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도시를 빛낸 탁마

철의 도시를 빛낸 탁마

철과 함께 성장한 도시 포항이 산업의 재료인 철을 예술의 언어로 확장한다. ‘2026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 탁마’가 2026년 10월 24일부터 11월 15일까지 송도해수욕장과 동빈문화창고1969, 중앙상가 실개천거리, 상생갤러리 등 포항 곳곳에서 열린다.

이번 축제는 철강도시 포항의 산업적 특성과 예술을 연결하고, 시민이 일상적인 공간에서 조각과 설치미술, 사진, 금속공예, 참여형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푸른 바다와 철강산업이 공존하는 도시의 풍경 속에서 차갑고 단단한 철은 사람과 관계, 기억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예술 재료로 변모한다.

서로를 갈고닦는 탁마

축제의 주제는 ‘탁마’다. 쇠가 쇠와 부딪치며 녹을 벗고 더욱 단단해지듯, 사람과 사람, 예술과 산업도 서로 만나고 다듬어지며 함께 성장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쇠는 쇠로 녹을 벗고, 감자는 감자로 껍질을 벗는다’는 표현은 관계와 교류를 통해 낡은 모습을 벗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비유한다.

포항문화포털이 소개한 축제의 방향 역시 철과 함께 살아온 포항의 정체성에 뿌리를 둔다. 쇠의 갱신과 철기의 완성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들은 산업도시의 시간과 시민의 삶을 예술적으로 풀어낸다. 축제장이 특정 전시장에 머물지 않고 해변과 도심 거리, 창고형 문화공간으로 이어지는 점도 특징이다.

송도해수욕장의 거대한 철벽

송도해수욕장에서는 이웅배 작가의 ‘포항의 철벽’을 만날 수 있다. 포항시 남구 송도동 254-634 앞 백사장에 설치된 작품으로, 코르텐강 각파이프 철골을 사용했다. 작품 안내에는 규모가 43×10×3m이며 전체 길이는 73m로 제시돼 있다.

철제 패널 23개는 일직선으로 놓이지 않고 저마다 다른 각도를 이루며 기하학적인 병풍처럼 이어진다. 구조 사이에 마련된 두 개의 50cm 틈은 관람객이 작품 안팎을 오갈 수 있는 통로가 된다. 지그재그로 펼쳐진 묵직한 철판은 공간에 율동감을 만들고, 포항의 여러 문화와 이야기를 하나의 조형 언어로 담아낸다.

주름진 구조는 아코디언의 벨로즈와 불을 지피는 풀무를 연상시킨다. 바다를 향해 펼쳐진 철벽은 고정된 장벽에 머물지 않고 빛과 해풍, 시간에 따라 표면이 달라지는 작품이다. 코르텐강은 자연환경과 만나 점차 깊은 녹빛의 파티나를 형성한다. 철이 스스로를 보호하는 표면이 생기면서 작품에도 시간의 흔적이 쌓인다.

관람객은 완성된 조형물뿐 아니라 철이 세월을 받아들이며 변화하는 과정까지 작품의 일부로 바라볼 수 있다. 동빈문화창고1969에서는 작가의 제작 의도와 과정을 살피고 작품 모형도 감상할 수 있다. 거대한 현장 작품을 축소 모형과 함께 비교하면 패널의 배치와 구조적인 조형미를 더욱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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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만난 여덟 개의 조각

송도해수욕장에서는 ‘영일만 친구 I 조각 설치’ 전시도 진행된다. 전시 장소는 스타벅스 포항송도점 맞은편 해변이며, 거머리로 활동하는 이종균 작가를 비롯해 이종균, 김미루, 박종혁, 최지훈, 박장근, 변성문, 김후철 작가가 참여한다.

전시는 철의 물성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과 도시, 예술이 관계 속에서 만들어 가는 탁마의 시간을 다룬다. 형태와 재료, 표현법이 서로 다른 작품들이 해변을 따라 놓여 있어 관람객은 바다 풍경과 함께 작가들의 시선을 차례로 비교할 수 있다.

