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실에서 ERP정보관리사 수험생을 보면 처음부터 네 과목 교재를 쌓아두는 분이 꽤 있습니다. 그런데 시험은 회계·인사·생산·물류를 한꺼번에 통과해야 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분야별로 자격을 취득합니다. 처음 준비한다면 네 과목을 두루 보는 것보다 내 목표와 맞는 한 과목, 한 등급을 먼저 고르는 편이 효율적입니다.
응시할 수 있는지보다 어떤 과목이 필요한지 먼저 보세요
ERP정보관리사는 한국생산성본부가 시행하는 국가공인 민간자격입니다. 학력이나 경력에 따른 응시 제한이 없고, 2급을 따지 않아도 1급에 바로 응시할 수 있습니다. 응시 자격 때문에 시작을 미룰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ERP 자격증 하나’라는 생각으로 과목을 고르면 공부할 내용과 지원하려는 직무가 어긋날 수 있습니다.
- 회계: 전표와 재무정보를 다루는 업무가 목표라면 우선 검토합니다.
- 인사: 급여와 인사관리 업무에 관심이 있다면 선택합니다.
- 생산: 제조업의 생산계획과 공정 흐름을 익히려는 경우에 맞습니다.
- 물류: 구매·재고·판매 흐름을 다루는 직무와 연결됩니다.
회계 공부를 이미 했다면 회계가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제조업 취업을 준비하면서 회계가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 회계 과목을 고를 필요는 없습니다. 채용 공고에서 요구하는 업무를 먼저 읽고 과목을 정하세요. 1교시에는 회계와 생산, 2교시에는 인사와 물류 시험이 배치됩니다. 같은 교시 과목 두 개를 한 회차에 함께 치르는 계획은 세울 수 없습니다.
1급과 2급은 합격선보다 과락 기준을 보세요
시험은 선택한 과목의 이론형과 실무형으로 구성됩니다. 이론만 잘하거나 프로그램 조작만 빨라도 합격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1급은 이론형과 실무형 평균 70점 이상이면서 각각 60점 이상이어야 합니다. 2급은 평균 60점 이상이면서 각각 40점 이상이어야 합니다. 각 영역을 100점 만점으로 놓고 판단하는 기준입니다.
예를 들어 1급에서 이론 90점, 실무 50점이면 평균은 70점입니다. 그래도 실무가 60점에 못 미쳐 불합격입니다. 이론 문제집을 한 권 더 푸는 것보다 실무에서 자주 틀리는 입력과 조회를 고치는 게 먼저라는 뜻입니다. 2급도 이론 80점, 실무 40점이면 평균 60점으로 기준에 닿지만, 실무가 39점이면 과락입니다.
최근 수치도 등급 선택에 참고할 만합니다. 민간자격정보서비스에 등록된 2025년 응시자 기준 합격률은 인사 1급 48.65%, 2급 76.24%였고, 생산은 1급 62.27%, 2급 84.46%였습니다. 회계는 1급 52.59%, 2급 71.79%입니다. 이 수치는 연간 취득 현황이지 회차별 난이도 순위가 아닙니다. 응시자의 준비 수준도 다르니 ‘생산이 무조건 쉽다’고 읽으면 안 됩니다. 다만 처음 배우는 분야에서 1급을 바로 택할 때 필요한 시간을 가볍게 잡아서는 안 된다는 신호는 됩니다.
실무는 화면을 외우기보다 거래 흐름을 반복하세요
실무에서 흔한 실수는 메뉴 위치만 외우는 것입니다. 문제의 거래가 어디서 시작해 어떤 자료로 이어지는지 모르니, 조건이 조금만 바뀌어도 손이 멈춥니다. 회계라면 거래 내용을 읽고 전표를 입력한 뒤 결과를 조회하는 흐름을 한 묶음으로 연습하세요. 물류라면 구매·입고·재고·판매의 연결을 따라가야 합니다. 메뉴 암기는 그다음입니다.
한국생산성본부의 2026년 시험 안내에는 시험용 솔루션으로 더존 iCUBE와 영림원 SystemEver가 제시돼 있습니다. 접수할 솔루션을 정한 뒤 그 프로그램으로 연습해야 합니다. 익숙한 화면과 실제 응시 화면이 다르면, 아는 문제도 시간 안에 처리하기 어렵습니다. 더존 실무를 준비한다면 설치와 실행 여부도 접수 전에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저는 초반 연습 시간을 이론 30%, 실무 50%, 오답 확인 20% 정도로 배분합니다. 공식 배점이 아니라 수업에서 쓰는 시간 배분입니다. 이론과 실무를 각각 한 번 풀어 점수를 낸 뒤, 낮은 쪽에 시간을 더 옮기면 됩니다. 실무 오답은 ‘메뉴를 못 찾음’, ‘조건을 잘못 읽음’, ‘입력값을 틀림’, ‘조회 결과를 잘못 고름’으로 나눠 보세요. 같은 유형이 세 번 나오면 새 문제를 늘릴 때가 아니라 그 작업을 다시 익힐 때입니다.
남은 회차에 맞춰 공부 범위를 줄이세요
2026년 11월 4일 기준, 한국생산성본부가 안내한 올해 마지막 정기시험은 11월 28일입니다. 인터넷 접수는 10월 28일부터 11월 4일까지이고, 합격자 공고일은 12월 15일입니다. 일정은 바뀔 수 있으니 접수 단계에서 시험일과 고사장을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올해 회차를 놓쳤다면 2027년 첫 정기시험은 1월 23일, 인터넷 접수 예정 기간은 2026년 12월 23일부터 30일까지입니다.
11월 시험을 이미 접수했다면 새 과목을 펼치지 마세요. 첫 주에는 선택한 과목의 이론과 실무를 각각 풀어 현재 점수를 확인합니다. 그다음에는 과락 위험이 큰 영역을 먼저 올리고, 마지막 주에는 실제 시험 시간에 맞춰 실무 문제를 반복합니다. 1급을 목표로 하는데 실무가 계속 60점 아래라면 드문 이론 주제까지 넓히는 공부는 뒤로 미뤄도 됩니다.
두 달 이상 여유가 있다면 첫 2주는 업무 흐름과 프로그램 조작을 익히고, 이후에는 문제를 풀 때마다 점수와 오류 유형을 기록하세요. 합격률은 출발점을 고르는 자료일 뿐 내 점수를 대신해 주지 않습니다. 수업에서 끝까지 안정적으로 점수를 올리는 사람은 대개 교재를 많이 본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틀리는 작업을 정확히 찾아 반복한 사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