유도 하나가 아닙니다. 원래 있던 알레르기 비염일 수도 있고, 임신 중 점막 변화와 관련된 증상일 수도 있습니다. 증상이 오래가거나 잠을 방해할 정도라면 차로 버티기보다 원인을 확인하고 산부인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치료를 상담하는 편이 낫습니다.
임신 중에는 하루에 얼마나 마셔도 될까요?
제가 가장 조심스럽게 답하는 부분입니다. 작두콩차의 임신 중 안전성이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고, 임신부에게 적용할 수 있는 하루 권장량이나 안전한 최대량도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 건강기능식품국 역시 임신 중 식물성 원료 대부분은 안전성과 효능 자료가 부족하다고 안내합니다. “식품이니까 매일 물처럼 마셔도 된다”거나 “한 잔까지는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제품마다 원료 부위와 볶은 정도, 한 잔에 쓰는 양이 다릅니다. 진하게 끓인 물과 잠깐 우린 티백의 성분량도 같지 않겠지요. 그래서 인터넷에서 본 몇 g, 몇 잔이라는 수치를 임신부의 복용 기준으로 삼지 않았으면 합니다. 마시기 전에는 원재료명과 첨가 원료를 확인하고, 임신 주수와 평소 질환을 아는 산부인과 의료진 또는 약사와 상의하세요. 특히 작두콩 추출물을 농축한 분말·환·액상은 차보다 많은 양을 한꺼번에 섭취할 수 있어 더 신중해야 합니다.
이미 한두 번 마셨다면 그 사실만으로 태아에게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할 근거도 없습니다. 마신 시기와 양, 제품 성분을 적어 두고 다음 진료 때 알려주시면 됩니다. 복통, 반복되는 구토, 두드러기나 호흡곤란처럼 평소와 다른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진료를 받으세요.
영양제나 약과 함께 먹어도 될까요?
작두콩차와 엽산·철분제·임신 중 처방약 사이에 어떤 상호작용이 생기는지 확인한 자료는 부족합니다. 알려진 금기 조합이 없다는 말과 함께 마셔도 안전하다는 말은 다릅니다. 비염약, 감기약, 혈압약을 복용 중이거나 여러 영양제를 챙겨 드신다면 차까지 포함해 현재 먹는 것을 약사와 산부인과 의료진에게 보여주세요. 시간을 몇 시간 띄워 마시면 모든 상호작용을 피할 수 있다고 보장할 수도 없습니다.
콩류에 알레르기가 있다면 작두콩도 주의해서 확인해야 합니다. 또 작두콩의 덜 익은 씨앗을 날것이나 충분히 조리하지 않은 상태로 먹었을 때는 유해 성분 때문에 식중독이 보고됐습니다. 이것이 시판 볶음차 한 잔의 위험을 그대로 뜻하지는 않지만, 직접 재배한 콩을 임의로 말려 진하게 끓이거나 씨앗을 그대로 먹는 일은 피하는 게 좋겠습니다.
코막힘이 괴롭다면 무엇부터 살펴야 할까요?
“약을 피하고 싶어서 차를 찾았어요”라는 말씀을 자주 듣습니다. 그 마음은 이해합니다. 다만 임신 중이라고 모든 비염 치료를 참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증상인지, 임신 몇 주인지에 따라 선택이 달라집니다. 생리식염수로 코를 세척하거나 실내 습도와 먼지를 살피는 방법부터 의료진과 상의할 수 있습니다. 코막힘이 심하고 계속된다면 임신 중 사용 가능한 치료가 있는지도 확인하는 편이 생활에 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작두콩차를 따뜻한 음료로 생각하는 것과 비염을 낫게 할 목적으로 매일 진하게 마시는 것은 다른 선택입니다. 저는 임신부에게 차의 효과를 약속하기보다, 지금 불편한 증상을 안전하게 다룰 방법부터 함께 찾자고 말씀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