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장하는 날이면 삶은 돼지고기보다 갓 버무린 김치를 먼저 집어 먹는 분이 꼭 있었어요. 주방에서 보쌈을 낼 때도 그랬습니다. 김장보쌈김치는 오래 익혀 먹는 김치와 달리 배추의 아삭함과 촉촉한 양념 맛이 함께 살아 있어야 맛있어요. 집에서는 배추 한 포기를 다 쓰지 않아도 됩니다. 배추 1kg이면 보쌈을 곁들여 먹기 넉넉한 양이 나옵니다.
배추 1kg에 맞춘 재료와 양
배추는 손질한 무게로 1kg을 준비합니다. 속잎처럼 연한 부분과 바깥쪽 잎을 섞어 쓰면 식감이 좋아요. 절임물은 물 1L에 굵은소금 70g입니다. 배추에 소금을 따로 뿌리지 않고 이 물에 담가 절일 거예요. 이미 절인 배추를 쓰는 분은 절임 과정과 헹굼을 건너뛰고, 배추의 물기부터 확인하면 됩니다.
- 배추 1kg, 무 250g, 쪽파 60g
- 절임물: 물 1L, 굵은소금 70g
- 양념: 고춧가루 70g, 멸치액젓 35ml, 새우젓 20g, 다진 마늘 30g, 다진 생강 5g, 설탕 15g
- 찹쌀풀: 찹쌀가루 10g, 물 100ml
- 선택 재료: 배 100g 또는 양파 50g
배가 있으면 잘게 채 썰어 넣으세요. 단맛과 수분이 더해져 보쌈에 특히 잘 어울립니다. 배가 없다면 양파 50g을 아주 곱게 갈아 넣어도 돼요. 둘 다 없다면 생략해도 됩니다. 단, 배나 양파를 넣지 않았다는 이유로 설탕부터 더 넣지는 마세요. 버무린 뒤 배추 맛을 보고 5g씩 조절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배추는 휘어질 만큼만 절이기
배추는 4~5cm 폭으로 썰어 큰 그릇에 담습니다. 물 1L에 굵은소금 70g을 완전히 녹여 붓고, 배추가 고루 젖도록 한 번 뒤집으세요. 떠오르는 잎은 접시로 살짝 눌러둡니다. 실온에서 80~100분 절이되 40분쯤 지났을 때 위아래를 바꿉니다. 실내가 따뜻하면 70분부터 상태를 보세요.
시간보다 중요한 건 줄기예요. 두꺼운 흰 줄기를 손으로 구부렸을 때 뚝 부러지지 않고 휘어지면 됩니다. 줄기가 여전히 빳빳하면 15분 더 두세요. 반대로 잎까지 축 처질 때까지 절이면 버무린 뒤에도 아삭함이 돌아오지 않습니다. 제가 처음 요리교실에서 시간을 딱 맞추라고만 설명했다가, 실내 온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걸 보고 이 확인법을 꼭 덧붙이게 됐어요.
절인 배추는 찬물에 두 번 가볍게 헹구고 체에 밭쳐 20~30분 물기를 뺍니다. 손으로 세게 짜면 잎이 상하니 체를 가끔 흔드는 정도면 충분해요. 배추 한 조각을 먹어봤을 때 짠맛이 강하지만 않으면 양념할 준비가 된 겁니다. 너무 짜다면 한 번 더 헹군 뒤 10분 정도 물기를 빼세요.
찹쌀풀을 식힌 뒤 양념 섞기
냄비에 찹쌀가루 10g과 찬물 100ml를 먼저 섞어 덩어리를 풉니다. 약불에 올려 계속 저으면서 2~3분 끓이세요. 주걱으로 그었을 때 자국이 잠깐 남는 묽은 풀 정도면 불을 끕니다. 뜨거운 풀에 채소를 바로 넣으면 숨이 죽으니 넓은 그릇에 옮겨 완전히 식혀주세요. 찹쌀가루가 없으면 밀가루 10g으로 같은 방법으로 끓여도 됩니다.
풀이 식는 동안 무는 3~4mm 두께로 채 썰고, 쪽파는 4cm 길이로 자릅니다. 무채가 너무 가늘면 버무리는 동안 꺾이고 물이 빨리 나와요. 식힌 풀에 고춧가루를 먼저 섞어 5분 둔 다음 액젓, 잘게 다진 새우젓, 마늘, 생강, 설탕을 넣습니다. 고춧가루가 풀의 수분을 먼저 머금으면 배추에 묻는 양념이 고르고, 마른 가루가 뭉쳐 남는 일도 줄어듭니다.
새우젓이 없다면 액젓을 10ml 더 넣고, 버무린 뒤 간을 확인하세요. 액젓도 없다면 소금 6g부터 넣을 수 있지만 감칠맛은 조금 옅어집니다. 고춧가루의 매운맛이 걱정되면 50g으로 시작하세요. 색이 연하다고 한꺼번에 더 넣기보다 10분 뒤 색과 맛을 보고 10g씩 보태는 게 낫습니다.
무부터 버무리고 배추는 가볍게
양념에 무채를 먼저 넣고 2분 정도 버무립니다. 무에서 나온 수분이 양념을 풀어줘 배추에 바르기 쉬운 상태가 돼요. 그다음 배추를 넣어 아래에서 위로 들어 올리듯 섞고, 마지막에 쪽파와 준비한 배나 양파를 넣습니다. 손으로 계속 주무르면 배추에서 물이 많이 나오고 쪽파도 짓무르니 양념이 고루 묻을 때 멈추세요.
바로 먹어도 되지만 실온에서 10~15분 두면 무와 배추에 간이 조금 더 배어듭니다. 맛을 봤을 때 싱거우면 액젓 5ml를 추가해 가볍게 섞으세요. 짜다면 물을 붓지 말고 채 썬 무 50~100g을 더 넣어 10분 둡니다. 양념이 뻑뻑할 때만 식힌 찹쌀풀이나 찬물 1큰술을 더하세요. 물을 많이 넣으면 먹는 동안 접시 바닥에 양념이 흥건해집니다.
보쌈 한 점에 김치를 얹었을 때 고기 맛이 가려질 만큼 맵거나 짜지 않은 상태가 저는 좋더라고요. 남은 김치는 바로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습니다. 만든 날 가장 아삭하고, 하루가 지나면 배추에서 물이 조금 더 나와 맛이 부드러워져요. 그 변화까지 생각해 처음 간을 조금씩 맞추면 다음 끼니에도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