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인이 가족의 코인 계정을 찾았다며 잔고 화면부터 보내왔다. 내가 먼저 물은 건 가격이 아니라 어느 거래소에 얼마가 있고, 개인지갑에도 자산이 있는지였다. 코인 상속은 매도 시점을 고르는 일보다 자산의 위치와 소유 기록을 확인하는 일이 먼저다.
1단계 거래소와 지갑을 따로 찾는다
국내 거래소 계정, 해외 거래소 계정, 개인지갑은 확인 방법이 다르다. 고인의 휴대전화에 거래 앱이 있다고 해서 잔고가 남아 있다는 뜻은 아니다. 반대로 앱이 없어도 이메일의 가입 알림이나 입출금 기록에서 이용 흔적이 나올 수 있다. 거래소 이름, 계정 확인 여부, 원화와 코인 잔고, 확인 날짜를 한 표에 적어두면 누락을 줄일 수 있다.
온체인 주소를 찾았다면 해당 네트워크의 거래 기록도 본다. 같은 지갑 화면에 표시되더라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계열 자산은 조회할 체인이 다르고, 이더리움 주소에는 토큰이나 스테이킹 자산이 함께 있을 수 있다. 다만 주소에 잔고가 보인다는 사실만으로 고인 소유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거래소 출금 내역, 지갑 생성 기록, 이전 거래와 연결해 소유 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상속인 금융거래 조회만으로 모든 코인 계정을 찾을 수 있다고 기대해서도 안 된다. 업비트의 상속 안내는 자사 계정이 해당 조회 체계에서 확인되지 않는다고 명시한다. 거래소별로 직접 계정 보유 여부를 문의하는 편이 정확하다.
2단계 거래소에는 상속 절차를 요청한다
고인의 비밀번호나 인증 수단을 알고 있어도 계정에 접속해 임의로 매도하거나 송금하는 방식은 피하는 게 맞다. 상속인 사이의 권리 관계와 거래 경위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 먼저 거래소 고객센터에 사망 사실과 상속인 관계를 알리고, 계정 확인 방법과 필요한 서류를 안내받는다.
업비트 안내를 보면 계정 확인 단계에서 가족관계증명서, 상속인 신분증 사본, 사망일을 확인할 서류 등을 요구할 수 있다. 이후 자산 이전에는 추가 서류와 대표상속인 지정 여부 확인이 필요할 수 있다. 다른 거래소의 절차는 같다고 가정하지 말고 각각 확인해야 한다. 상속인이 여러 명이라면 누가 조회와 이전을 맡을지 먼저 합의해두는 편이 실무적으로 빠르다.
잔고를 확인할 때는 코인 수량뿐 아니라 미체결 주문, 예치 상품, 출금 제한 여부도 함께 물어본다. 화면에 찍힌 평가금액은 계속 변한다. 상속 대상 수량과 실제로 이전 가능한 수량을 구분해야 이후 세금 계산과 상속인 간 배분에서도 혼선이 적다.
3단계 개인지갑은 접근권과 소유 기록을 확인한다
개인지갑은 거래소처럼 서류를 내고 계정 이전을 요청할 곳이 없다. 복구 문구나 개인키를 확보하지 못하면 온체인에 잔고가 보여도 자산을 이동시키기 어렵다. 그래서 지갑 앱, 하드웨어 지갑, 복구 문구의 보관 위치를 확인하되 문구를 사진으로 찍어 공유하거나 온라인 입력창에 넣어서는 안 된다. 복구를 도와주겠다는 사람에게도 전달하지 않는 게 안전하다.
접근할 수 있더라도 바로 전송하기보다 주소, 체인, 자산 종류와 수량을 먼저 기록한다. 예를 들어 같은 이름의 토큰이 여러 체인에 있을 수 있고, 소액 시험 전송 없이 전액을 잘못된 네트워크로 보내면 되돌리기 어렵다. 상속인 간 귀속이 확정되기 전에는 전송 기록을 남길 방법까지 합의하는 것이 좋다. 온체인에서는 이동 경로가 공개되지만, 왜 그 주소로 보냈는지는 거래 기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4단계 세금은 매도 가격과 별도로 계산한다
상속세에서 기준이 되는 것은 나중에 팔아 받은 금액이 아니다. 국세청 기준상 가상자산도 상속재산에 포함되며, 국세청장이 고시한 사업장에서 거래되는 코인은 상속개시일 전후 각 1개월 동안 공시된 일평균가액의 평균액으로 평가한다. 여러 고시 사업장에서 거래되는 자산은 해당 사업장들의 가격을 반영한다. 고시 대상이 아닌 자산은 적용할 평가 방법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가령 사망 당시 보유 수량이 비트코인 2개이고 적용 평가액이 개당 1억원이라면, 그 자산의 상속 평가액은 2억원이다. 이후 가격이 20% 내려 1억6000만원에 팔았더라도 상속 평가액이 자동으로 1억6000만원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반대로 가격이 올라도 매도 대금만으로 당시 평가액을 다시 계산하지 않는다. 이 숫자는 계산 방식 설명을 위한 예시이며, 실제 세액은 다른 상속재산과 공제·채무까지 함께 봐야 한다.
국세청 안내상 국내 거주자의 일반적인 상속세 신고기한은 사망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다. 사망일의 보유 수량, 거래소 잔고 자료, 지갑 주소와 거래 내역, 평가에 사용한 가격 자료를 남겨두면 신고 때 근거를 설명하기 쉽다. 해외 거래소나 개인지갑 자산까지 섞여 있다면 평가와 신고 범위를 세무 전문가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내가 코인 상속에서 가장 경계하는 손실은 시세 하락만이 아니다. 찾지 못한 지갑, 증빙 없이 움직인 자산, 뒤늦게 확인한 세금이 더 큰 문제를 만든다. 가격을 보기 전에 자산의 위치와 수량, 접근권, 상속인 간 합의를 숫자와 기록으로 남기는 순서가 맞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