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목포역에 내렸을 때, 역 앞 사람들의 발걸음이 생각보다 느렸다. 바닷바람은 차가웠지만 원도심 골목 안으로 들어서니 작은 가게와 오래된 집들이 이어졌다. 유명한 풍경을 바쁘게 찾아다니는 대신, 이 동네에서 보내는 시간을 길게 잡았다. 그렇게 걸은 2박 3일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첫날은 목포역에서 목원동 골목으로
숙소는 목포역과 원도심 사이에 잡았다. 짐을 맡기고 역 앞으로 돌아와 오거리 쪽으로 걸었다. 목포문화관광이 소개하는 ‘옥단이길’은 목포역에서 시작해 목원동을 도는 4.6킬로미터 길이다. 전부 걸으면 3~4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지만, 나는 첫날 오후에 오거리와 북교동 쪽만 천천히 돌았다.
큰길에서 한 블록만 들어가도 분위기가 달라진다. 오거리 주변에는 지금도 문을 여는 가게가 있고, 조금 더 걸으면 오래된 건물과 조용한 주택가가 나온다. 골목이 마음에 들어 잠깐 멈췄다가, 길이 이어지는 쪽으로 다시 걸었다. 관광 안내판을 따라가는 순간보다 생활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에 맞춰 걸을 때 목포가 더 가까워졌다.
저녁은 숙소 근처에서 먹었다. 목포에 왔으니 꼭 이름난 식당에 가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으니 식사 시간도 한결 편했다. 다만 12월에는 해가 진 뒤 금방 추워진다. 첫날 골목 산책은 밝을 때 마치고, 저녁에는 숙소와 가까운 길만 걷는 편이 좋았다.
둘째 날은 서산동 시화골목에 오래 머물렀다
둘째 날 오전에는 서산동으로 향했다. 시화골목 입구에서 보리마당까지는 좁은 골목과 계단, 오르막이 이어진다. 빨리 올라가면 금세 지나칠 길이지만, 벽에 붙은 시를 읽고 골목 사이로 보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천천히 걸었다. 목포문화관광에 따르면 이곳의 시와 그림은 주민과 지역 작가들이 함께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벽화보다 그 곁의 집과 길이 더 눈에 들어왔다.
보리마당에 오르니 지붕 너머로 항구가 보였다. 바람을 피할 곳이 마땅치 않아 오래 서 있기는 어려웠다. 목도리를 단단히 여미고 풍경을 본 뒤 내려왔다. 겨울 서산동은 사진을 여러 장 남기기보다, 잠깐 멈춰 바라보고 다시 걷기에 어울렸다. 계단이 많아 바닥이 젖었거나 얼었다면 더욱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
이 골목은 누군가의 집 앞이기도 하다. 나는 대문 안쪽을 들여다보지 않고, 좁은 길에서는 지나가는 주민에게 먼저 자리를 내줬다. 사람 적은 장소가 좋아 찾아왔더라도 그 조용함은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에는 만호동 방향으로 내려와 목포진 주변을 걸었다. 서산동 언덕에서 본 바다와는 또 달리, 이쪽에서는 건물과 길 사이로 항구도시의 시간이 느껴졌다. 걷다가 추워지면 실내에서 쉬고, 몸이 풀리면 다시 나왔다. 12월 여행에서 한 장소를 더 보는 것보다 따뜻하게 쉬었다 걷는 리듬이 내게는 잘 맞았다.
셋째 날은 삼학도에서 조금 더 걷고 돌아왔다
마지막 날 오전에는 삼학도로 갔다. 역 주변 골목을 걷던 이틀과 달리 시야가 넓어졌다. 물가를 따라 걸으며 멀리 보이는 배를 바라봤다. 바람을 정면으로 맞는 구간에서는 걸음이 빨라졌고, 바람이 잦아든 곳에서는 다시 느려졌다. 같은 목포 안에서도 골목과 물가의 겨울은 꽤 다르게 느껴졌다.
점심을 먹고 목포역으로 돌아갈 시간을 남겨두니 마음이 급하지 않았다. 2박 3일을 보냈지만 들르지 못한 곳은 많다. 그래도 이 일정에는 그 정도의 여백이 필요했다. 첫날은 역 가까운 동네에 익숙해지고, 둘째 날은 서산동 언덕에 시간을 쓰고, 마지막 날은 물가를 걷는다. 하루에 한 구역씩 잡으니 길을 헤매도 부담이 적었다.
겨울 목포 골목에서 챙기면 좋았던 것
걸을 계획이라면 숙소 위치부터 살피는 게 좋다. 목포역과 원도심 사이에 머무르니 첫날과 마지막 날 짐을 들고 이동하기 편했다. 서산동처럼 경사가 있는 곳에서는 미끄럽지 않은 신발이 도움이 됐다. 나는 얇은 옷을 겹쳐 입고 목도리를 챙겼는데, 골목 안과 바람 부는 언덕의 체감 온도가 달라 옷을 조절하기 쉬웠다.
식당이나 전시 공간을 일정에 넣는다면 출발 전에 그날의 영업 여부를 확인하는 편이 마음 편하다. 골목은 언제든 걸을 수 있어도 쉬어갈 곳은 그렇지 않다. 특히 해가 짧은 12월에는 언덕길을 낮에 걷고, 저녁에는 익숙한 길로 돌아오는 일정이 여유로웠다.
목포에서 가장 오래 남은 장면은 큰 전망대가 아니라 서산동의 좁은 길 끝에서 잠깐 보인 바다였다. 며칠 머문다고 동네를 다 알 수는 없다. 다만 서두르지 않고 걸으면, 여행지였던 곳이 누군가의 평범한 하루로 보이기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