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국에서 비염약을 받아 가시던 분이 얼마 전 작두콩차도 같이 마셔도 되느냐고 물으셨어요. 차라면 부담이 적을 것 같지만, 약을 드시는 분께는 무엇으로 만들었고 얼마나 마시는지부터 확인하게 됩니다. 작두콩의 꼬투리, 씨앗, 추출물은 같은 이름으로 불려도 섭취 방식이 다르거든요.
비염에 좋다는 말, 차에도 그대로 적용될까요?
작두콩은 비염에 좋다는 이야기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아예 근거가 없는 말은 아니에요. 2025년 발표된 국내 연구에서는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성인 64명이 어린 작두콩 꼬투리 추출물 또는 위약을 6주 동안 섭취했습니다. 추출물 섭취군에서 코막힘과 비염으로 인한 생활 불편이 더 개선됐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다만 이 연구에 사용한 것은 성분과 제조 과정을 관리한 꼬투리 추출물입니다. 집에서 우린 작두콩차 한 잔과 성분 농도가 같다고 볼 수 없어요. 참여 인원과 관찰 기간도 아직 넉넉하지 않습니다. 연구 결과는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작두콩차가 비염을 치료한다거나 알레르기약을 대신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항염·항알레르기 작용을 보여준 세포·동물 연구도 있습니다. 이것 역시 사람이 차를 마셨을 때 어느 정도 효과를 얻는지와는 별개의 이야기예요. 코막힘이 오래가거나 잠을 방해할 정도라면 차를 더 진하게 끓이기보다 진료를 통해 원인과 치료 방법을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하루에 몇 잔을 마셔야 할까요?
작두콩차에는 비타민처럼 정해진 하루 권장량이 없습니다. 앞서 말한 추출물 연구의 섭취량을 차의 ‘하루 몇 잔’으로 바꿀 근거도 부족합니다. 저는 차를 고를 때 ‘많이 마시면 더 좋다’는 생각부터 내려놓자고 말씀드려요. 제품마다 꼬투리와 씨앗의 구성, 볶은 정도, 한 포의 양이 달라 우러나는 성분도 일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공된 차 제품을 드신다면 표시된 우림법과 섭취 안내를 먼저 확인하세요. 처음에는 연하게 우린 한 잔을 식사 뒤에 마시고 몸 상태를 살피는 정도가 무난합니다. 여기서 한 잔은 효능을 내는 표준 용량이 아니라, 불편감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보수적인 출발점입니다. 진하게 끓인 물을 하루 종일 물 대신 마시거나 여러 건강식품과 함께 추가하는 방식은 권하기 어렵습니다.
차를 마신 뒤 배가 아프거나 메스껍고, 두드러기나 입술·목의 붓기 같은 반응이 생기면 섭취를 멈추세요. 숨쉬기 어렵다면 즉시 진료가 필요합니다. 콩류 알레르기가 있는 분은 작두콩도 콩과 식물이라는 점을 먼저 고려해야 합니다.
작두콩 요리는 차와 무엇이 다를까요?
작두콩차를 검색하다 보면 어린 꼬투리 볶음이나 콩밥 같은 요리도 함께 나옵니다. 그런데 차처럼 우린 액체를 마시는 것과 콩을 통째로 먹는 것은 섭취량과 노출되는 성분이 다릅니다. 특히 씨앗에는 카나바닌과 렉틴 등 주의할 성분이 있어 생으로 먹거나 덜 익혀 먹으면 안 됩니다.
가공 방법을 비교한 식품 연구에서는 씨앗을 밤새 불린 뒤 넉넉한 물에 삶고 물을 버렸을 때 카나바닌이 약 50% 줄었습니다. 감소했다는 말이지 완전히 없어졌다는 뜻은 아니에요. 잠깐 볶거나 뜨거운 물만 부은 씨앗을 안전한 요리 재료로 여기면 곤란합니다.
요리에 쓴다면 식용으로 유통되는 어린 꼬투리를 고르고 충분히 익혀 드세요. 생으로 샐러드에 넣거나, 직접 말린 완숙 씨앗을 가루로 만들어 음식에 듬뿍 섞는 방식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차는 식품용으로 가공된 제품을 안내에 맞춰 우리고, 직접 수확한 작두콩의 품종이나 가공 상태가 불확실하다면 먹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약과 함께 마셔도 되는지는 어떻게 판단할까요?
‘작두콩차와 이 약은 절대 같이 먹으면 안 된다’고 정리할 만큼 확인된 상호작용 자료는 부족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약과 안전하다고 확인됐다는 뜻도 아니에요. 특히 여러 약을 꾸준히 복용하거나 임신·수유 중이라면 차를 매일 마시기 전에 약사나 의사에게 제품의 원료 표시와 복용 중인 약 목록을 함께 보여주세요.
비염약을 드시는 분이라면 증상이 좋아졌다는 느낌만으로 약을 줄이거나 끊지 마세요. 약국에서는 차를 얼마나 자주 마실지보다 먼저, 지금 먹는 약과 건강식품이 무엇인지 묻습니다. 작두콩차도 그 목록에 넣어야 몸에 맞는 섭취 방법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따뜻한 차 한 잔이 편안할 수는 있어도, 그 느낌과 치료 효과는 구분해서 보는 게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