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캠핑을 처음 간다는 후배가 다이소 코펠 세트를 들고 와서 물었다. “이거 하나면 밥도 하고 고기도 구울 수 있죠?” 코펠을 처음 살 때 나도 비슷했다. 냄비가 두 개면 든든할 줄 알았는데, 막상 캠핑장에서는 작은 냄비 하나만 쓰고 나머지는 설거짓거리만 늘었다. 세트라는 말보다 내가 뭘 끓여 먹을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세트 구성보다 첫 끼 메뉴를 먼저 정한다
라면이나 즉석국을 데우는 1인 캠핑이라면 깊은 냄비 하나와 뚜껑이면 대체로 충분하다. 2명이 찌개를 나눠 먹는다면 물과 재료를 넣고도 끓어넘치지 않을 여유가 필요하다. 반대로 고기를 굽겠다면 코펠 뚜껑을 프라이팬처럼 쓸 생각은 접는 편이 낫다. 얇고 작은 뚜껑은 열이 한쪽에 몰리기 쉽고, 기름이 튀면 다루기도 번거롭다.
내가 초보 때 가장 많이 한 실수는 ‘혹시 모르니까’ 큰 세트를 사는 것이었다. 차로 짐을 옮길 때는 그럭저럭 괜찮다. 그런데 백패킹에서 사용하지 않는 냄비 하나는 하루 종일 등에 붙어 다닌다. 한 끼에 물을 끓이고 간단한 음식을 데우는 정도라면 컵이나 식기를 냄비 대신 겸용할 수도 있다. 이미 집에 있는 작은 냄비로 해결되는 차박이라면 새 코펠을 살 이유도 크지 않다.
매장에서는 바닥과 손잡이를 본다
다이소 코펠 세트라고 불리는 물건도 매장과 시기에 따라 구성, 재질, 크기가 다를 수 있다. 진열된 제품을 볼 때는 포장 앞면의 사진보다 표시사항을 먼저 읽는다. 냄비 본체와 뚜껑의 재질, 조리용 여부, 사용 가능한 열원, 세척 주의사항을 확인한다. 비슷하게 생겼어도 보관용 용기와 불에 올리는 조리도구는 다르다.
다음은 바닥이다. 평평한 곳에 놓았을 때 심하게 흔들리지 않는지, 냄비 바닥이 내 버너의 받침대에 안정적으로 걸리는지 살핀다. 버너 받침보다 바닥이 지나치게 작으면 끓는 물을 젓다가 냄비가 밀릴 수 있다. 반대로 냄비가 너무 넓어 가스통 쪽을 덮는 조합도 피해야 한다. 코펠만 따로 보고 사면 집에 있는 버너와 안 맞는 일이 생긴다. 버너 모델명이나 받침 크기를 미리 확인해 두면 매장에서 판단하기 쉽다.
손잡이도 꼭 펼쳐 본다. 잠금이 되는 구조라면 제대로 고정되는지, 접히는 손잡이라면 냄비를 들 때 손가락이 닿을 자리가 있는지 본다. 빈 냄비를 들었을 때 괜찮아도 뜨거운 물이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손잡이 피복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맨손으로 잡아도 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뜨거운 상태에서는 장갑이나 집게를 쓴다.
싼 코펠을 편하게 쓰는 요령
가벼운 코펠은 물 끓이기에는 편하지만, 센 불에 오래 올려 볶거나 눌어붙기 쉬운 음식을 만들 때는 불 조절이 까다롭다. 내가 얇은 냄비로 밥을 해 먹겠다고 욕심냈다가 바닥을 태운 적이 있다. 그 뒤로 이런 냄비에는 물이 넉넉한 음식 위주로 넣고, 불꽃이 바닥 밖으로 크게 번지지 않게 맞춘다. 음식이 끓기 시작하면 화력을 낮추는 것만으로도 넘침과 그을음을 꽤 줄일 수 있다.
새 코펠은 첫 사용 전에 표시된 세척 방법에 따라 씻고 완전히 말린다. 수납할 때는 냄비와 뚜껑이 맞닿는 사이에 얇은 천을 넣으면 이동 중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줄어든다. 조리 뒤에는 바닥 그을음을 닦고 물기를 빼서 보관한다. 세트 안에 작은 그릇이 들어 있어도 실제로 안 쓴다면 다음 출발 때는 빼놓는다. 몇 번 다녀오면 내게 필요한 구성만 남는다.
가격보다 사용 횟수로 판단한다
가끔 차박을 하며 라면을 끓이는 사람이라면 저렴한 코펠로 시작해도 된다. 대신 손잡이와 바닥의 안정성은 직접 확인해야 한다. 한 달에 여러 번 백패킹을 가는 사람은 무게뿐 아니라 손잡이 조작성, 뚜껑의 밀착감, 수납 크기에 돈을 더 쓸 만하다. 이미 자주 쓰는 냄비가 있는데 세트가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또 살 필요는 없다. 가격표보다 한 해 동안 몇 번 들고 나갈지가 더 솔직한 기준이다.
조리 장소도 장비만큼 중요하다. 텐트나 차량 안에서 버너를 켜면 화재와 일산화탄소 위험이 생긴다. 질병관리청도 일산화탄소가 냄새와 색이 없어 알아채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비가 오거나 추워도 밀폐된 공간에서 끓여 먹을 생각은 하지 않는다. 평평하고 안정된 야외 장소에서 버너와 코펠을 함께 놓아 보고, 주변에 타기 쉬운 물건이 없는지 확인한다.
나는 코펠을 살 때 이제 몇 인용이라는 글씨보다 첫 끼 메뉴와 버너를 먼저 떠올린다. 그 두 가지에 맞는 냄비 하나면 충분한 날이 많았다. 다이소 코펠 세트도 내 식사 방식에 맞으면 잘 산 장비고, 안 쓰는 냄비가 늘어난다면 싼값에도 아까운 장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