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친구 원룸에 갔는데 침대에 앉으면 싱크대가 바로 보이더라고요. 친구는 가벽을 세울까 고민했지만, 방을 재보니 침대 옆 통로가 65cm밖에 안 남았습니다. 이런 방에 가벽부터 넣으면 사진은 그럴듯해도 매일 지나다니기 불편합니다. 원룸 공간분리는 무엇을 가릴지 정하고, 사람이 다닐 자리를 남기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낫습니다.
가구를 옮기기 전에 바닥부터 재세요
먼저 출입문에서 창문까지, 침대에서 화장실까지 평소 걷는 길을 종이에 그려봅니다. 줄자로 방의 가로·세로뿐 아니라 문이 열리는 범위, 콘센트 위치, 창문 앞 공간도 재야 합니다. 가구를 놓은 뒤 자주 지나는 통로는 가능하면 70cm 안팎을 남겨두세요. 60cm 정도도 몸은 지나가지만 빨래 바구니를 들거나 서랍을 열 때 꽤 답답합니다.
분리할 구역도 하나만 먼저 정하는 편이 쉽습니다. 침대가 현관에서 바로 보이는 게 싫다면 침대 옆만 가려도 되고, 재택근무 중 생활 공간이 눈에 밟힌다면 책상 뒤쪽을 나누면 됩니다. 방 한가운데를 끝까지 막을 필요는 없어요. 특히 창문이 하나인 원룸은 높은 가구로 빛을 가리면 낮에도 조명을 켜게 될 수 있습니다.
커튼, 선반, 가구 배치의 비용과 시간
가장 가볍게 시작할 수 있는 건 가구 방향을 바꾸는 일입니다. 침대 머리를 벽 쪽으로 돌리고 책상이나 낮은 수납장을 침대 옆에 놓으면 시선이 한 번 꺾입니다. 추가 재료비는 없고, 방을 비우고 옮기는 데 1~2시간 정도 잡으면 됩니다. 침대 다리를 끌면 장판이 찢어질 수 있으니 짐을 빼고 두 사람이 들어 옮기는 게 안전합니다.
커튼은 잠자는 공간을 가리고 싶을 때 편합니다. 제 경험상 봉이나 레일, 커튼을 새로 마련하면 대략 5만~15만 원 정도를 예산으로 잡게 됩니다. 원단 길이와 설치 방식에 따라 차이가 크니 구매 전 실측이 먼저예요. 설치 자체는 1~2시간이어도 세탁하고 다림질한 뒤 길이를 맞추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반나절을 비워두는 편이 편합니다.
낮은 오픈 선반은 수납과 분리를 같이 해결합니다. 폭 80cm 안팎의 선반을 놓으면 침대와 생활 공간 사이에 경계가 생기면서 빛도 어느 정도 통합니다. 선반값은 크기와 재질에 따라 차이가 커서 7만~20만 원 정도를 임시 예산으로 잡고 비교하면 됩니다. 조립은 보통 1~3시간, 포장재를 치우고 수평을 맞추는 시간도 따로 듭니다. 높은 선반을 방 한가운데 세우는 방식은 넘어질 위험이 있어 권하지 않습니다.
못을 박기 전 확인할 것들
전세나 월세라면 벽과 천장에 구멍을 내기 전에 계약 조건과 집주인 허락 여부를 확인하세요. 커튼 레일은 설치 위치에 따라 드릴, 적절한 앙카, 벽 안쪽 상태 확인이 필요합니다. 드릴을 자주 쓸 일이 없다면 사기보다 대여를 알아보는 편이 낫습니다. 반면 줄자와 수평계는 선반을 조립하거나 가구를 맞출 때도 계속 쓰여서 하나쯤 있으면 편합니다.
압축봉은 구멍 없이 설치할 수 있지만, 긴 봉에 두꺼운 암막 커튼을 달면 시간이 지나며 미끄러질 수 있습니다. 저는 봉을 단 뒤 바로 커튼을 걸지 않고 양쪽 지지면을 닦아 말린 다음, 가벼운 원단부터 걸어 상태를 봅니다. 제품에 적힌 설치 폭과 허용 하중도 확인해야 해요. 봉 아래에 깨지기 쉬운 물건이나 잠자는 사람의 머리가 오도록 놓지는 않습니다.
콘센트와 조명 스위치를 가구로 막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공간을 나눈다고 기존 배선을 옮기거나 조명을 직접 다시 연결하는 일은 하지 마세요. 전기 배선 작업이 필요하다면 전문가에게 맡겨야 합니다. 벽에 구멍을 뚫어야 하는데 안쪽 배관이나 배선 위치를 확인하기 어렵다면 그 자리의 설치는 멈추는 게 맞습니다.
작게 나눠 놓고 며칠 살아보세요
제가 여러 번 실패했던 건 설치한 날의 모습만 보고 결정한 겁니다. 낮에는 커튼이 예뻤는데 밤에는 책상 조명이 침대 쪽으로 새고, 선반을 놓고 나니 옷장 문이 끝까지 안 열리기도 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바닥에 종이테이프로 가구가 차지할 자리를 표시하고, 의자를 그 위치에 놓은 채 이틀 정도 지내봅니다. 문을 열고 청소기를 돌려보면 종이 위 치수로는 안 보이던 불편이 드러납니다.
처음부터 재료를 한꺼번에 사지 않아도 됩니다. 가구 위치를 바꾸고, 부족한 만큼만 커튼이나 낮은 선반을 더하면 비용을 줄이기 쉽습니다. 원룸은 몇 걸음만 움직여도 생활 공간이 달라지는 곳이라, 저는 시선을 조금 가리면서 매일 걷는 길은 편하게 남겨두는 배치가 오래 가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