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이 가까워지면 사무실에 “IRP에 900만 원만 넣으면 다 돌려받나요?”라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계좌에 넣을 수 있는 금액과 세액공제 대상 금액을 같은 숫자로 생각해서 생기는 오해입니다. 2026년 귀속 연말정산을 준비한다면 먼저 본인 명의 계좌에 올해 얼마를 납입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1. IRP만 납입해도 공제 대상은 최대 900만 원
2026년에 시행 중인 소득세법 제59조의3에 따르면 연금계좌 세액공제 대상 납입액은 연 900만 원까지입니다. IRP에 본인 돈으로 900만 원을 납입했다면 그 금액 전부가 공제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900만 원은 돌려받는 세금이 아니라 공제율을 적용할 납입액의 한도입니다.
연금저축도 있다면 두 계좌를 합쳐 계산합니다. 연금저축 납입액은 최대 600만 원까지만 공제 대상에 넣고, 여기에 IRP 등 퇴직연금계좌의 본인 납입액을 더해 총 900만 원까지만 인정합니다. 예를 들어 연금저축에 600만 원, IRP에 300만 원을 넣으면 900만 원이 대상입니다. 연금저축에 900만 원만 넣었다면 공제 대상은 600만 원입니다. IRP에 900만 원을 추가로 넣어도 두 계좌에서 인정되는 금액은 합계 900만 원을 넘지 않습니다.
여기서 납입 가능 금액도 구별해야 합니다. 연금저축과 IRP에는 통상 합산 연 1,800만 원까지 납입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세액공제 한도는 900만 원입니다. 더 넣을 수 있다는 말이 그만큼 올해 세액공제를 받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2. 총급여 5,500만 원을 기준으로 공제율이 달라진다
근로소득만 있다면 총급여가 5,500만 원 이하일 때 소득세 세액공제율은 15%, 이를 초과하면 12%입니다. 지방소득세까지 함께 계산하면 흔히 말하는 16.5%, 13.2%가 됩니다. 총급여는 통장에 들어온 실수령액이나 연봉계약서의 금액과 다를 수 있으니 원천징수영수증의 총급여액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근로소득 외에 종합소득이 있다면 종합소득금액 4,500만 원 기준도 확인해야 합니다.
가령 총급여 5,000만 원인 근로자가 공제 대상 금액 900만 원을 채웠다면 소득세 공제액은 135만 원입니다. 지방소득세 효과까지 합쳐 계산하면 최대 148만 5천 원입니다. 총급여가 6,000만 원이라면 같은 납입액의 소득세 공제액은 108만 원,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계산액은 최대 118만 8천 원입니다.
그런데 이 숫자를 환급 예정액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합니다. 다른 공제를 적용한 뒤 남은 세금이 충분해야 계산한 공제액을 모두 반영할 수 있습니다. 연말정산 환급액은 한 해 동안 급여에서 미리 뗀 세금과 최종 세금을 비교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납입 전에는 지난해 원천징수영수증의 결정세액과 올해 소득 변동을 함께 보는 편이 낫습니다.
3. 회사가 넣은 퇴직금과 계좌 이전액은 빼야 한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틀리는 부분은 IRP 계좌로 들어온 돈을 전부 ‘올해 납입액’으로 보는 것입니다. 회사가 부담한 DC형 퇴직연금 금액은 본인의 세액공제 대상이 아닙니다. 퇴직하면서 IRP로 받은 퇴직금도 과세가 이연된 퇴직소득이라 올해 새로 납입한 돈으로 공제받지 않습니다. 기존 연금계좌를 다른 연금계좌로 옮긴 금액 역시 새 납입액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퇴직금 2,000만 원이 IRP에 들어왔고 본인이 추가로 300만 원을 넣었다면, 일반적인 연금계좌 세액공제를 검토할 금액은 본인 추가 납입액 300만 원입니다. 계좌 잔액 2,300만 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잘못된 신고가 됩니다. 배우자 명의 IRP에 본인이 돈을 보냈더라도 본인의 납입액으로 가져올 수 없습니다. 명의와 납입 내역을 함께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ISA 만기 자금을 정해진 방식으로 연금계좌에 전환한 경우에는 별도의 추가 공제 한도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전환금액의 10%, 최대 300만 원이라는 별도 규정이 있으므로 일반 납입액 900만 원과 섞어 계산하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해당 거래가 있었다면 금융기관의 전환 내역을 따로 챙겨야 합니다.
4. 12월에는 입금 완료와 납입 증명서를 확인한다
2026년 귀속 공제를 받으려면 2026년 중에 납입된 금액이어야 합니다. 12월 31일에 다른 은행에서 이체를 눌렀더라도 금융기관 처리 시점에 따라 IRP 계좌의 실제 입금일이 다음 해로 잡힐 수 있습니다. 연말에는 금융기관마다 업무 마감 시간이 다르므로 며칠 여유를 두고 납입한 뒤 거래 내역에서 입금 완료일을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연말정산 때는 국세청 간소화 자료의 연금계좌 납입액을 확인하고, 실제 납입액과 다르면 금융기관에서 연금계좌 납입확인서 또는 세액공제 증명서를 받아 대조합니다. 특히 연금저축과 IRP를 여러 금융기관에 나눠 둔 경우 합계가 900만 원을 넘는지, 회사 부담금이나 퇴직금이 섞이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계좌를 옮겼다면 이전 전후 내역도 보관하는 편이 좋습니다.
IRP는 공제만 보고 급하게 채울 계좌는 아닙니다. 나중에 중도 해지하거나 연금 외 방식으로 인출하면 세액공제를 받은 납입액과 운용수익에 세금이 붙을 수 있고, 인출 사유에 따라 취급도 달라집니다. 당장 필요한 생활비까지 넣기보다는 오래 묶어 둘 수 있는 금액인지 먼저 판단하는 게 실무에서는 더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