관계의 문을 두드리는 Knock

박장근 작가의 ‘Knock’은 알루미늄으로 제작됐다. 서로를 두드리는 두 남녀의 모습으로 타인의 마음에 다가가려는 소통의 시작을 표현한다. 서로 다른 존재가 만나 차이를 줄이고 관계를 다듬는 과정은 축제의 주제인 탁마와 맞닿아 있다.

단단함과 유연함이 함께 드러나는 인물의 몸짓은 남녀 사이의 관계를 넘어 누구나 타인과 관계를 맺는 과정을 돌아보게 한다. 해변의 파도와 모래를 배경으로 마주 선 형상은 경계를 넘어 서로에게 다가가는 순간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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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존재가 품은 의지

박종혁 작가의 ‘한방 1.2’는 스테인리스스틸과 오브제를 사용한 작품이다. 개미의 형상을 통해 묵묵히 자신의 길을 이어 가는 인간의 의지와 삶의 태도를 표현한다.

작은 존재가 지닌 끈기와 강인함은 포항의 성장 과정과 그 안에 축적된 시민의 삶에 연결된다. 각자의 자리에서 이어진 작은 노력이 모여 변화를 만들어 내는 모습을 통해 철과 도시, 인간이 함께 쌓아 온 시간과 희망을 전한다.

빛으로 이어지는 찬란한 경계

거머리로 활동하는 이종균 작가의 ‘찬란한 경계’는 강화유리와 철로 구성됐다. 철의 구조와 빛으로 이뤄진 집은 자아의 안식처인 동시에 타인과 도시를 잇는 소통의 공간으로 제시된다.

빛이 들어오는 방향과 각도에 따라 작품의 색과 인상이 달라진다. 서로 다른 존재가 만나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하는 과정이 빛의 움직임으로 드러난다. 작품에서 경계는 단절을 뜻하지 않는다. 서로를 이해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만드는 만남의 지점으로 기능한다.

흔들리는 삶을 실은 종이배

이종균 작가의 ‘종이배’는 합판과 각목, 철파이프, 차광망, 고추대로 제작됐다. 난파된 종이배는 변화하는 포항의 산업 환경 속에서 흔들리는 삶의 터전을 상징한다.

모래사장에 놓인 배와 검은 천으로 표현한 바다는 잔잔한 송도 바다와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검은 바다는 불확실한 미래와 막막한 현실을 나타내며, 쉽게 젖고 구겨지는 종이배는 위태로운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동시에 종이배에 담긴 유년의 기억은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남아 있는 작은 위안의 가능성을 전한다.

거친 환경에서 자라는 희망

변성문 작가의 ‘Hope of Sementree’는 시멘트와 철근, 폴리에틸렌 압력관을 활용했다. 영일만의 해송과 테트라포드를 통해 거친 환경에서도 삶의 터전을 지켜 온 사람들의 의지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녹슬어 가는 철근은 축적된 시간과 삶의 흔적을, 새롭게 돋아나는 잎은 생명과 회복을 상징한다. 오랜 시간 바닷바람을 견딘 듯한 구조물 위로 잎이 자라나는 모습은 영일만의 강인한 생명력과 미래를 향한 희망을 함께 보여준다. 세월의 흔적이 단순한 낡음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생명을 키우는 바탕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도 담겼다.

작은 별을 품은 어린 왕자

최지훈 작가의 ‘B612를 품은 어린왕자’는 강화플라스틱과 브론즈, 혼합재료로 만들어졌다. 단단한 재료로 형상화된 어린 왕자는 철의 도시 포항이 품어 온 시간과 삶의 이야기를 나타낸다.

두 손에 품은 작은 별과 한 송이 장미는 만남과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강인한 외형과 소중한 대상을 감싸는 모습이 대비되며, 관람객에게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삶을 따뜻하게 만드는 가치와 사람 사이의 관계를 되새기게 한다.

철로 표현한 춤의 리듬

김미루 작가의 ‘Like dancing’은 스테인리스스틸과 철, 오석, 우레탄 도색으로 완성됐다. 자연의 생명력과 스트리트 댄서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결합해 리듬감 있는 형태를 보여준다.

