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하이에 살 때 학생 한 명이 “어제 친구를 학교에서 만났어요”를 중국어로 말하다가 한참 멈춘 적이 있습니다. 단어는 다 아는데 ‘어제’와 ‘학교에서’를 어디에 놓아야 할지 몰랐던 거죠. 중국어는 한국어처럼 끝에 동사를 두고 앞부분을 자유롭게 움직이면, 뜻은 짐작돼도 문장이 어색해지는 일이 많습니다.
먼저 주어와 동사부터 놓으세요
기본 뼈대는 ‘누가 + 무엇을 하다 + 무엇을’입니다. 我喝咖啡。Wǒ hē kāfēi. ‘나는 커피를 마신다’에서 我가 주어, 喝가 동사, 咖啡가 목적어입니다. 한국어는 ‘나는 커피를 마신다’처럼 목적어가 동사 앞에 오지만, 중국어에서는 대체로 동사 뒤에 옵니다. 긴 문장을 만들 때도 이 뼈대를 먼저 잡으면 덜 흔들립니다.
예를 들어 我昨天在学校见了他。Wǒ zuótiān zài xuéxiào jiàn le tā.는 ‘나는 어제 학교에서 그를 만났다’입니다. 우선 我见了他라는 뼈대를 만들고, 그 사이에 昨天과 在学校를 넣은 셈이죠. 한국어 문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단어씩 옮기려 하면 순서가 쉽게 꼬입니다.
형용사가 서술어가 되는 문장도 기억해 둘 만합니다. ‘나는 바쁘다’는 我很忙。Wǒ hěn máng.이라고 자연스럽게 말합니다. 여기서 很은 언제나 ‘매우’를 힘주어 말하는 느낌은 아닙니다. 평범한 상태를 말할 때도 자주 들어가니, 한국어의 ‘이다’를 따로 찾아 끼워 넣지 않아도 됩니다.
시간과 장소는 행동 앞에 놓는 게 기본입니다
초보자가 가장 자주 바꾸는 자리입니다. ‘나는 내일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거야’는 我明天在图书馆看书。Wǒ míngtiān zài túshūguǎn kàn shū.라고 합니다. 주어 뒤에 시간, 그다음 장소, 마지막에 행동이 옵니다. 明天我在图书馆看书처럼 시간을 문장 맨 앞으로 보내도 자연스럽습니다.
- 我昨天在家吃饭了。Wǒ zuótiān zài jiā chīfàn le. 어제 집에서 밥을 먹었어요.
- 她每天在公司学中文。Tā měitiān zài gōngsī xué Zhōngwén. 그는 매일 회사에서 중국어를 공부해요.
그런데 장소라고 해서 무조건 동사 앞에 두면 안 됩니다. ‘학교에서 공부하다’는 在学校学习처럼 행동이 일어나는 곳을 앞에 놓지만, ‘학교에 가다’는 去学校라고 합니다. 学校가 공부하는 장소일 때와 ‘가다’의 목적지일 때 역할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상하이에서 길을 묻거나 택시를 탈 때도 去哪儿?Qù nǎr?처럼 목적지를 去 뒤에 붙이는 말을 훨씬 자주 들었습니다.
시간을 나타내는 말과 행동이 얼마나 오래 이어졌는지를 나타내는 말도 구별해야 합니다. ‘어제 공부했다’의 昨天은 동사 앞에 놓지만, ‘중국어를 3년 공부했다’는 我学了三年中文。Wǒ xué le sān nián Zhōngwén.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三年은 행동의 기간이라 동사 뒤에 옵니다. 시간 표현을 전부 한 자리에 외우면 여기서 막히기 쉽습니다.
부정문과 의문문도 원래 자리를 떠올리세요
‘어제 학교에 안 갔다’는 我昨天没去学校。Wǒ zuótiān méi qù xuéxiào.입니다. 没는 去 앞에 옵니다. 앞으로 안 가겠다는 뜻이라면 我明天不去学校。Wǒ míngtiān bú qù xuéxiào.처럼 不를 씁니다. 不는 습관이나 의지, 앞으로의 일을 부정할 때 많이 쓰고, 이미 일어나지 않은 일을 말할 때는 보통 没를 씁니다. 두 글자의 뜻만 외우기보다 어느 동사 앞에 붙는지 함께 익히는 편이 정확합니다.
의문사도 한국어식으로 문장 끝에 모으지 않습니다. ‘너 언제 상하이에 가?’는 你什么时候去上海?Nǐ shénme shíhou qù Shànghǎi?라고 합니다. 평서문 你明天去上海。에서 明天 자리를 什么时候로 바꾼 모양입니다. ‘너 어디에서 중국어를 배워?’는 你在哪儿学中文?Nǐ zài nǎr xué Zhōngwén?입니다. 在学校가 들어갈 자리에 在哪儿를 넣었다고 보면 금방 이해됩니다.
대답을 먼저 만든 뒤 궁금한 부분만 의문사로 바꾸는 연습이 효과적입니다. 我晚上在家吃饭。Wǒ wǎnshang zài jiā chīfàn.에서 시간을 물으면 你什么时候在家吃饭?, 장소를 물으면 你晚上在哪儿吃饭?이 됩니다. 문장 전체를 새로 조립할 필요가 없습니다.
把와 결과 표현은 행동이 끝난 모습을 보여 줍니다
기본 어순에 익숙해지면 ‘목적어는 항상 동사 뒤’라는 생각에서 한 번 더 걸립니다. 我把书放在桌子上了。Wǒ bǎ shū fàng zài zhuōzi shang le.는 ‘책을 책상 위에 놓았다’는 말입니다. 把를 쓰면 영향을 받는 대상인 书를 동사 앞에 꺼내고, 放在桌子上으로 책이 어디에 놓였는지까지 말합니다. 단순히 ‘책을 본다’를 말하려고 把를 붙이는 건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책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가 드러날 때 잘 어울립니다.
결과를 나타내는 말도 동사 뒤에 붙습니다. 我听懂了。Wǒ tīng dǒng le.는 ‘듣고 이해했다’, 我听不懂。Wǒ tīng bu dǒng.은 ‘들어도 이해하지 못한다’입니다. 听과 懂을 따로 떨어뜨려 한국어 순서대로 옮기면 이 차이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발음도 함께 묶어 익히세요. 听은 tīng, 懂은 dǒng으로 성조가 다르고, 听不懂의 不는 가볍게 읽힙니다.
학생들에게 긴 문장을 시키면 저는 먼저 ‘누가, 무엇을 한다, 무엇을’을 말하게 합니다. 그다음 언제인지, 어디에서인지 붙이고, 행동의 결과가 중요하면 동사 뒤까지 채웁니다. 이 순서가 몸에 익으면 길에서 급하게 말할 때도 단어를 늘어놓는 대신, 상대가 바로 이해할 문장이 나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