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예능 클립 제목을 넘기다 보면 부부가 잠깐 떨어져 있는 장면 하나에도 ‘별거’라는 말이 붙곤 한다. 박군과 한영 이야기도 그랬다. 박군이 충북 괴산의 텐트에서 혼자 지내는 모습이 공개되자 이혼설까지 번졌는데, 두 사람이 방송에서 밝힌 이야기는 화면만 보고 짐작한 것과 꽤 달랐다.
괴산 텐트가 이혼설로 이어진 이유
지난 1월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 박군은 괴산에 머무는 일상을 보여줬다. 집을 두고 왜 혼자 있느냐는 출연진의 질문은 시청자가 궁금해할 만한 지점이기도 했다. 텐트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장면만 떼어 놓고 보면 무슨 일이 있는 듯 보이니까.
하지만 박군의 설명은 달랐다. 지방 일정이 잦고 시골 생활을 좋아하는 그를 위해 한영이 괴산에 머물 공간을 마련해줬다는 것이다. 한영도 전화 통화에서 부부 사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며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혼자 있는 장면은 사실이지만, 그 장면에 붙은 ‘별거 중인 부부’라는 해석은 두 사람의 설명과 맞지 않았다.
이 대목이 저는 좀 씁쓸했다. 예능에서는 출연진이 걱정 섞인 질문을 던지고 당사자가 답하는 흐름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그 질문만 짧게 잘려 퍼지면, 아직 답을 듣지 않은 사람에게는 의혹 자체가 사실처럼 남기도 한다. 박군의 텐트 생활이 딱 그런 경우였다.
박군과 한영이 직접 밝힌 말
5월 26일 방송된 SBS ‘동상이몽2 너는 내 운명’에서 두 사람은 다시 이혼설을 꺼냈다. 박군은 주변에서 이혼했느냐는 연락을 여러 번 받았다고 했다. 처음에는 흘려넘기려 했지만 가까운 사람들까지 걱정할 만큼 소문이 커진 셈이다.
두 사람의 입장은 분명했다. 이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고, 괴산 생활 역시 부부 문제 때문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 방송의 관전 포인트는 ‘정말 헤어질까’가 아니다. 같은 일상을 두고 화면 밖에서 얼마나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그 이야기에 당사자가 어떤 마음으로 답하는지에 있다.
솔직히 연예인 부부가 방송에 함께 나와 웃었다고 해서 사적인 관계의 모든 순간을 알 수는 없다. 다만 확인할 수 있는 말이 있는데도 혼자 지내는 장면만 근거로 이혼을 기정사실처럼 말하는 건 무리다. 이 부분은 두 사람이 직접 한 설명을 기준으로 보는 게 맞겠다.
해명보다 오래 남은 부부의 대화
방송에서 더 오래 마음에 남는 건 소문을 부인한 뒤 이어진 대화다. 두 사람은 약 2년 동안 시험관 시술을 이어오다 중단했다고 밝혔다. SBS 보도에 따르면 그 기간 난자 채취를 24번, 이식을 7번 시도했다. 숫자만 봐도 긴 시간이지만, 한영이 이야기한 몸의 변화와 지친 마음을 숫자로 다 담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한영은 주변의 위로조차 때로는 부담스러워 시술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박군은 그동안 아내를 더 세심하게 챙기지 못했다며 미안해했다. 서로의 마음을 이미 다 알고 있을 거라 넘기지 않고, 늦게라도 말로 꺼내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예능 특유의 가벼운 분위기를 기대했다면 이 부분에서 잠시 속도를 늦추게 된다.
시술을 중단한 선택을 두고 누가 더 노력했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고 싶지는 않다. 두 사람이 공개한 건 결과를 평가해 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힘든 시간을 지나 이제는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에 가까워 보였다. 방송의 이 장면은 출산이나 시술을 둘러싼 경험이 있는 시청자에게 무겁게 다가올 수도 있다.
이 회차를 볼 때 눈길이 가는 곳
박군의 텐트와 괴산 생활은 눈에 띄는 장면이다. 중장비를 다루고 직접 땅을 손보는 모습도 평소 예능에서 보던 부부의 집 안 풍경과는 다르다. 다만 이 회차를 볼 때는 그 낯선 생활 방식 자체보다, 그것을 두 사람이 어떻게 설명하는지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제 취향으로는 루머를 길게 따라가는 전개보다 부부가 서로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말하는 부분이 훨씬 좋았다. 반대로 사생활을 둘러싼 소문이 출발점인 만큼, 마음 편히 웃는 부부 예능을 기대한 사람에게는 초반 분위기가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공개해야만 소문이 가라앉는 듯한 상황도 썩 개운하지 않다.
박군과 한영은 방송에서 이혼설을 직접 부인했다. 그 뒤에 들려준 괴산 생활의 이유와 지난 2년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텐트에 혼자 누운 첫 장면도 전과는 다르게 보인다. 짧은 클립 하나보다 그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듣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느낀 회차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