관람 위치가 달라질 때마다 조형물이 자세를 바꾸며 춤을 추는 듯한 인상을 만든다. 표정이 없는 단단한 형상이지만 몸의 선에서는 유연함과 생동감이 드러난다. 포항의 산업과 역사를 상징하는 철을 매개로 자연과 인간, 도시가 어우러지며 변화하는 관계를 표현했다.

폐고철로 피어난 바오밥

김후철 작가의 ‘바오밥’은 철 소재 폐자원과 혼합재료로 제작됐다. 서로 다른 형태의 폐고철을 연결하고 재구성하는 앗상블라주 기법으로 바오밥나무의 생명력을 형상화했다.

아프리카 자연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버려진 철의 파편에 새로운 질서와 생명력을 부여했다. 제각기 다른 철 조각은 나무라는 하나의 형태로 모이며 산업과 자연, 서로 다른 존재가 만나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관계의 과정을 보여준다.

바다와 모래사장 사이에 선 철제 나무는 차가운 재료로 만들어졌지만 가지를 뻗은 형태에서는 생명력이 드러난다. 버려진 자원도 새로운 만남과 조합을 거치면 다른 가치로 되살아날 수 있다는 사실을 구체적인 조형으로 전달한다.

포항의 풍경과 기억을 담은 사진

‘영일만 친구 II 사진’ 전시는 송도 코모도호텔 별관 1층 상생갤러리에서 열린다. 안성용, 지용철, 박하선 작가와 고 김덕수, 고 이도윤 작가가 참여한다.

포항에서 살아온 이들의 시선과 외부에서 포항을 바라본 시선이 만나 도시의 풍경과 시간 속에 축적된 삶, 사람 사이의 관계를 사진으로 풀어낸다. 오래된 풍경과 현재의 모습이 어떻게 다르게 기록됐는지 살펴보며 포항이 간직한 변화와 기억을 확인할 수 있다.

시민 백 명으로 그린 포항

동빈문화창고1969 1층 안방에서는 김훈 작가의 ‘퍼블릭 포토 포항’이 전시된다. 30×20인치 크기의 사진 100점을 설치한 작업이다.

시장 상인 50명과 평생 쇠를 업으로 살아온 시민 50명 등 모두 100명의 모습을 기록했다. ‘빛과 쇠’로 살아가는 포항의 초상을 시민의 얼굴과 일상으로 새롭게 구성한 전시다.

화려한 관광지가 아니라 시장과 골목에서 매일 삶을 이어 가는 시민을 비춘다는 점이 핵심이다. 익숙한 시장 풍경과 그곳을 지키는 사람들의 모습은 포항이 쌓아 온 기억과 생활의 역사를 보여준다. 도시의 성장은 거대한 산업시설만이 아니라 자신의 자리를 지켜 온 시민의 시간으로 완성된다는 사실을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기술과 창작이 만난 금속공예

동빈문화창고1969 1층 작은방에서는 환동해 공예산업 금속공예 상품 워크숍 ‘RE:MATCH-UP’ 전시가 관람객을 맞는다. 포항의 금속 제작 기술자와 공예·디자인 창작자가 협업한 프로젝트다.

지역이 보유한 산업적·기술적 자산에 예술적 창의성을 더해 새로운 공예 창작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오랜 시간 쌓인 제작 기술과 창작자의 독창적인 시선이 만나 익숙한 금속에 새로운 쓰임과 아름다움을 부여한다. 산업도시 포항의 잠재력이 예술을 통해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시민의 삶을 모은 포항 박물소

동빈문화창고1969 사랑방에서는 시민기획 프로그램 ‘포항 박물+소’전이 열린다. 포항시민이 쓴 사연 200개와 시민이 기증한 사진 또는 물건 200개를 모아 구성했다.

‘박물’은 다양한 것을 모으는 방식을, ‘소’는 함께 보는 장소를 뜻한다. 시민의 생활 물건과 사연을 모자이크처럼 연결해 포항의 속모습과 시민 삶의 무늬를 그린다. 개인이 간직했던 기억과 물건이 한 공간에 모이면서 서로 다른 세대와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계기가 된다.

