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니스 영화제 사진을 볼 때마다 붉은 카펫 뒤로 운하가 펼쳐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영화제의 중심은 베니스 본섬이 아닙니다. 상영관과 취재진이 모이는 곳은 리도 디 베네치아, 줄여서 리도라고 부르는 섬입니다. 여행 동선을 짜거나 영화제 상영작을 찾아볼 때 이 차이를 알아두면 꽤 편합니다.
베니스 영화제는 어느 섬에서 열릴까요?
베니스 비엔날레가 안내하는 영화제의 주 무대는 리도입니다. 산마르코 광장 같은 명소가 있는 베니스 본섬에서 배를 타고 건너가야 합니다. 본섬 관광을 하다가 상영 시간에 맞춰 걸어갈 수 있는 장소는 아니라는 뜻이죠. 2026년 제83회 영화제도 9월 2일부터 12일까지 리도에서 열렸습니다.
리도라는 이름 때문에 해변 휴양지를 떠올려도 틀리지는 않습니다. 다만 영화제 기간에 관객이 주로 찾는 곳은 섬 전체가 아니라 영화의 전당인 팔라초 델 시네마와 옛 카지노 건물 주변의 상영 구역입니다. 사진 속 레드카펫과 실제 영화 관람 동선을 같은 것으로 생각하면 입장할 때 헷갈릴 수 있습니다.
영화제는 왜 리도에 자리 잡았을까요?
첫 영화제가 열린 1932년, 상영 장소는 리도의 호텔 엑셀시어 테라스였습니다. 지금처럼 전용 상영관에서 시작한 행사가 아니었죠. 이후 1937년 리도에 팔라초 델 시네마가 문을 열면서 이곳이 영화제의 상징적인 공간이 됐습니다. 영화제의 오랜 역사와 리도가 함께 언급되는 이유입니다.
팔라초 델 시네마의 살라 그란데에서는 주요 상영과 시상식이 열립니다. 베니스 비엔날레가 소개한 객석 규모는 일반석 1,032석에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좌석 4석입니다. 옆에 있는 살라 다르세나도 1,401석 규모의 큰 상영관이고요. 영화제 소식에서 상영관 이름이 따로 적혀 있다면, 같은 리도 안에서도 입장 장소를 다시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리도에 가면 모든 작품을 볼 수 있을까요?
영화제에 간다고 해서 모든 상영을 자유롭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 관객에게 표를 판매하는 회차가 있고, 영화 산업 관계자나 취재진 등 등록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하는 회차도 있습니다. 보고 싶은 작품을 발견했다면 작품명만 볼 게 아니라 공개 상영 여부, 날짜, 상영관, 자막 정보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가격도 상영관과 시간대에 따라 달랐습니다. 2026년 일반권 기준 살라 그란데는 회차에 따라 18유로에서 50유로였고, 살라 다르세나는 15유로였습니다. 이 숫자는 해당 연도의 예시이므로 다음 행사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또 상영권을 샀다고 레드카펫을 걸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공식 안내에서도 레드카펫 통행은 보장되지 않는다고 밝힙니다.
‘베니스 영화제 섬’을 검색하다 보면 라차레토 베키오라는 다른 섬도 나옵니다. 이곳은 리도 가까이에 있으며 몰입형 작품을 선보이는 베니스 이머시브의 장소입니다. 일반 영화 상영의 중심인 리도와 프로그램 성격이 다르니, 목적지가 어느 섬인지 먼저 구분하는 게 좋습니다.
본섬에서 상영관까지는 어떻게 갈까요?
베네치아 산타루치아역에 도착했다면 수상버스인 바포레토를 타고 리도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리도 산타마리아 엘리사베타와 리도 카지노를 주요 하선 지점으로 안내합니다. 출발지가 산타루치아역인지, 로마 광장인지, 산마르코 주변인지에 따라 이용할 노선이 달라지므로 표에 적힌 상영관과 하선 지점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처음 가는 날에는 배를 기다리는 시간과 섬에 내려 이동하는 시간까지 넉넉히 잡는 편이 마음이 놓입니다. 영화제 기간에는 입장 절차도 있고, 인기작 상영 전에는 관객이 한꺼번에 몰릴 수 있으니까요. 특히 하루에 여러 편을 볼 계획이라면 작품 사이의 간격을 지도상 거리만으로 계산하기보다 승선과 입장 시간을 포함해 잡는 게 현실적입니다.
베니스 영화제의 수상작이나 화제작은 나중에 국내 개봉 소식으로 다시 만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때 ‘리도에서 처음 선보인 영화’라는 설명을 보면 단순한 지명보다 조금 더 구체적인 장면이 떠오릅니다. 화려한 사진 뒤에는 배를 타고 도착해 상영관을 찾아가는 관객의 시간도 함께 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