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일본 축구를 다시 보니 한 골보다 긴 이야기가 남았다

1회
한국 일본 축구를 다시 보니 한 골보다 긴 이야기가 남았다

한일전을 보고 나면 스코어보다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2025년 7월 용인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한국의 슛이 골대를 때린 직후 일본이 선제골을 넣었다. 불과 1분 사이에 분위기가 뒤집혔다. 한국 일본 축구를 챙겨보는 재미는 이런 장면을 기록과 함께 다시 읽는 데 있다.

골대를 맞힌 7분, 실점한 8분

동아시아축구연맹의 경기 기록을 보면 2025년 E-1 챔피언십 최종전은 한국의 기회로 시작됐다. 전반 7분 나상호가 왼쪽에서 안으로 파고들어 때린 슛이 골대를 맞았다. 그리고 전반 8분, 일본의 저메인 료가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발리슛으로 마무리했다. 한국에는 아쉬운 0대1이지만, 경기 흐름을 떠올리면 단순히 ‘일본이 먼저 몰아붙였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두 팀은 앞선 두 경기를 모두 이긴 채 만났다. 한국은 중국을 3대0, 홍콩을 2대0으로 꺾으며 실점이 없었다. 일본은 홍콩에 6대1, 중국에 2대0으로 승리했다. 마지막 맞대결에서 우승팀이 갈리는 구도였다. 한국은 선제골을 내준 뒤 후반 시작과 함께 주민규 대신 이호재를 투입했고, 김문환의 크로스에 이은 이동경의 슛 등으로 동점을 노렸다. 막판 이호재의 바이시클킥까지 일본 골키퍼 오사코 케이스케가 막아냈다. 한 골 차 패배였지만, 그 한 골을 되돌릴 기회가 아예 없었던 경기는 아니었다.

최근 한일전의 스코어를 나란히 놓으면

남자 A대표팀의 최근 맞대결 몇 경기를 이어 보면 흐름이 선명하다. 한국은 2017년 E-1 챔피언십에서 일본을 4대1로 꺾었다. 2019년에는 부산에서 황인범의 전반 28분 득점으로 1대0 승리를 거두고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2021년 친선경기와 2022년 E-1 챔피언십에서는 각각 0대3으로 졌고, 2025년에는 0대1로 패했다. 아시아축구연맹과 동아시아축구연맹이 남긴 경기 결과를 따라가면, 어느 한 시기의 우세를 한일전 전체의 고정된 실력 차이로 옮겨 말하기는 조심스러워진다.

스코어가 달라진 과정도 흥미롭다. 2017년에는 일본이 페널티킥으로 먼저 앞섰지만 한국이 전반에만 세 골을 넣어 뒤집었다. 2019년에는 한국이 황인범의 한 골을 끝까지 지켰다. 2022년에는 0대0으로 전반을 마친 뒤 후반에 세 골을 허용했다. 같은 3점 차 승패라도 선제골을 내준 뒤 반격한 경기와 후반에 균형이 무너진 경기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그래서 한일전 기록을 볼 때는 최종 점수 옆에 득점 시간도 적어 두게 된다.

광고

대표팀 이름은 같아도 선수 구성은 다르다

이 결과를 비교할 때 빠뜨리기 쉬운 것이 선수 구성이다. 2021년 친선경기 당시 한국에는 손흥민이 없었다. 2025년 E-1 챔피언십에서는 양 팀 모두 새 얼굴에게 기회를 줬다. 아시아축구연맹은 일본이 유럽파 없이 J리그 선수들을 중심으로 대회를 치렀다고 전했다. 국제축구연맹의 경기 리뷰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8명이 대회 기간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한국 대 일본’이라는 이름은 같아도 매번 같은 전력끼리 겨루는 셈은 아니다.

그렇다고 E-1 챔피언십의 결과를 가볍게 볼 이유도 없다. 2025년 일본은 3전 전승으로 우승했고, 한국은 2승 1패로 2위였다. 저메인 료는 한국전 결승골을 포함해 대회에서 5골을 넣어 득점왕과 최우수선수상을 받았다. 한 경기의 결정적 순간이 개인의 대회 기록, 팀의 우승까지 연결된 사례다. 한국도 앞선 두 경기에서 5골을 넣고 무실점을 기록했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한다. 두 팀의 대회 전체 성적과 맞대결 결과를 겹쳐 놓을 때 비로소 0대1의 무게가 보인다.

다음 경기에서 보고 싶은 숫자

한일전이 다시 열리면 나는 점유율보다 먼저 골을 넣은 시간과 실점 직후의 반응을 보려고 한다. 2025년처럼 좋은 기회를 만든 직후 실점할 수도 있고, 2017년처럼 먼저 실점하고도 빠르게 경기를 뒤집을 수도 있다. 슛이 몇 개였는지도 궁금하지만, 어느 시간대에 어떤 위치에서 나왔는지가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국 일본 축구에는 늘 감정이 따라붙는다. 그 열기를 즐기면서도 기록을 곁에 두면 한 경기의 승패를 조금 더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다. 용인의 0대1에서 내게 오래 남은 건 패배라는 숫자 하나보다, 골대를 맞힌 슛과 곧바로 이어진 실점 사이의 짧은 시간이었다.

한국 일본 축구를 다시 보니 한 골보다 긴 이야기가 남았다 - 요약
광고

댓글 0

평가를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

모두 ID로 로그인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