축제에는 문행Lab과 놀이+터, 아카테미, 시민여행사, 시민-시 등 시민이 포항을 알아가고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관람객이 작품을 보는 데서 멈추지 않고 직접 참여하며 생각을 나누도록 구성해 축제 공간을 더욱 폭넓게 활용한다.

손으로 완성하는 금속 작품

동빈문화창고1969 2층 북 운지에서는 예술가와 기술자의 도움을 받아 시민이 직접 작품을 만드는 참여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주요 워크숍은 다음과 같다.

  • 금속에 담는 나의 이야기: 윤정운 작가와 함께 금속공예를 경험하는 프로그램
  • 스틸라인 선으로 만나는 일상: 이진희 작가와 함께 와이어를 구부리고 연결해 액자나 화병 등을 만드는 프로그램
  • 반짝이는 이야기 오너먼트: 이민아 작가와 함께 금속 표면에 이야기를 담아 오너먼트를 제작하는 프로그램

워크숍별 운영 날짜와 시간, 사전 신청 여부는 서로 다르다. 참여에 필요한 세부 사항은 포항문화포털의 행사 안내 자료를 기준으로 확인해야 한다.

중앙상가에서 다시 그리는 도시

중앙상가 실개천거리 중앙상가길 22-1 앞에서는 ‘퍼블릭 아키텍처 포항’이 펼쳐진다. 조관필 교수와 한동대학교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학생들이 참여했으며, 철을 이용해 가변적인 규모의 작품을 구성했다.

시민이 만지고 앉고 머물 수 있는 스트리트 퍼니처와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육거리’와 ‘포항스러운 도시 재생’을 건축적으로 제안한다. 거리를 단순히 통과하는 공간이 아니라 잠시 쉬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로 바꾸는 작업이다.

서로 다른 형태의 의자가 하나로 연결돼 시민 누구나 자연스럽게 머물 수 있는 열린 공간을 만든다. 각각의 구조물이 이어지는 모습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과 교류가 도시 안에서 계속 연결되기를 바라는 뜻을 담는다.

도시 전체가 이어지는 예술축제

주요 장소주소 또는 위치주요 내용
송도해수욕장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송도동포항의 철벽, 영일만 친구 I 조각 설치
동빈문화창고1969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선착로 78작품 모형, 시민 사진, 금속공예, 시민기획 전시와 워크숍
상생갤러리송도 코모도호텔 별관 1층영일만 친구 II 사진
중앙상가 실개천거리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대흥동퍼블릭 아키텍처 포항

2026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은 포항의 철강산업을 배경에만 두지 않는다. 철을 조형 언어로 삼아 도시의 과거와 현재, 시민의 삶과 미래를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연결한다.

송도해수욕장의 대형 철 작품은 바다와 산업도시의 이미지를 한자리에서 보여주고, 사진전은 시장과 산업 현장을 지켜 온 시민의 얼굴을 기록한다. 금속공예 전시와 워크숍은 축적된 지역 기술이 창작과 만날 때 생기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시민이 제공한 물건과 이야기는 포항의 역사를 생활의 관점에서 다시 구성한다.

이번 축제의 중심에는 철보다 사람이 있다. 서로 부딪치고 다듬으며 더 나은 가치를 만든다는 탁마의 의미는 작품과 공간, 시민 참여 프로그램 전반을 관통한다. 포항의 익숙한 해변과 거리, 창고와 상가는 예술을 통해 새롭게 연결되고, 관람객은 도시를 이루는 사람과 공간의 관계를 차분히 살펴볼 수 있다.

바다와 철, 산업과 예술이 어우러진 현장에서는 대형 조형물의 묵직함과 시민의 일상을 기록한 사진의 세밀함이 함께 드러난다. 포항시는 도시가 축적해 온 산업적 자산과 시민의 기억을 문화로 확장하며, 누구나 일상 가까이에서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철의 도시를 빛낸 탁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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