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훈련 상담을 하다 보면 신장 질환 진단을 받은 아이의 보호자가 간식 봉지부터 꺼내 보일 때가 있습니다. 주식은 바꿨는데 산책할 때 주는 육포는 그대로인 경우가 꽤 많아요. 식사와 간식을 따로 생각하기 쉬운데, 강아지가 먹은 것은 결국 모두 한 식단입니다.
강아지 신부전 음식은 ‘몸에 좋다는 재료’를 몇 가지 더하는 방식으로 고르기 어렵습니다. 만성 신장 질환인지, 갑자기 신장 기능이 나빠진 상태인지부터 다르고 혈액검사 수치와 식욕도 제각각이거든요. 아래 내용은 만성 신장 질환을 진단받은 성견을 기준으로 읽어주세요. 갑자기 구토하거나 기운이 없고 소변량이 달라졌다면 식단보다 진료가 먼저입니다.
먼저 병기와 식욕을 확인하세요
같은 ‘신부전’이라도 필요한 음식은 같지 않습니다. 국제신장연구학회(IRIS)는 만성 신장 질환의 병기뿐 아니라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단백질과 혈압을 함께 보며 치료를 조정하도록 안내합니다. 진료실에서는 크레아티닌, 인, 전해질 수치와 체중 변화를 묻고, 지금 먹는 사료와 간식 목록을 보여주는 편이 좋습니다.
특히 노령견은 원래도 근육이 줄기 쉽습니다. 신장에 부담을 줄이겠다고 단백질을 무작정 끊으면 먹는 양이 줄고 근육 손실이 더 눈에 띌 수 있어요. 반대로 고단백 사료나 고기 토핑을 계속 얹는 것도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수의사와 정한 하루 열량을 실제로 먹고 있는지가 출발점입니다. 성장 중인 강아지나 다른 질환이 있는 아이에게 성견용 식단을 그대로 적용해서도 안 됩니다.
주식은 인 함량과 먹는 양을 함께 보세요
만성 신장 질환용 처방식은 대체로 인을 낮추고 단백질의 양과 질을 조절하도록 만들어집니다. MSD 수의학 매뉴얼은 만성 신장 질환 2기 이상의 개에게 신장 처방식을 권고하며, 체중과 근육 상태를 꾸준히 확인하라고 설명합니다. 사료 봉지 앞면의 ‘시니어’나 ‘저단백’ 문구만으로 같은 식단이라고 판단하면 곤란해요. 제품마다 영양 구성이 다르고, 검사 결과에 맞는 선택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좋은 처방식도 아이가 거의 먹지 않으면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합니다. 처음부터 한 그릇을 전부 바꾸기보다 기존 음식에 새 음식을 조금씩 섞고, 며칠에 걸쳐 비율을 올리세요. 잘 먹던 아이도 속이 메스꺼운 날에는 냄새만 맡고 돌아설 수 있습니다. 이런 때 사료를 계속 바꿔 가며 버티기보다 구역감이나 탈수 여부를 진료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건사료를 먹는다면 미지근한 물을 조금 섞어 향을 살릴 수 있습니다. 습식 처방식은 음식으로 수분을 보태는 방법이 되고요. 물그릇은 언제든 접근할 수 있게 두고 자주 갈아주세요. 음수량을 늘리겠다고 짠 국물이나 사람이 먹는 육수를 붓는 일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간식은 재료 이름보다 하루 총량을 보세요
산책 훈련을 하는 아이에게 간식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하루치 처방식 사료 일부를 미리 덜어 보상으로 쓰면 식단이 흔들릴 가능성이 줄어요. 사료 알이 큰 아이는 한 알을 잘게 나눠도 됩니다. 보상이 꼭 한 입일 필요는 없습니다. 냄새 맡을 시간이나 보호자의 짧은 칭찬을 섞으면 먹는 횟수도 줄일 수 있어요.
별도 간식이 필요하다면 주치의와 종류를 먼저 맞추세요. 세계소동물수의사회(WSAVA)는 일반적으로 간식을 하루 열량의 10% 이하로 제한하도록 권하지만, 처방식을 먹는 아이는 간식의 영양 성분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하루 필요 열량이 300킬로칼로리인 아이에게 10%는 30킬로칼로리입니다. 이 숫자가 육포를 30킬로칼로리만큼 줘도 된다는 허락은 아니에요.
- 육포·내장·치즈처럼 단백질, 인 또는 나트륨이 많을 수 있는 간식은 습관적으로 주지 마세요.
- 뼈나 사람이 먹는 짠 음식은 신장 질환 여부와 별개로 피하세요.
- 과일이나 채소도 ‘자연식’이라는 이유만으로 마음껏 줄 수는 없습니다. 검사 결과와 다른 질환을 확인한 뒤 양을 정해야 합니다.
보호자 한 분이 훈련 보상으로 쓰던 육포를 ‘아주 작은 조각’이라고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하루 횟수를 세어 보니 스무 번이 넘었어요. 간식 하나의 크기보다 며칠 동안 반복되는 습관을 보는 이유입니다. 먹은 양을 사흘만 적어도 놓치던 부분이 드러납니다.
집밥을 만들기 전, 먹지 못하는 이유를 보세요
처방식을 거부하면 닭가슴살과 쌀밥으로 바꾸고 싶어집니다. 마음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몇 가지 재료만으로 오래 먹일 식단을 만들면 열량, 인, 칼슘 같은 영양 균형이 어긋나기 쉽습니다. 집밥이 필요하다면 수의사와 수의영양 전문가가 아이의 검사 결과에 맞춰 조리법을 짜야 합니다. 인 흡착제나 영양제를 임의로 더하는 것도 피하세요.
식욕이 떨어진 날에는 ‘버릇이 나빠졌다’고 해석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신장 질환에서는 메스꺼움 때문에 평소 좋아하던 음식까지 싫어질 수 있어요. 반복해서 토하거나 하루 식사를 거의 못 하고, 물도 잘 마시지 않거나 축 처진다면 그날 병원에 연락하세요. 밥그릇 앞에서 실랑이하는 것보다 몸 상태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저는 보호자에게 사료 이름보다 먹은 양, 물 마시는 모습, 체중과 산책 중 기운을 기록해 달라고 말합니다. 그 기록이 있어야 수의사가 식단을 조정하기 쉽고, 보호자도 ‘잘 먹는 것처럼 보였다’는 기억에만 기대지 않게 됩니다. 아픈 아이의 식사는 좋은 재료 한 가지보다, 지금 몸에 맞는 양을 무리 없이 먹는 일에서 시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