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전학원에서 안전교육을 하다 보면 자동차 면허가 있는 분도 전동킥보드 앞에서는 규칙을 헷갈립니다. ‘대여 앱에서 잠금이 풀렸으니 탈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런데 앱 사용 가능 여부와 도로에서 운전할 자격은 별개입니다. 전동킥보드 면허 필요한가요? 네, 필요합니다. 면허를 확인한 뒤에도 어디로 달리고 어떻게 건너야 하는지 알아야 사고를 피할 수 있습니다.
어떤 면허가 있어야 탈 수 있나
도로교통법상 개인형 이동장치에 해당하는 전동킥보드는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 이상이 있어야 운전할 수 있습니다.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는 만 16세부터 취득할 수 있습니다. 유효한 1종·2종 보통 자동차 운전면허가 있다면 별도로 원동기 면허를 딸 필요는 없습니다. 반면 자전거를 잘 타거나 대여 서비스에 가입했다는 사실은 운전 자격이 되지 않습니다.
이 기준은 2021년 5월 13일부터 적용된 면허 의무화 규정입니다. 예전에 면허 없이 탔던 기억으로 판단하면 안 됩니다. 면허 없이 운전하면 범칙금 10만 원 대상입니다. 면허가 정지된 상태도 운전할 수 없습니다. 학생이라면 나이만 보지 말고 실제로 면허를 취득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만 16세가 됐다고 저절로 운전 자격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살펴야 합니다. 모든 전동 이동 수단이 법적으로 같은 종류는 아닙니다. 도로교통법의 개인형 이동장치는 시속 25km 이상에서 전동기가 작동하지 않고 차체 중량이 30kg 미만인 등 법정 기준에 맞아야 합니다. 개조한 제품이나 기준을 벗어나는 기기를 일반 공유 킥보드와 똑같이 취급하면 운행 규칙을 잘못 적용할 수 있습니다. 본인 소유 기기라면 제품 표시와 안전확인 여부를 먼저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면허가 있어도 보도에서는 타면 안 된다
초보 운전자에게 가장 자주 고쳐 주는 습관이 보도 주행입니다. 사람 사이를 천천히 지나가면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속도를 줄였다고 보도가 주행로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개인형 이동장치는 자전거도로로 통행하고, 자전거도로가 없으면 차도 우측 가장자리로 통행해야 합니다. 보도 주행은 범칙금 3만 원 대상입니다.
횡단보도를 만났을 때도 흐름에 맞춰 그대로 타고 건너는 습관을 버려야 합니다. 일반 횡단보도에서는 내려서 끌고 건너면 보행자로 통행할 수 있습니다. 자전거횡단도가 따로 표시된 곳은 그 표시와 신호에 맞춰 통행합니다. 특히 교차로에서는 차가 우회전하면서 접근하는지, 보행자가 진입하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킥보드는 바퀴가 작아 턱이나 홈에도 균형을 잃기 쉬워서, 급하게 방향을 바꾸는 순간 사고가 납니다.
보도에서 보행자를 다치게 하면 범칙금 몇 만 원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경찰청은 보도에서 보행 중인 사람과 충돌한 사고에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따른 형사책임이 따를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조금만 타다가 내려야지’ 하는 짧은 구간이 오히려 위험합니다.
헬멧과 1인 탑승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
헬멧은 대여 기기에 비치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착용 의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운전자가 안전모를 쓰지 않으면 범칙금 2만 원입니다. 머리를 다치기 쉬운 교통수단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법규를 떠나서도 헬멧을 준비한 뒤 타는 순서가 맞습니다.
전동킥보드의 승차정원은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상 1명입니다. 두 사람이 함께 타면 승차정원 위반으로 범칙금 4만 원 대상입니다. 뒤에 탄 사람이 어깨를 잡으면 괜찮을 것 같지만, 제동할 때 무게중심이 흔들리고 발을 놓을 공간도 부족해집니다. 두 사람이 이동해야 한다면 각자 적법한 수단을 이용해야 합니다.
술을 마신 뒤에는 가까운 거리라도 운전하면 안 됩니다. 개인형 이동장치 음주운전의 범칙금은 10만 원, 음주측정 불응은 13만 원입니다. 사고로 사람이 다치면 별도의 형사책임까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야간 주행 때 등화장치를 켜지 않은 경우에도 범칙금 1만 원이 부과될 수 있으니, 출발 전에 불이 들어오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대여하기 전부터 사고가 났을 때까지
처음 타는 분에게는 출발 전에 네 가지를 순서대로 확인하라고 합니다. 첫째, 내 면허가 유효한지 봅니다. 둘째, 헬멧을 씁니다. 셋째, 기기의 브레이크·타이어·등화장치를 확인합니다. 넷째, 목적지까지 자전거도로가 있는지 살핍니다. 앱에서 결제가 끝났다는 이유로 바로 차도나 보도로 밀고 나가면 이 순서가 빠집니다.
만 13세 미만 어린이는 전동킥보드를 운전해서는 안 됩니다. 어린이가 운전하도록 한 보호자에게는 과태료 10만 원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부모 휴대전화로 계정을 만들었다거나 성인 명의로 대여했다는 사정이 어린이의 운전을 허용하지는 않습니다. 청소년이 사용하는 공유 서비스라면 가입 명의보다 실제 운전자의 나이와 면허가 중요합니다.
사고가 나면 먼저 즉시 멈추고 다친 사람을 살펴야 합니다. 부상자가 있으면 119에 도움을 요청하고, 경찰 신고가 필요한 상황이면 112에 알립니다. 이어서 현장 위치와 차량·킥보드 상태를 기록하고 상대방에게 필요한 인적 사항을 제공해야 합니다. 도로교통법 제54조는 교통사고 발생 시 즉시 정차해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합니다. 작은 접촉이라도 상대가 넘어졌다면 그냥 떠나서는 안 됩니다.
제가 교육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잠깐 타는 건데요’입니다. 하지만 면허 확인, 헬멧 착용, 통행 위치 판단은 그 짧은 이동을 시작하기 전에 끝내야 할 일입니다.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습관이 결국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를 지킵니다.
